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에 있어야 할 냉장고, 왜 시설장 집 주방에 있을까요?
*오마이뉴스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5년이 밝은지도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연말연시가 되면 개인이나 단체, 기업들은 사회복지시설이나 기부금 모금 단체에 후원을 많이 한다. 우리나라에는 <노인복지관이나 <지역아동센터와 같은 다양한 사회복지시설이 있고 <사회복지공동 모금회 , <사랑의 열매, <굿네이버스, <월드비전 등 기부금 모금 단체가 있다.
국내 대표적인 기부금 모금 단체인 <사랑의 열매는 '사랑의 온도탑'을 통해 매년 나눔 온도를 발표한다. 2024년 '희망 2024 나눔 캠페인'에서 사랑의 온도탑은 목표 모금액인 4,349억 원을 초과하여 총 4,835억 원(잠정집계)을 모금하였으며, 나눔 온도는 111.2도를 기록했다.
나도 소액이지만 매달 재단이나 사회복지시설에 후원을 하고 있다. 종종 사회복지설이나 모금단체에서 보조금이나 후원금을 횡령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후원금 모금 방식에 대한 이야기도 논란이 된다. 후원금 횡령 사건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후원을 중단하는 사람들도 생긴다. 후원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기부한 후원금이 전액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쓰이길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후원금을 모집하고 집행하는 시설이나 단체의 실무자 입장에서 보면 후원금 전액을 클라이언트에게만 사용하기 힘들다. 인건비와 시설 운영비 등 필수 경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보조금을 받지 않는 시설이나 단체일수록 더욱 그렇다. 내가 아는 선에서 사회복지시설(지역아동센터) 후원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분석 기사를 썼다. 나는 아동 사회복지시설에서 약 15년간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시설운영과 아동 돌봄, 그리고 후원금 업무를 담당했었다.
지정후원과 비지정 후원
지역아동센터와 같은 사회복지시설에 후원하는 방식은 크게 '지정후원'과 '비지정 후원'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지정후원은 후원자가 특정한 목적과 용도로 사용해 달라고 지정하는 후원이다. 해당 사회복지시설이나 후원금 모금 단체는 후원자가 지정하는 목적과 용도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후원자(개인이나 단체, 기업 등)가 후원 방식을 지정후원(지정후원기탁서 작성)으로 하면 된다. 주로 클라이언트를 위한 장학금이나, 교육비, 의료비 등이다. 하지만 지정후원금의 경우에도 후원금의 15% 이내에서 후원금 모집, 관리, 운영, 결과 보고등에 필요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시설 운영자들은 대부분 지정후원금의 경우에는 당초 목적에 맞게 사용한다. 후원금 정산할 때 번거롭기 때문이다.
비지정 후원의 경우에는 후원자가 사용 용도를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복지시설에서는 복지사업 용도뿐만 아니라 공공요금 같은 시설 운영비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시설 운영자가 아무렇게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직접비'와 '간접비'로 구분해서 사용을 해야 한다.
▲후원금비지정 후원금 사용 기준 ⓒ 김인철
또한 당해연도 비지정 후원금에서 간접비 사용비율이 50%를 넘으면 안 된다. 그리고 간접비 사용 비율 50%는 당해연도 비지정 후원금 수입총액이 아닌 지출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예를 들어 2024년 총 모금된 비지정 후원금이 1천만 원이고 그중 700만 원을 지출했다면 700만 원을 기준으로 간접비 50% 초과 여부를 판단한다.
즉 간접비 사용금액이 350만 원을 넘으면 안 된다. 비지정 후원금 총액인 1천만 원을 기준으로 하면 간접비 사용 금액 한도가 500만 원이니 시설 운영자 입장에서 보면 더 엄격한 기준이 된다.
시설에서 비지정후원금을 사용할 때 간접비 비율이 5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이유는 후원금의 공익성과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당해연도 결산시 간접비 사용 비율이 50%가 넘으면 지자체감독기관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사회복지시설이나 모금 기관은 당해연도 사업이 끝나면 후원받은 금액과 그 사용 내역을 매년 1회 3개월간 공시를 해야 한다. 공시 내용은 '후원금 총액', '사용내역', '후원금 잔액', '후원 물품 수량 및 사용계획 및 결과'이다. 공시방법은 시설 내 게시판, 기관 홈페이지, 협의회 등의 홈페이지에 하면 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횡령 사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은 매년 사회복지사 보수교육이나 종사자 의무교육을 정기적으로 받기에 후원금을 집행할 때 상당히 신중하게 사용한다. 그럼에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후원금을 잘못 사용하는 사례가 있다. 다양한 사례가 있지만 본 기사에서는 세 가지 사례를 살펴봤다.
첫째. 인건비 명목으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 횡령
강사를 허위로 등록하고, 급여를 지급한 뒤 이를 다시 개인 계좌로 반환받는 방식으로 횡령한 사례다. 이런 수법은 후원금 및 보조금이 시설 운영과 무관한 용도로 전용되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안산시 A지역아동센터 시설장은 교육강사비, 인건비, 식자재 비용을 조작하고 급식 조리사 등 직원 인건비를 부풀려 지급한 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시에서 받은 보조금 중 2,315만 원을 횡령해 개인 생활비로 사용했다.
<일요신문, 2021.06.23
두번째. 시설 비품 바꿔치기
A시설의 센터장은 얼마전 지자체 보조금(시설환경개선비)으로 시설운영에 필요한 비품인 냉장고를 살수 있게 되었다. 마침 센터에 있는 냉장고가 낡고 오래 되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에 냉장고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지자체 보조금(시설환경 개선비)으로 새 냉장고를 한대 구입했다. 그런데 한 기업에서 냉장고를 후원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센터에 냉장고가 새 냉장고가 두 대가 생겼다. A센터장은 새 냉장고 한 대를 자기 집 주방에 설치하고 집에 있던 냉장고를 시설에 가져다 놓았다.
세번째. 공사비 부풀리기
지자체 보조금이나 후원금으로 낙후된 시설 환경 개선을 하는 경우가 있다. 소규모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도배나 장판을 새로 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화장실, 주방을 개선한다. 공모사업을 통해 시설 전체를 리모델링 할 때도 있다. 시설 환경개선 공사를 할때 투명하게 해야 하지만 일부 시설은 꼼수와 편법을 사용한다. 공사를 맡은 업체와 이중 계약서를 작성하여 공사비를 평균 시세보다 높게 책정한 뒤 차액을 돌려받은뒤 개인적으로 사용한다.
슬기로운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용 생활
위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횡령 사례들은 극히 일부분이지만 한번씩 후원금 횡령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 후원자들이 후원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하려면 후원금 모금 단체와 사회복지시설들이 투명성을 높이고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아울러 후원자들도 자신이 시설이나 단체에 후원하는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또한 지자체와 관련 당국은 후원금이 부정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투명한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할 필요도 있다.
기부 문화가 발달한 선진국에선 중산층 판별 기준에 한 달에 기부를 얼마나 하는가도 포함된다고 한다. 기부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한국도 기부 문화가 성장하고 있지만, 위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횡령 사례처럼 신뢰 부족으로 인해 기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선진국처럼 세제 혜택을 더 확대하고, 기부금 관리 시스템을 더욱 투명하게 운영한다면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도 더욱 활성화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