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톨의 밀알 (A Grain of Wheat)]를 읽고
[한 톨의 밀알(A Grain of Wheat)]
응구기 와 시옹오(티옹오).왕은철 옮김.들녘
아프리카 소설을 처음 읽었다. 내 마음속의 거리만큼이나 ‘멀고 먼 아프리카’다.
카지노 가입 쿠폰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뭐가 있지? 기껏해야 아프리카에 있고 수도가 나이로비라는 것 정도?
작품 이름도, 작가도 낯설다. 소설에 나오는 지명도 입에 붙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얼른 들어오지 않는다. 지명과 주요 인물들 이름을 종이에 적어가며 확인해 가면서 읽었다. 이전에 몰랐던 세계의 한 면을 소설을 통해 만나고, 새롭게 알게 되어 기쁘다.
아프리카에 대해 선입견이 있었나 보다. 카지노 가입 쿠폰의 삶이나 생각이 좀 단순하고 원색적인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내 생각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식민 시대를 경험한 카지노 가입 쿠폰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전개되는 내용은 전혀 낯설지 않다. 카지노 가입 쿠폰 근현대 역사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 느낌이었다.
[한 톨의 밀알]은 3일간의 이야기다. 우후루(독립)! 1963년 12월 10일에서 독립기념일 축제가 벌어지는 12월 12일까지 타바이와 룽에이에서 일어난 사건을 그리고 있다. 단선적으로 3일간 일어난 일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각각의 인물들의 입장에서 그 사건을 돌아보는 장면이 반복된다.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에 중간중간 혼란스럽고, 좀 어수선한 느낌도 들었다. 끝까지 읽고 나서야 전체적인 조망을 갖고 정리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키히카, 무고, 뭄비, 기코뇨, 카란자, R장군, 톰슨 등 어려운 시대를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국의 일방적인 착취와 학대에 맞서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저항하고 투쟁하는 사람들, 강자의 편에 붙어서 동족을 무시하고 잇속을 챙기는 사람들, 그저 조용히 살고 싶으나 시대의 격랑 속에 휩쓸려 고초를 겪은 사람들이 나온다. 조국을 떠나 식민지에 와서 살고 있는 제국주의 영국 사람들, 착취자이며 가해자들의 이야기도 있다.
응구기 작가의 매력적인 묘사 덕분일 것이다. 이야기 속의 인물들이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살아 있다. 사건의 전개 중심이 아니라 각각의 인물들의 내면을 깊숙이 파헤쳐서 심리 변화를 잘 그리고 있다. 폭력적인 상황과 억압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은 어떤 입장에 있든 고유의 두려움, 살기, 적의를 품고 있다. 갈등하고 고뇌하고 분노하며, 때로 사랑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소설 속의 박제된 인물이 아니라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같게 느껴진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작가인 응구기는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 요인들의 총체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소설가가 해야 할 몫이라고 믿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변절자이자 배신자 같은 카란자나, 키히카를 고발하여 죽게 만든 무고마저도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이 아프리카를 강제로 분할하고, 1895년 영국은 카지노 가입 쿠폰를 식민지로 만들었다. 기독교와 함께 밀려온 백인들은 철도를 건설하고 착취와 수탈을 해갔다. 우리도 역시 일본 제국주의의 깃발 아래 35년이라는 수난의 시대를 지나왔다. 어느 나라든 어느 시대든, 공동체 정신이나 인간적인 기본 가치가 무너져가는 격변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쉽지 않다. 어떤 입장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어떤 것을 붙들고 살아야 할지,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무섭고 두렵다. 때로는 생명이 좌우되는 선택을 강요받을 때도 있다.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나는 어떤 입장을 선택해 살았을까? 단순하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개인의 삶은 시대의 흐름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차용한 '한 톨의 밀알'이란 제목은 이 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으리라. _요한복음 12장 24절(317쪽)
키히카는 알고 있었다. 우후루가 투사들의 극단적인 희생을 요구한다는 것을. 싸우다 죽는 것 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다. 그래서 그는 한 톨의 밀알이 되기로 했다. 더 많은 자유를 가져다줄 밀알이 되기로.
누가 한 톨의 밀알인가?
키히카는 카지노 가입 쿠폰 민족의 입장에서 분명 한 톨의 밀알이다. 우리나라 안중근이나 윤봉길처럼 무장 독립 투쟁에 앞장서서 목숨을 바친 투사들을 대변하고 있다. 그 목숨 안에는 그가 이루지 못한 젊은 꿈과 사랑과 평범한 일상들이 들어 있다.
반대편에 카란자 같은 배반자, 변절자 혹은 매국노가 있다. 힘과 권력을 가진 세력에 빌붙어서 성공과 권력을 갈망하고, 동족을 괴롭힌다. 한 때는 같은 뜻을 품었으나 내면의 욕망에 따라 길이 달랐던 것이다. 그들은 보통 자기 합리화를 방패로 내세운다.
중간지대에 일상적인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힘겨운 시대를 온몸으로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와루이, 왐부이, 뭄비 같은 사람들이다. 잡초처럼 시대의 큰 바람에 휩쓸려 이리저리 고난을 겪는다. 그들은 희미해져 가는 공동체성(하람비)을 되살리려 우후루(독립) 축제를 준비한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서로 연대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것이다. 살아가기 위해 차가운 방에 불을 지피고, 먼지를 쓸어낸다.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인 무고와 뭄비에게 마음이 간다.
무고는 무척 독특한 캐릭터이다. 소시민으로 조용히 살고자 하나, 불의 앞에서는 당당히 저항하는 행동을 한다. 죄책감과 상처로 인한 침묵을 오해한 마을 카지노 가입 쿠폰에 의해 영웅 대접을 받는다. 사실 그는 키히카를 고발하여 죽게 만든 장본인이다. 동기도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주의적이다. 긴 고뇌 끝에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기로 하고 용기 내어 고백한다. 그의 행동은 뭄비와 기코뇨의 관계 진전에 영향을 준다.
뭄비는 배반자의 아이를 품고 끝없는 인내로 사랑하는 남자 기코뇨를 기다리고 헌신하는 여자다. 그녀는 조용한 약자에 머물지 않고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해 간다. 그래서 마지막 부분에서 아이와 함께 있는 여성상을 새긴 걸상을 만들겠다는 기코뇨의 다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독립 이후의 카지노 가입 쿠폰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 공동체의 용서와 화해를 통한 전진을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보인다.
“진정한 ‘한 톨의 밀알’은 어렵고 힘겨운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사람들 모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