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잠깐만... 방으로 좀..."
불안한 눈빛과 위축된 몸짓, 말 줄임표가 80개쯤 되어 보이는 흐릿한 문장...
밤늦게 설거지까지 끝낸 후 이제 막 침대로 쓰러져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큰 아들이 가만히 나를 불렀다.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평소 엄마를 '밥 해주는 아줌마' 정도로 여기는 아들의이 낯선 분위기는.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S-O-S. 그러니까 조난신호. 뭔가를 혼자 수습하려고 했으나 도저히 막지 못했을 때,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안 좋아졌을 때, 이제는 어른의 개입이 필요할 때, 아빠보다는 일단 엄마에게 먼저 얘기해야 할 그 뭔가. 그리고 이 밤에 다급하게 얘기해야만 하는 썸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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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나?!
............ 임신??!!!!!!!
그런데 그 애가 카지노 게임 추천 나왔고?!!!!!
갈 데가 없고??!!!!!!
아들과 안방으로 들어서는데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다 일어서는 듯했다. 온몸의 피가 차가워치고 눈앞이 깜깜해진 건지 흐릿해진 건지 정신이 없었다.
"OO이가 오늘 우리 집에서 하루 잘 수 있냐는데?"
"OO이가 누군데?"
"A고등카지노 게임 추천 다니는 앤데, 축구 같이 하는 애야."
"지금? 왜?"
"집 카지노 게임 추천대."
"!"
휴우...... 그제야 숨이 쉬어졌다. 그런데 뇌를 반으로 가르는 듯한 스트레스를 유발했던 머릿속 급발진은 도대체 뭐였지?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그렇게까지 생각이 미쳤지? 무의식 중에 걱정했던 일인가? 드라마에 과몰입을 했나? 은명이가 부현숙이를 데리고 온 건 스무 살이넘어서였다고... 정신 차려.
"엄마 아빠가 나가라고 했대."
"카지노 게임 추천고..."
수많은 의문이 들었지만 나는 내 입을 틀어막았다. 부모 중 하나는 말렸어야 하지 않았나, 그게 상식적이지 않나, 아무리 그래도 미성년 자식한테 나가라고 하는 건 아니지 않나. 가만, 그 녀석의 이야기와 부모의 이야기는 다를 수 있잖아. 그 녀석도 보통 녀석은 아니지 않을까, 부모에게 뭔가 치명적인 잘못을 한 게 아닐까, 예를 들어, 음... 등등의 섣부른 생각은 박박 지워버리기로 했다. 뭐가 중요한데? 지금은 딱 하나.
남의 일이 아니다. 데리고 와야 한다.
여기까지 쓰고 나는 멈칫했다. 이 일은 분명 내 다이어리에다가는 쓸 만한 사건이다. 그런데 이걸 카지노 게임에 써도 되려나. 8만 4천 명(2025년 3월 기준)의 브런치 작가들과 그 외 수많은 독자들이 들락날락거리는 이 공적인 공간에서 냉큼 소재 삼아도 되는 건가. 그 아이의 부모가, 친구가, 이웃이, 혹은 당사자가 읽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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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계속 쓰기로 했다. 그 이야기를 안주 삼으려는 것이 결코 아니기에. 대신 스토리 상 중요할 수 있는 그 카지노 게임 추천의 가족 관계를 포함한모든 개인 정보는 당연하겠지만 언급하지 않도록 여러 번 자체 검열을 하고.
자정이 넘은 시간, 교복에 가방을 메고 현관문 앞에 서 있는 남의 아들을 본 순간 울컥했다. 아이는 꼬리를 바닥에 축 내린 강아지처럼 풀이 죽어 있었다. 우리 아들처럼 작고 왜소했다. 아이고 아들아...
"네가 OO이구나. 어서 와! 밥은 먹었니?"
"... 네."
한 박자 늦은 대답. 얼른 밥을 차렸다. 아이는 후딱 먹어치웠다.
아들의 조그만 방. 침대 옆에 겨우 작은 요 하나를 펴주고 나왔다. 절대 아무 질문도 하지 말라는 아들의 신신당부.
"딸 친구가 집을 나왔다는 거예요. 우리 집에서 자도 되냐고 묻길래 언제든지 된다고 했죠. 다만 우리 집에 와 있다는 걸 반드시 너네 엄마한테 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줌마는 재워줄 수가 없다..."
우리 아들과 동갑내기 딸을 둔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동일한 기준을 OO 이에게 제시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자못 어른 흉내를 내면서.
다음날 아침, 녀석은 말끔하게 교복을 입고 학교 갈 준비를 했다. 아침밥도 한 그릇 뚝딱 먹어치웠다. 우리 아들은 일어나지 못했다. 밤새 토킹이 길었는지, 그래서 또 피곤해진 건지 일어나지 못했다. 하.......
이게 무슨 상황이야. 쓴웃음이 나왔다.
내 정신을 추슬러야 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다시 밤.
