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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Apr 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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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겨우 잠이 들었다.


아침 7시 30분.

"아무리 기다려도 일어나야지. 일어나서 무친다더니." 잔뜩 화가 난 아빠의 고함 소리에 잠이 깼다. 파르르 화가 났지만, 참았다. 조끼 하나 걸치고 부엌으로 나갔다. 부엌에 막 나온 엄마가 고추장 한 스푼을 데친 머위에 떨어뜨려 놓은 상태였다. 나는 고추장, 식초, 설탕, 들기름을 섞어 양념장을 만든 뒤 머위를 무친다. 엄마는 고추장, 설탕, 식초 다 따로따로 넣고 데작데작 해서 머위를 무친다. 나물 무치는 스타일이 엄마와 나는 다르다. 내가 나오자 엄마는 방으로 들어갔다. 고추장이 이미 들어있으므로 오늘은 엄마 스타일로 머위를 무쳤다. 고추장이 차져서 잘 무쳐지지가 않았다. 아빠는 그거 하나를 뭐 그렇게 오래 무치냐며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계란을 깨뜨렸다. 계란 프라이와 머위 무침으로 아침을 먹었다. 아빠가 화를 내면 나도 화를 내는데 오늘 아침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노력이 빛을 발했다. 아빠 화를 받지 않았다.


아침을 먹고 엄마를 도와 아빠가 어제 수두룩하게 뜯어온 머위를 장아찌로 만들었다. 간장, 식초, 설탕, 소금을 넣고 끓여서 머위가 담긴 양동이에 살살살 부었다. 부엌에서 시큰달큰한 냄새가 진동했다. 코가 간지럽고 자꾸 기침이 났다.


가방에 박준 '마중도 배웅도 없이' 시집과 한강 '흰' 두 권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비올 구름. 비올 공기. 텃밭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 세 송이가 너무도 선명하게 활짝 피어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세 송이.

아빠, 엄마, 나. 습관처럼 수를 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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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 보는 풍경 ㅣ 박준



어머니는 꽃을 좋아하지만 좀처럼 구경을 가는 법이 없다

지난봄에는 구례 지나 하동 가자는 말을 흘려보냈고 또 얼마 전에는 코스모스 피어 있는 들판을 둘러보자는 나의 제안을 세상 쓸데없는 일이라 깎아내렸다 어머니의 꽃구경 무용 논리는 이렇다. 앞산에 산벚나무와 이팝나무 보이고 집앞에 살구나무 있고 텃밭 가장자리마다 수선화 작약 해당화 백일홍 그리고 가을이면 길가의 국화도 순리대로 피는데왜 굳이 꽃을 보러 가느냐는 것이다 만원 한장을 몇 곱절로여기며 살아온 어머니는 이제 시선까지 절약하는 법을 알게된 듯하다. 세상 아까운 것들마다 아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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