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무기가 확산될 수 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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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이라는 요소로 인공지능의 전장 투입은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인공지능의 투입을 더욱 촉진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아군 피해 최소화’이다. 전쟁터에서 아군 병사들의 희생은 단순한 숫자 이상이다. 과거 베트남 전쟁이나 이라크 전쟁에서 사상자가 늘어날수록 국민들의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었고, 전쟁 지지도도 떨어졌다.
과거 전쟁 사례를 보면, 커다란 전투 승리도 아군의 피해가 크다면 국민들은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은 여러 전투에서 전술적 승리를 거뒀지만, TV 화면을 통해 전달된 희생자들의 모습은 미국 내 반전 여론을 키웠다. 전장에서는 전우를 잃는 충격으로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졌고, 후방에서는 “왜 우리 아들딸이 희생되어야 하나?”라는 회의가 커지는 것이다. 결국 병사 손실은 전략적 측면에서도 전쟁 지속 의지를 약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이러한 현실을 날카롭게 꿰뚫어 본 인물 중 하나가 코소보 전쟁 당시 세르비아의 지도자 밀로셰비치였다. 그는 서방 국가들이 자국 병사 한 명의 죽음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하며, 1999년 코소보 전쟁을 일으켰다. 이를 두고 한 군사 전문가는 그가 세르비아 병사 한 명과 미국 병사 한 명의 목숨값을 다르게 취급했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미국과 나토(NATO) 국가들에게 병사 한 명의 죽음은 정치적 위기가 될 수 있지만,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냉혹한 인식이었다. 밀로셰비치의 예상대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는 코소보 전쟁에서 아군 병사의 희생을 우려해 지상군 투입을 하지 않았다. 대신 막강한 공군력을 기반으로 공중 작전만을 수행했고, 당시 미군의 F-117 스텔스기를 포함한 첨단 공군력 앞에 세르비아는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밀로셰비치는 지상군이 투입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예측했지만, 서방의 막강한 공군력까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나 보다.
이런 배경에서 현대의 군사 지도자들은 병사들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승리의 조건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특히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에게 이는 단순한 인도주의적 고려를 넘어, 전쟁 수행 능력을 좌우하는 전략적 필수 요소로 자리잡은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가 무인 무기 시스템과 인공지능 전쟁 기술 발전의 강력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무기는 병사를 대신하여 전투 현장에 나서는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다양한 전장에서 활약하는 AI 드론이 대표적인 예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무인 공격 드론을 활용하여 러시아의 방공망과 지상군을 효과적으로 타격하고 있다. 이 드론들은 전장을 상공에서 감시하며 정밀타격을 가했는데, 이를 운용한 병사들은 비교적 안전한 후방에서 컨트롤만 할 뿐 직접 적진에 나가지 않았다. 덕분에 정밀 타격은 성공하면서도 아군 전투기 조종사나 특수부대원의 위험 노출은 크게 감소하였다.
지상전에서도 로봇 전차와 무인 장갑차들이 속속 투입되고 있다. 폭발물 처리 로봇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중 수제 폭탄 제거 임무에는 항상 작은 궤도 로봇이 앞장섰다. 미군은 팩봇(PackBot) 같은 로봇을 수천 대 투입해 지뢰와 폭탄을 해체했는데, 실제로 이 로봇들이 여러 번 폭발에 휩싸여 파괴되면서 사람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이를 담당하던 지휘관은 “로봇이 죽으면 엄마에게 편지를 안 써도 된다”며, 로봇이 병사의 희생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신했는지 씁쓸하면서도 명확하게 표현했다. 이렇듯 전선에서는 인간 대신 투입될 기계 용사가 위험을 떠안고 있고, 그 결과 아군 병사의 안전은 그만큼 증대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국방부와 군사 연구기관, 그리고 민간 기업은 AI 무기 도입을 점점 정당한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논리의 가장 중요한 축이 바로 ‘인명 피해의 획기적 감소’이다. 드론 방공망, 무인 감시초소, AI 전투기 등 다양한 AI 무기는 최전선에서 인간이 직접 노출되지 않고도 임무를 완수하게 도와준다. 야간에 적 진영을 정찰하는 위험한 임무도 이제는 정찰 드론 떼를 보내 수행하고, 병사들은 안전하게 영상정보를 분석하면 된다. 이렇게 전투원의 안전을 담보하면서도 전투력은 오히려 강화되니, AI 무기 도입을 마다할 이유가 적어지고 있다. 특히 첨단 군사력을 추구하는 국가일수록 아군 병사를 한 명도 잃지 않고 이기는 전쟁을 이상으로 삼고 있기에, AI 무기 전력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전투 효율이다. 인간은 체력, 감정, 사기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지치지 않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전투기 조종사는 극한 기동 시 중력 가속도(G)에 의해 블랙 아웃에 빠지는 등의 신체적 한계를 겪을 수 있다. 하지만 AI 조종 전투기는 그런 제약 없이 초인적인 기동도 해낼 수 있다. 이처럼 AI 무기의 성능이 인간을 앞설 가능성까지 보이니,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을 투입할 이유는 줄어들고 있다. 결국 전쟁은 이기는 것이 목표이다. 이기는 데 필요한 병사의 숫자를 줄일 수 있다면 그만큼 인명 희생은 최소화할 수 있다. 각 국 입장에서도 병사 한 명을 잃으며 얻는 전과보다 로봇이 여러 대 파괴되고 얻는 전과가 훨씬 정치적·도덕적 부담이 적다.
더 나아가, 병력을 AI 무기로 대체하면 전시 동원의 심리적 부담도 줄어든다. 모병이 어렵거나 인구 감소로 고민하는 국가에서는 AI 무기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경우, 인구절벽으로 병역 자원이 감소하자 AI 무기를 늘리자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병사가 부족해 발생하는 안보 공백을 과학기술로 메꾸겠다는 접근인데, 이는 결국 남은 병사들의 안전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이기도 하다.
AI 무기는 분명 아군 병사들의 목숨을 구하고 전투 효율을 높이는 혁신적 수단이다. 하지만 AI 무기가 마냥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할까? "기계에게 생사결정권을 넘겨도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윤리적 딜레마는 고려하지 않아도 될까? 우리는 이에 대한 답을 필요로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것도 바로 지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