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은 무섭다.
지난 주말에 아빠 생신이어서 조퇴 후 친정에 내려갔다. 마침 카지노 게임이 하루 휴가를 내어 같이 갔다. 차만 안 막히면 장거리 운전을 좋아한다. 친정은 운전해서 약 2시간 30분에서 3시간 거리에 있다. 음악도 듣고 풍경도 보고 유튜브 다운로드한 거 듣기도 하고 멍하니 전방주시하면서 운전하는 시간이 좋다. 그렇게가면 멀다는 생각이 안 든다. 한 번씩 휴게소 들르는 재미도 있고.운전하고 싶어서 가는 것도 있다.
그런데 차 타고 약 20분 만에 카지노 게임한테 엄청 화를 냈다. 그전 며칠 동안 바쁘고 힘들었는데 거기서 카지노 게임은 쏙 빠져있는 느낌이 들었다. 카지노 게임 입장에서는 잘 있다 갑자기 왜 화를 내나 싶었을 수 있다. 그날 아침부터 첫째로 인해 짜증이났었는데 이상하게 그 화가 가라앉질 않았다. 보통 카지노 게임은 나와 같이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카지노 게임이 나 못지않게 싸우겠다는 기세였다.그것도 심하게. 그리고 일주일 동안 서로 말을 안 하고 있다.
감정조절 못하고 화를 다 드러낸 것을지난 일주일 동안 무척 후회했다. 부끄러웠다. 순간의 충동으로 너무 큰 손해를 봤다. 그것도 화를 낸 당사자인 내가 가장 큰 손해를 입고 있다.그래서 더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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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서 카지노 게임도 나한테 좀 심한 말을 했는데 그것도 모르고 우리 사위 우리 사위 할 엄마 보기가 싫었다.
그런데 오늘 내가 왜 그날 그렇게 이상하게 화가 폭발했는지 알게 되었다.내가 가장 예민해지는 시기, 감정 조절 안 되는 시기가 딱 그때였다. 생리 일주일 전. 내가 가족 중 누구와 대판 싸우면 그게 신기하게 생리 일주일 전이다. 한두 번 그런 것이 아니다.호르몬은 어떻게 못한다. 약으로만 조절 가능하다. 매번 이렇게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피곤, 바쁨, 애들 문제까지 겹친 상황이었다.
결국 이것 때문이었나... 힘이 빠졌다. 자책했던 마음도 사라졌다.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여전히 카지노 게임과는 냉전 중이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감정을 쏟아내고 참았던 스트레스를 누군가에게 터뜨린 것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다만, 자책을 그만두기로 했다. 이 다툼은 '다음에는 감정을 다 드러내지 말자', '심호흡 10번 하고 말하자', '관련 없는 질문을 몇 개 하고 본론(싸움거리)으로 들어가자(정 본론 얘기를 하고 싶다면)' 등을 되새기는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
그 외에는 벼르고 벼르던 '미용실 가서 머리 자르고 매직하기'도 마쳤고, 근력 운동도 주중에 한 번, 주말에 한 번 했다. 무탈한 일상이었다. 오랜만에 법륜스님 유튜브를 들었는데 효과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