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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꽃 Apr 08. 2025

인생의 회전판:온라인 카지노 게임 위한 밑반찬과 보양식

15. 어떤 여자의 음식 이야기

# 마법의 순간


4월의 첫 금요일 저녁, 나는 주방에서 부모님을 위한 밑반찬을 만들기 시작했다.

입맛이 까다로운 아버지와 편찮으신 후로는 드시는 것이 별로 없는 엄마를 위해 평소 엄마가 즐겨드시는 우엉조림과 아버지를 위한 고추장 멸치조림을 만들었다. 마늘을 듬뿍 넣은 입맛 돋우는 오징어 젓갈과 총각김치도 그릇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폐렴으로 입원하셨다가 지난주 월요일 퇴원을 하신 아버지와 천식으로 고생하시면서 허리까지 통증이 심한 엄마를 위한 보양식도 마련했다.

출근 전 물에 담가 핏물을 빼 두었던 사태살을펄펄 끓는 물에 데쳐내어불순물을 제거하고, 다시 물을 받아 오랜 시간 푹 삶았다. 진하게 우러난 고기 육수를 식히는 동안 파를 곱게 다져두고 후추도 통에 넣어 두었다.

멀리 떨어져 생활하고 있는 아들을 위해 정성을 다해 반찬을 만들듯이, 연로하신 내 부모님을 위해 음식을 하는 그 시간은 신기하게도 몸은 고되었지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마법의 순간이었다.


토요일 아침, 칼질하기 좋아하는 남편에게 부탁해서 식힌 사태살을 종이짝처럼 얇게 썰어 그릇에 담았다.

아이스박스에 모든 음식들을 넣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계신 D시로 갈 준비를 마쳤다.

엄마, 아버지의 입맛에 맞아야 할 텐데......

까다로운 미식가인 데다 거짓말 못하시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반찬 만들어가는 것이 마냥 기분 좋은 효도만은 아니었다.


# 인생의 회전판


엄마는 다른 지역으로 일찍 시집간 맏딸을 위해 자주는 아니었지만 명절에 집에 갈 때면 양손 무겁게 밑반찬을 해주시곤 하셨다.

엄마가 주로 해 주시던 반찬은 오징어 실채 볶음, 멸치조림, 우엉조림, 황태조림, 무말랭이와 각종 김치들, 그리고 꽁꽁 얼린 곰탕이었다. 이 반찬들은 지금도 나와 남편, 그리고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밑반찬들이다.

엄마는 집에 가서 정리하기도 편하게 반찬들을 넣어주시곤 했고 언제든 밥만 있으면 한 끼 근사하게 먹을 수 있도록 싸주셨다.

그랬던 엄마가 이제는 몸이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하시고 그런 아내를 위해 늦은 나이에 밥 하는 것을 배우신 아버지께서는 사 먹는 반찬에 질리고 바깥 음식에도 물려 늘 입맛이 없다시며 힘들어하셨다.


친정에 도착해서 싸 온 반찬들로 점심 상을 차려 네 식구가 도란도란 웃으며 식사를 했다.

다행히도 만들어간음식들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입맛에 맞았고, 아버지는나의 음식 솜씨가 아프기 전 엄마의 그것과 꼭 닮았다시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네 딸들을 시집보내고 나서 우리 엄마는 일이 하나씩 더 늘어났다. 딸들을 위한 밑반찬 만들기 뿐만 아니라 일하는 딸들을 대신해 손주들을 돌봐주셨다. 그렇게 엄마는 하나씩 둘씩 날마다 일이 늘어만 가더니, 뼈가 삭고 폐가 문드러진 지금,비로소 멈추고 앉아 자신을 돌봐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제는 거꾸로 우리 네 자매가엄마를 위해 반찬을 만들고 병원을 모시고 가고 목욕을 시켜드리며 집안을 청소한다.


#나이든 사람들을 위한 사회 = 젊은 사람들을 위한사회


겨우내 친정 엄마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허리와 무릎이 늘 아프다고 하셨는데 3월이 되고 어느 날부터는 통증으로 밤새 잠을 못 이룰 정도라고 하셨다. 아버지 연세가 우리 나이로 올해 여든여섯이고 엄마는 아버지보다 일곱 살이나 연하시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아직 정정하시고 정신도 맑으신 반면, 엄마는 어느 틈엔가 폐도 한쪽밖에 기능을 못 하시고 눈도 한쪽만으로 겨우 보고 지내신다. 거기다 젊은 시절부터 좋지 않던 허리가 수술 말고는 답이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시니 진통제로 날을 보내시는 중이었다. 그나마 병원에라도 천천히 걸어갈 수 있을 정도는 되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어려워 집 앞에 가까이 있는 병원조차도 동생들이 돌아가며 차로 모시고 가야 할 정도가 되었다.

