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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윤석열 나이로 28살이던 시절, 난 드디어 자취를 시작했다. 그전부터 자취를 꿈꿨으나 엄마의 무시무시한 반대로 늘 무산되었다. 하지만 이 해의 직장이 동인천에 위치한 곳으로 결정되면서 도저히 본가에서 통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눈가가 빨갛게 된 엄마와 함께 싱글벙글한 딸은 동인천에 있는 자취방을 찾으러 떠났다. 처음 들어간 부동산에서 직장 근처 어느 오피스텔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오피스텔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건물은 아무리 봐도 그냥 원룸 빌라였다. 문을 여는 순간 누렇게 뜬 벽지가 날 받아준다. 저 색감은 분명 니코틴이 만든 컬러일 것이다. 어떤 말로 이 집을 거절해야 하나 말을 고르고 있는 사이, 엄마가 입을 열었다.
이 집 괜찮지 않니?
아뇨, 전혀 괜찮지 않은데요. 그렇게 말하려는 틈을 비집고 부동산 아줌마는 후다닥 계약을 먼저 하자고 한다. 그렇게 난 처음 본, 마음에 전혀 들지 않는 원룸을 나의 첫 자취방으로 받아들였다.
나에게 모욕감을 주는 체리색 몰딩, 저 침대 역시 체리색이었는데 도저히 누울 수가 없어서 다이소에서 산 흰색 테이프로 변신시켰다. 덕분에 이사 나갈 때 떼어내느라 아주 고생했다. 창문을 열면 어느 빌라 특정 호실의 베란다가 제대로 보였는데, 그곳에서 사시던 조선족은 내 아랫집 남자와 종종 육두문자를 난사하며 싸우곤 했었다. 정말이지 환상적인 집과 이웃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먹고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난 이 집에 살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음식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열심히 블로그 레시피를 보며 이것저것 만들긴 했는데 지금 보면 그 만듦새가 무척이나 투박하다. 그런 밥상이라 할지라도 매일매일 날 위해 요리를 했었다. 지금이랑 비교하면 참 야무지게 살았었구먼.
그렇게 살던 와중, 드디어 집들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집안 꼴이 매우 누추하기에 친구들은 절대 부를 수 없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부르고 싶었다. 그를 위한 첫 번째 요리라... 무엇을 해주면 좋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낙점된 메뉴는 카지노 게임!
난 왜 카지노 게임를 만들고자 했을까. 그 당시 심야식당 만화책을 보며 일본가정식에 빠져있었다. 오뚜기 카지노 게임가루 따위가 아닌 일제 고급 카지노 게임블록으로 만든 일본식 카지노 게임를 만든다면 남자친구는 상당히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다.
블로그에서 레시피를 본 뒤, 카지노 게임상자 뒤쪽 설명서를 봤다. 이 카지노 게임는 6인분 카지노 게임였다. 하지만 우리는 두 명이서 먹어야 한다. 6인분을 만들어봤자 좁아터진 냉장고에는 남은 카지노 게임를 수납할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물 500ml만 넣고 우리 둘만을 위한 카지노 게임를 만들었다. 물론 카지노 게임블록은 6인분 만큼 넣었다. 재료는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으니까.
정성껏 만든, 일본식 꾸덕한 카지노 게임를 남자친구에게 내어줬다. 그는 설레는 얼굴을 하며 한 수저를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씹는 그의 얼굴은 참 귀엽다.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얼굴은 점점 일그러진다. 먹다가 혀라도 씹은 걸까.한 세 수저를 먹다가 남자친구는 수저를 내려놨다.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안해... 도저히 못 먹겠어.
뭐라고? 못 먹겠다고? 왜???? 남자 친구의 대답은 이와 같았다. 너무 짜서 먹을 때마다 카지노 게임맛 왕소금을 먹는 기분이란다. 날 생각해서 웬만하면 다 먹고 싶지만 이건 도저히 먹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한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내가 이 카지노 게임를 만드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무엇보다 내 입맛에는 먹을만했다. 이런 배은망덕한 남친같으니, 주는 대로 먹을 것이지 어디서 밥투정을 하나!그렇게 나의 첫 번째 집들이의 분위기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윤석열 나이로 40세가 된 지금, 28살의 나에게 이렇게 고언하고 싶다. 6인분 카지노 게임라면 거기에 적힌 물 용량에 딱 맞춰 넣어야 했다. 비록 만들고 남은 것들을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보낼지언정 너는 그렇게 했어야만 했다. 이제야 당시의 내가 만든 일본식 카지노 게임는 똥맛 카지노 게임였음을 인정한다. 당시에 그것을 먹고 고통에 시달린 전 남자친구 현 남편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오랜만에 카지노 게임를 끓였다. 카지노 게임를 만들 때마다 당시 일그러지던 남편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번 카지노 게임도 그런 맛이면 어떡하지, 걱정하며 건너편 남편의 얼굴을 살핀다. 남편은 미소 가득한얼굴로 카지노 게임를 먹는다. 그릇 안에 가득했던 카지노 게임는 몽땅 사라졌다. 남편은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다는 말과 함께 흡족한 식사였음을 표현한다.
오늘은 일본 고형카지노 게임가 아닌 오뚜기백세카지노 게임였다. 국산 카지노 게임로도 이렇게 멋진 한 끼를 차려낼 수 있다니, 누렇게 뜬 자취방에서의 음식 연성이 헛된 시간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그런 전차로 내일 점심은 카지노 게임를 먹어야겠다. 여보! 이번엔 내가 잘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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