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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남북녀 Feb 12. 2025

카지노 게임

무슨 노래야, 아이가 물었을 때에야 설거지를 하며 <카지노 게임을 흥얼거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카지노 게임 너는 내가 미워도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 다시 태어나지 못해도’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것은 미희로부터다. 미희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내가 사는 동네에 나타났다. 미희네 어머니, 아버지, 중학생인 오빠가 먼저 살고 있었는데 시골에서 할머니와 생활하던 미희가 서울로 옮겨 왔다. 미희는 시골아이 답지 않게 얼굴이 하얀 편이었고 쌍꺼풀도 선명했다. 노란끼가 많은 머리카락에 얼굴선도 갸름하여 차가운 인상이었으나 사투리 섞인 느릿한 말투가 시골아이라는 것을 알게 했다. 언제부터 친하게 지냈는지 기억에 없으나 어느 순간부터 학교가 끝나면 가방을 집에 두고 미희네 집으로 향했다. 어머니가 일을 하고 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기에 미희는 어머니대신 집안 살림을 도맡았다. 간단한 요리도 능숙했는데 여름날 땀 흘리며 미희네 방에 앉으면 찬물에 구운 김을 부셔놓고 소금과 고춧가루로 간을 맞춘 을 마시라고 주었다. 짭짤하고 매콤한 맛에 김의 고소함이 찬 물속에 섞여 있었다.

어느 날은 배고파, 했더니 생김에 흰 밥을 펴 바른 후 그 위에 고추장을 넉넉히 발라 둘둘 만 것을 손에 쥐어주었다. 이상한 맛이 날 거 같아 안 먹으려 했지만 먹어보라는 카지노 게임의 말에 한 입 물었는데 예상외로 맛있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기도 했지만김, 따듯한 흰 밥, 고추장 세 가지 재료의 어울림이 좋았다. 집에 와서 언니와 동생에게 카지노 게임의 방식대로 고추장 김밥을 싸줬더니 언니와 동생도 맛있다고 잘 먹었다. 계란프라이를 올린 밥에 케첩을 뿌려 먹었는데 고추장 김밥도 즐겨 먹는 음식이 됐다.

실패한 음식도 있었는데 김치만두다. 우리 엄마가 해주는 김치만두가 진짜 맛있어,라는 내 말에 카지노 게임가 그럼 우리 만들어볼까 해서 김치를 작게 자르고밀가루반죽을 했다. 소꿉장난처럼 재미있게 어린이다운 진지함으로 열심히 만들었는데 김치만두는 단순한 관점을 지닌 어린아이들이 만들기에는 복잡한 요리였다. 찜 솥에서 송편 비슷한 모양의 만두를 꺼내 한 입씩 맛보고는 둘 다 먹지 않았다. 간이 하나도 안 된 생김치에 수제비보다 두툼한 밀가루의 맛. 맛없어, 말하며 집으로 돌아왔는데 지금 생각하니 뒷정리를 카지노 게임 혼자 했겠구나혼나지않았을까 미안하다.

집안일을 하며 미희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그중의 한 곡이 <카지노 게임이다. 아이답지 않은 허스키한 목소리에 애절한 감정이 섞여 있어 미희가 노래를 부를 때면 슬픔한 자락이 너울거리는 듯했다. 이 노래는 시골에서 할머니와 살고 있고 있는 두 살 터울 미희의 언니가 좋아한다고 했다. 우리 할머니는 설탕으로 떡볶이를 만드는데 진짜 맛있어. 우리 언니는 머리가 엉덩이까지 와. 나는 못생겼는데 언니는 예뻐서 사람들이 다 쳐다봐. 일 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 살림을 돕기 위해 부모와 생활하게 된 미희는 시골에 있는 할머니와 언니를 그리워했다. 방학이 되면 시골에 갈 거라고 달력을 보며 날을 세고는 했다.

왼손에는 회색고무장갑, 오른손에는 손 방향이 맞지 않는 노란 고무장갑을 끼고 마트에 가면 고무장갑을 잊어버리지 말고 꼭 사 와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입으로는 카지노 게임을 부르고 있었다니. 미희가 설거지를 하며 카지노 게임을 불렀었나

행복보다는 불행의 느낌이 컸던 시절이라 그 시간이 그립지는 않으나 미희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한 것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인 듯도 싶다. 할머니와 언니를 그리며 부르던 미희의 <카지노 게임과 일상 속에서 무심결에 부르는 내 <카지노 게임.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사람은 이어진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사람이 이어진다기보다는 마음이 이어진다는 것이 적절한 설명인 듯하다.그 시간 속 카지노 게임의 마음을 지금에서야 조금알 것 같다. 카지노 게임가 내게 준 것이 음식만이 아니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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