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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짓 Dec 11. 2024

카지노 게임 1+1

형제

"야, 그거 내 거야."

"..."

"야,그거 내 거라고!"
"내 자리에 있었는데?"
"아 놔 이 새끼가!"

여기서 '그거'는 뭘까. 1번, 돈. 2번, 과자. 3번... '그것'은 빈 물컵이다. 저녁 식사 시간, 5학년 작은 카지노 게임이 식탁에 있던 컵을 들고 정수기로 간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고1 큰 카지노 게임이 동생에게 몇 마디를 한다. 그런데 왠지 동생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의자를 박차고 일어난다. 나는 국을 뜨다 뒤를 돌아보았다. 코 앞에서 큰 것이 작은 것의 얼굴을 마치 악력으로 사과 터트리기 하듯 오른손으로 쥔 채 노려보고 있었다. 작은 녀석은 얼음이 되었다.


"야! 뭐 하는 거야! 무슨 컵 하나 가지고. 앉아! 오 주여..." 큰 카지노 게임은 마지못해 자리에 앉았다.


"야 이 새끼야, 눈깔 똑바로 안 떠?"

"또 뭐야?"

"아니 이 새끼가 눈을 똑바로 안 뜨잖아!"

"아니 얘는 말을... 시끄러워! 조용히 하고 밥 먹어!"

"야! 맞짱 뜰까?" 큰 아이의 눈이 이글거렸다.

풉. 맞짱. 30센티미터나 키 차이가 나는 다섯 살 어린 동생과의 맞짱이라. 동생이 눈을 똑바로 안 뜬다고? 하이고! 너 초등학교 때를 생각해 봐라. 5학년때부터 카지노 게임 와서 지금까지도 장난 아니잖아? 말을 삼켰다.


"야, 딴 데 가서 울어. 밥맛 떨어지게. 사내자식이 눈물은."

식탁에 앉으려고 보니 작은 카지노 게임이 말없이 눈물을 삼키고 있다. 그것으로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는지 큰 녀석의 목소리는 진정되어 있다. 그런데 사내자식은 울면 안 된다? 카지노 게임아, 조금 꼰대스럽구나.




이 상황에서 오은영 박사라면 어떻게 했을까. 무엇이 현명한 걸까. 정답인 걸까. 큰 녀석이 심했다. 완전한 급발진이었다. 동생에게 득달같이 달려든 것도, 거칠게 말하고 행동한 것도. 엄마인 내가 그 자리에서 정확하게 잘잘못을 따지고 큰 카지노 게임을 좀더 엄하게 지도하지 않은 것은 어떨까. 그러나 나는 일단 그 상황을 조용히 넘어가고 싶었다. 정신 없이 회사 일을 끝내고, 초 집중해서 초고속으로 밥을 차렸다. 다다다다 야채를 썰어 볶고, 요즘 유행이라는 방식이라는 카레를 만들고 토핑을 했다. 종류별로 김치를 꺼내고, 시래깃국은 식지 않게 그릇까지 데웠다. 큰 카지노 게임 좋아하는 참기름 휘휘 두른 명란젓과, 작은 카지노 게임이 좋아하는 치즈 듬뿍 김치볶음밥까지. 그러니까 제발 닥치고 먹자.


그러나 작은 카지노 게임은 한 수저도 뜨지 않았다. 눈빛이 멍했다. 형에게 또 한 소리 들을까 봐 눈에 힘은 뺐지만 나름의 소심한 반항이었다. "카지노 게임, 지금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돼. 이따 먹자." 나는 아이의 등을 감싸 안았고, 카지노 게임은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짜 뭐냐! 재수 없다, 그치? 지금까지 우리가 자기 카지노 게임라고 얼마나 봐줬는데! 이제 우리 OO이도 6학년 되는데!"

큰 카지노 게임이 학원 간다고 집을 나서자 마자, 나는 작은 카지노 게임에게 다가가 얼굴을 살폈다. 오은영 박사가 지금 내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할까. 뭐라 하든 말든. 펑, 나는 그녀의 얼굴을 터트렸다.

"나 엄청 배고팠는데. 김치볶음밥 먹을래..." 천만다행으로 카지노 게임은 뾰족하게 굴지 않았다. 엄마인 나에게 화풀이를 해댔다면 아마도 나는... 나의 은신처인 카페로 뛰쳐나갔을지도 모른다.


사실 큰 녀석은 고등학생이 되면서 꽤 조용해졌다. 눈에 살기가 돌던 중학교 때와는 확실히 달라졌다. 동생과도 웬만하면 부딪히지 않았다. 섣부른 희망을 품지 않으려 하지만 그래도 희망적이었다. 오늘의 꼬라지 상황은 간만의 일이었다. 오늘 일에 대해서는 따로 조용히 타이를 것이다. 그런데 왜 작은 녀석은 형 컵을 쥐고 고집을 부렸을까. 정말 별 것도 아니었는데. 고집부릴 일이 아니었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본인 스스로도 정확하게 납득되지 않으면서 괜히 똥 고집을 부린다? 왠지 나도 한번 눈을 치켜 떠 본다? 가만, 이것은, 이 시감은! 얼마 전, 수년 만에 간 노래방에서 작은 카지노 게임은 가수 10센치의 노래를 읊조렸다.



중2 때까지 늘 첫째 줄에

겨우 160 이 됐을 무렵

쓸만한 녀석들은 모두 다

이미 첫사랑 진행 중

하지만 미안해 이 넓은 가슴에 묻혀어~~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어~~

미안해 너의 손을 잡고 걸을 때에도

떠올렸었어 그 사람을~~





2년 전, 키가 겨우 165 언저리였던 큰 카지노 게임이 하루 종일 부르곤 하던 노래였다. 그러니까 작은 카지노 게임아, 너도 카지노 게임? 한 명 진행 중인데 한 명 더? 하늘이시여를 부르짖으려는 순간, 돌연 내 안이 잠잠해졌다. 보통 어느 집이나 형제자매의 터울은 크지 않고, 그들이 비슷하게 혹은 동시에 카지노 게임를 겪을 확률이 크다. 나만 특별히 운이 나쁜 것이 아닌 것이다. 안돼! 돌연 나는 마음속으로 울부짖었다. 작은 녀석까지 한 순간 몸과 마음이 멀어지게 할 수는 없었다. 많이 안아주자. 예뻐해 주자. 함께 시간을 보내자. 다짐의 말들이 내 안에서 정신 없이 튀어나왔다.



작은 아이의 몸이 확확 커지기 전에, 그래서 진짜 형아와 맞짱을 뜨기 전에 큰 아이의 카지노 게임가 종료되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카지노 게임아, 멀리 가라. 동생이 온다. 휘이휘이. 떨어져라. 그리고 그때까지 제발 나의 갱년기는 유예되기를. 일단 다가오는 방학을, 이 겨울을 잘 지내보자. 그렇게 바로 현재만 보자. 호흡을 가다듬어본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거의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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