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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품 Oct 18. 2024

저희가 당연히 할 일이에요.

<높임말로 대화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11화 : 담임의 오해

저희가 당연히 할 일이에요.


낌새가 이상했다. 자꾸 속닥거리는 게 영 수상했다. 특히 남자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움직임이 미심쩍었다. 캐묻고 싶었다. 그러나 심증은 있되 물증이 없었다. 좀 더 살펴보기로 했다. 그들을 예의 주시했다.


“찰떡궁합 씨, 오늘 제가 가는 날 맞죠? 동참 씨가 올 때, 찰떡궁합 씨가 목요일 갈 때. 맞죠?”

온라인 카지노 게임디어 씨가 찰떡궁합 씨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 가까이 있는 자기들만 알아들을 정도의 소리였다. 순간 담임은 ‘소머즈’로 변신했다. 그들의 소리가 아주 또렷하게 들렸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디어 씨, 찰떡궁합 씨, 동참 씨 모두 수상한 그룹으로 담임의 레이더망에 있었기 때문이다.


각각 맡은 요일이 있다고? 어디를 간다는 거야? 밖에서 뭘 하고 다니는 거지? 돌아가면서 한다고? 한두 명이 아니고만. 좋아. 너희 딱 걸렸어.


드디어 꼬투리를 잡았다 싶었다. 순간 경찰로 빙의한 담임이 형사의 눈매를 하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디어 씨와 찰떡궁합 씨를 불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디어 씨, 찰떡궁합 씨, 지금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어디를 간다는 건가요? 요일은 왜 정했지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디어 씨와 찰떡궁합 씨가 싱글싱글 웃으며 담임에게 다가왔다. 이상하다. 담임의 날카로운 형사 눈빛과 말투에 눈치를 챘을 법한데, 왜 저렇게 해맑게 웃는 것일까?

“선생님, 사실은 저희가….”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아니, 진실은 이것이었다.




우리 반 조심 씨가 다리를 다쳐 깁스를 했다.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조심 씨는 원래 다리가 약해 늘 조심해야 했다. 그런데 깁스까지 했으니, 주의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아졌다. 긴 깁스 생활에도 조심 씨는 씩씩하게 생활했다. 친구들이 이것저것 많이 도와준 덕분이었다. 조심 씨 물건이 떨어지면 냉큼 주워주고, 학습지를 대신 제출해 주었다. 급식실에서 조심 씨의 식판을 들어주고, 전담 교실 이동 시 조심 씨의 교과서를 대신 옮겨주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조심 씨가 느낄 어려움을 먼저 찾아 해결해 주었다.


교실 안에서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생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문제였다. 교실에서 급식실까지 거리가 멀었다. 교실을 나가 3층 엘리베이터까지 가는 것이 한 참, 1층 엘리베이터에서 급식실 가는 길이 또 한참이었다. 조심 씨 혼자 목발을 짚고 급식실까지 가려면 점심시간이 다 끝날 것 같았다.


점심시간 친구들 한두 명이 조심 씨를 부축하기 시작했다. 조심 씨의 속도에 맞춰 걷느라 부축한 도우미 친구들까지 급식받는 자기 순서를 놓치고 밥을 가장 늦게 받았다. 친구들 부축으로 조심 씨는 느렸지만, 무사히 점심을 먹고 교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선생님, 사실은 저희가….

점심시간 조심 씨 도우미 계획표를 짰어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디어 씨가 처음 생각해서 저와 같이 해보자고 했는데, 동참 씨랑 다른 남자 친구들도 함께한다고 해서 저희끼리 요일을 정했어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디어 씨와 찰떡궁합 씨가 번갈아 설명했다.


급식실로 조심 씨를 부축하는 일은 누구 혼자서는 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하루 이틀로 끝나지 않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디어 씨가 찰떡궁합 씨에게 계획표를 짜자고 제안했다. 동참 씨 등 다른 남자 친구들이 둘의 계획을 알고 함께하기로 했다. 그들은 요일별로 순서를 정했다. 급식실 갈 때와 올 때 도우미도 따로 나누었다.


아이들은 계획표대로 점심시간 조심 씨 부축 도우미를 실천했다. 조심 씨의 속도에 맞춰 걷느라 가는 도우미는 급식받는 자기 순서를 놓치고 밥을 가장 늦게 받았다. 그러나 빨리 먹고 교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오는 도우미는 조심 씨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부축해서 함께 교실로 돌아왔다. 공평하게 역할을 나누었다. 다리 다친 친구를 도와줄 수도 있고, 점심시간을 확보할 수도 있었다.


담임에게 딱 걸린 온라인 카지노 게임디어 씨와 찰떡궁합 씨의 대화는 결국 조심 씨의 급식실 도우미 일정 확인이었다. 마침 그날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디어 씨가 조심 씨를 부축해서 급식실로 가는 도우미, 동참 씨가 교실로 오는 도우미를 하는 날이었다.


“왜 선생님에게 말하지 않았어요?”

“그냥 저희가 당연히 할 일이라서요.”




오! 이들이 진정 나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란 말인가? 날개 없는 천사가 바로 내 앞에 있었다. 이런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의심하다니. 편협한 담임 정말 못났다. 조심 씨의 급식실 이동은 정해진 것 없이 그때그때 상황 따라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자발적으로 요일과 역할을 정하고 계획표까지 작성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왜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순수하게 물어볼 생각을 하지 않고, 무턱대고 의심부터 했던 것일까?


학교 업무에서 가장 하기 싫은 것 중 하나가 학교 밖 사건 사고 처리이다. 학급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어떻게든 담임이 중재하고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하나 지도해서 끝나지 않는다. 정확한 정황을 알아보고, 관련된 다른 학급 친구들과 상담하고, 부모님들께 연락을 취해야 한다. 때로는 피해를 본 학교 밖 사람들과 처리해야 할 일도 생긴다.


수업만 하는 사람이 선생님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수업은 뒷전이고, 사고 처리 및 관련 학생 상담만 몇 시간 하는 날이면 진이 다 빠진다. 내가 형사인지 교사인지 정체성이 혼란스럽다. 우아하게 선생님만 하고 싶다. 인상 쓰는 형사 역할은 체질에 맞지 않는다.


학교 밖 문제를 처리하기 싫은 담임의 마음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의심했다.학교폭력 예방 및 학교 밖 생활 지도라는 명분을 붙이더라도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위한 봉사와 학교 밖 사건 사고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컸다.


미안한 마음에 봉사자들을 아주 크게 칭찬했다.

“우리 반 천사 친구들이 계획표를 짜서 조심 씨 급식실 이동을 도와주고 있었어요. 선생님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친구를 도와주려는 따뜻한 마음과 자발적인 실천 정말 멋져요. 천사들 일어나 볼까요?”

“우와!”

친구들의 놀람과 환호의 감탄사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자리에서 일어난 천사들은 여유 있게 미소 짓고 있었다. 당연히 할 일을 했다는 듯이. 뭐 이 정도로 이렇게 칭찬을 하냐는 듯이.


청출어람(靑出於藍). 아이들에게 매 순간 예쁜 말을 하고, 타인을 생각하며, 바른 행동 실천을 강조했다. 어느 순간 아이들은 지도한 담임을 능가했다. 생각지도 못한 긍정의 언어를 구사하고, 다 같이 행복한 방법을 연구했으며, 깜짝 놀랄 선행을 실천했다. 아이들에게 학급을 위한 봉사와 친구 도와주기는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그냥 당연히 내가 할 일이었다.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선한 마음의 생활화. 봉사의 습관화. 구성원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우리 학급의 비결이었다.

“그냥 저희가 당연히 할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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