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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남북녀 Mar 12. 2025

카지노 게임 외부를 집어삼킨다

오테사 모시페그 <카지노 게임손안의 죽음


사람의 정신은 어디든 갈 수 있는 동시에, 그토록 기를 빨아들이는 무언가에 연결되어 있으면 힘을 잃고 만다.

<카지노 게임 손안의 죽음 p183


칠십 대 노인 베스타 걸에게 ‘그토록 기를 빨아들이는 무언가’는 마그다였다.

숲에서 우연히 발견한 쪽지.


카지노 게임의 이름은 마그다였다. 누가 카지노 게임를 죽였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나는 아니다. 여기 카지노 게임의 시신이 있다.


주위에 시신은 없었으나 마그다를 찾아 나선 베스타 걸이 마주한 것은 교묘하게 부정해 온 자신을 고통스럽게 한 모든 것들. 젊은 시절에 나이 많은 남자를 만나고 결혼하여 자신의 뿌리를 버리고 주변인들에게 고립되며 나르시시스트에 성추행범이었을 남편에게 통제당하고 스스로를 억압하며 살아온 평생의 시간. 베스타 걸은 자신을 붙들어놓은 것이 사랑이 아니라는 것과(포장된 사랑) 가난을 기피하는 안락한 생활에 대한 속물적 근성이었음을 확인한다.(“나는 아마 너무 많은 걸 원하고 너무 편안하기를 바랐을 것이다.”, “이분은 베스타예요.”“유명한 독일인 과학자의 아내였죠!”)


마그다의 죽음을 탐정처럼 파헤쳐 가던 베스타 걸은 자신의 반려견 찰리를 이끈 것이 죽은 어떤 생명체가 아니라 다른 개의 대변이었던 공원에서의 일을 떠올린다. 대변과 침이 섞이던 광기의 현장을


보이지 않는 정신 영역에서 온갖 지저분한 것들이 섞여 광기 어린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이 <그녀 손안의 죽음은 아닌지. 대변과 침은 내부의 분비물이다. 정신 영역에 어떤 구멍이 생기면 그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세다. 외부 세계를 날려버릴 만큼은 충분하게


죽어버린 가능성, 낭비된 열정, 허비된 생, 지나버린 아름다운 시절.


나는 그 끔찍하고 해롭고 거만한 남자를 만나지만 않았다면 누릴 수도 있었을 사랑을 생각하며 울고 또 울었다.

<카지노 게임 손안의 죽음 p256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무척이나 곤란하고 어려운 무언가를 인간은 언제나 끌고 다닌다. 인간 카지노 게임에 들러붙는 무게를 지니지 않으나 끔찍한 것들. 그러니 비난은 조금 넣어주시기를. 냄새나고 고약해 보이는 노파가 옷깃을 스치며 지나더라도




오테사 모시페그. 날 서 있고 독특한 작가의 책을 왜 세 권이나(<아일린<내 휴식과 이완의 해<그녀 손안의 죽음)읽었을까 생각하니 이거였다. 인간 내부에 들러붙는 무게를 지니지 않으나 끔찍한 것들을 보여주는 작가라서. 카지노 게임 외부를 집어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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