이번에는 '잠만 재워줄 수 있냐'라고 물어왔다고했다.어젯밤보다 더 늦은 시간이었다. 아들에게 전해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아이가 집을 나온 지 벌써 일주일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친구네 집을 전전했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남의 집에서 설사 눈치를 준 사람은 없었더라도 얼마나 눈치를 봤을까. 그래도 카지노 게임 추천는 갔네. 안쓰러운 것. 딱한 것... 부모도 속이 썩어 문드러졌겠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의 마음은 또 얼마나 지옥 같을까. 그 상처는...
"집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OO이가 현관 앞에서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눈물이 났다. 집에 갈까, 말까. 수백 번을 생각했을 것이다. 스스로 다시 돌아간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을 터. 축구를 하고 왔는지 교복 차림에 손에는 덜렁 축구화가 들려 있었다.
그런데 부모에게 연락을 했다는 카지노 게임 추천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도될까. 그 부모에게 내가 직접 알려야 하지 않을까. 학교에 전화를 한통 해야 하나.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아이가 등교를 하고 있으니 부모가 담임과 소통을 하고 있겠지만.
나는 또다시 오은영 박사를 소환하고 싶어졌다.
다음 날 아침, 두 녀석은 일어나지 못했다. 나는몇 번을 들여다본 후 방문을 닫고 나왔다. 외부 일정을 처리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깊은 한숨이 나왔다. 이 녀석을 생각하며 한 번, 저 녀석을 생각하며 또 한 번.
전날밤 OO 이는 코를 훌쩍였고, 나는 얼른 감기약을 쥐어주었다. 아직은 쌀쌀한 밤공기. 늦은 시간까지 밖을 헤매고, 남의 집에서 쪽잠을 자며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게 아닌가 싶어 마음이 아팠다. 나는 차마 '그래도 학교는 가야 되지 않겠니'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라는 말이 그토록 이상할 수가 없었다. 학교가 뭔데. 지금 저 아이의 마음이 어떤데.
그럼에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나. 뭐가 다행이냐면, 그러니까 그게 뭐든지 간에. 다행이긴 다행이지 뭐...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교훈을 호되게 느끼게 해 줬어야 했을까. 학교로 쫓아 보냈어야 했을까. 당장 아이를 앞세워 그 부모에게 찾아가야 했을까. 나는 무책임한 어른이었을까. 호구 아줌마였을까.
그날 오후, 집에 오니 두 아이는 없었다. 뒤늦게 각자의 학교로 등교한 것이다. 나는 안도 비슷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날 이후 OO 이는 더 이상 우리 집에 오지 않았다. 집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는 것이 아들의 말이었다.
OO이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그 또한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성장통일까? 아이의 인생에 값진 경험이 될 수 있을까? 나중에는 아무렇지 않게 얘기할 수 있을까? 아무렇지 않아 질까? 잊혀질까? 글쎄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나는 아이들에게 그런 경험을 주고 싶지는 않다. 작년과 제 작년, 사춘기라는 폭풍의 중심에서 우리 아들 또한 집을 나가고 싶다고 말로, 표정으로 수차례 표현했었다. 늦은 밤, 아들을 찾아 정처 없이 아파트 단지 주변을 서성이던 날의 기억은 여전히 많이 아프다.
이 시기가 잘 지나가길, OO이가 잘 지내기를, 막연하게, 그러나 진심을 담아 바라본다. 그 아들은 다음 아닌 내 아들의 또 다른 모습이므로.
"그런데 카지노 게임 추천 밖 청소년이 뭐예요?"
"... 카지노 게임 추천를 안 가는 청소년이요."
"카지노 게임 추천를 안 가요? 그런 애들이 있어요?"
"!!!!.... 카지노 게임 추천 적응이 어려울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고요."
"왜요?"
그녀는 내 또래 학부모이기에 나는 꽤 충격을 받았다.
우리 시의 주요 도로에도 카지노 게임 추천밖 청소년 지원에 대한 플래카드가 꽤 자주 붙어있는데. 이렇게 모를 수도 있구나. 이게 일반적인 반응이려나.
전국의 '학교 밖 청소년'의 수는 약 17만 명으로 추정되며, 이는 학령인구의 3%에 해당된다(2022~2023년 기준). 인구수는 줄고 있는데, '학교 밖 청소년'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나에게 '학교 밖 청소년'은 익숙한 말이고 존재이다. 주변에서 많이 들었고,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이 주변에 있다. 이 사회에서 절대적으로 바뀌어야 하지만 여전히 제자리인 교육 시스템에서 떨어져 나오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나 또한 어쩌면 그저 용기가 없어서 유지하고 있는 아이의 학교 생활.학교를 그만두는 것은 또 다른 선택일 수 있다. 아니, 그렇다. 실제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는 굉장히 다양하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많이 학교를 그만두는 대상은 단연 고등학생이다.
학교를 다니든, 다니지 않든, 그 시기를 보내고 있는 모든 십 대 청소년들을 응원한다. 그리고 그 십 대 청소년에 우리 집 아들둘도 해당된다는 것을... 제발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