엄마의 허리는 치료 시기를 놓쳐서 가벼운 시술로는 처치가 안 되고 다섯 시간 가까운 대수술을 받아야 한단다. 그 수술을 견디기 위해서는 엄마의 폐기능에 대한 호흡기 전문의의 소견서가 필요했다.

엄마는 그 때문에 역정을 내셨지만, 어려운 수술을 맡은 척추 전문의 입장에서는 환자 상태를 보고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일 것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가까이 동생들이 셋이나 살고 있지만, 다들 고만고만한 살림살이에 제각각 일을 하고 있는 터라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원하는 시간에 병원에 모시고 가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잠도 못 주무시면서 통증에 몸부림치는 늙은 아내를 안타깝게 바라봐야 하는 아버지께서는 이틀이 멀다 하고 자식들에게 병원동행을 원하시니, 동생들은 저마다 힘들다고 하소연이었다.

맏딸인 내가 지역적으로 친정과 떨어져 살면서 직장에 매여있으니,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병원 동행은 주로오후 시간대에 근무를 하는 둘째 동생이 맡을 수밖에 없었다.


연로하신부모님은 몸이 편찮으신 만큼 성품도 까다로워지셨다. 자주 삐치고 섭섭한 것도 많아졌으며감정의 기복도 심했다. 어쩌면 이것은 우리 부모님만의 특성이 아니라 노인들의 특성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온라인 카지노 게임 모시고 병원을 다니다 보면, 병원 가는 일 그 자체만으로도 힘든데 까다로운 성품까지 맞춰야 하니 자식들로서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방학마다 며칠씩 친정에 머물면서 부모님과 함께 하는 나였기에 동생들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 병원에 모시고 다니면서 겪었을 그 힘듦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그럼에도 병원에 다녀오는 날이면 저녁마다 언니인 내게 오늘은 아버지가 이랬고 엄마가 저랬고 하며,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대한 짜증과 힘듦을 하소연하는 동생의 전화를 받는 것이 마음적으로 몹시 힘들었다.

매번 다정하게 위로하고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동생의 하소연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려 애는 쓰지만아직은 나도 마음의 수양이 필요한 모양이다.


고맙다, 너 아니었으면 두 늙은이 어떻게 할 뻔했느냐고 달래고 들어주고 하면서 나도 모르게 소진이 되고 있었다. 동생의 끝없는 푸념을 징벌처럼 들어주면서 그렇게라도 해야 아픈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함께 하지 못하는K-장녀의 죄책감을 덜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직장에서 몹시 힘들었던 어느 날, 또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대해 푸념을 하는 동생의 전화를 받고는 더 이상 참을 수없어 그만하라고 했다. 결국 우리 둘은 다투고 말았고 서로에게 아픈 상처를 남긴 채 길고 긴 통화를 끝내야 했다.

받을 것이 있을 때는 자기 온라인 카지노 게임인데, 드려야 할 것이 있을 때는 언니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되어버리는 이상한 자매의 세계.....


그날 우리 둘은 다투어야 했지만 이내 다음 날 다시 통화했다.

피를 나눈 자매이고 우리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힘듦을 나 또한 잘 알고 있으며어쨌든 지금은 그 아이가 제일 힘드니까.




꽃 피는 봄이 가면 뜨거운 태양과 태풍의 계절 여름이 오고 그 여름이 지나면 낙엽 지는 가을을 만난다. 추수를 끝내고청명한 가을 하늘에 눈부시다가 마침내 춥고 시린 한겨울을 맞는다.

계절이 사람을 가리지 않듯,인생의 회전판은 어느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다.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고 그 어른은 나이 들어 노인이 된다. 영원히 늙지 않고 영원히 변하지 않을 사람이 우리 중에 없다. 그리고 영원히 죽지 않는 육체도 없다.

우리가 나중에 나이가 들어 우리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연세만큼 되었을 때, 그때 우리의 아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대할까.....


사랑이 아픔이 되지 않게, 바람이 슬픔이 되지 않게.......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나이 든 사람들을 위한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 같다.

그런 사회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결국젊은 사람들로 하여금 연로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의 삶에서 조금은 벗어나 자신의 삶에 집중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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