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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Feb 03. 2025

어둠 속의 카지노 게임, 왜 걷지?

2024년 9월 19일 : Santiago De Camino

Puente La Reina - Estella 22km


푸엔테라이나에서 다시 걷는 카지노 게임의 첫날이다.

카지노 게임여왕의 다리-푸엔테 라이나


아무래도 첫날이라 잠을 좀 설쳤다. 다섯 시가 되어서야 잠이 깼다. 그 시간에는 아직까지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겠지.. 했다. 하지만 웬걸, 전날 숙소에서 만났던 아가씨도 벌써 일어나 배낭을 꾸리고 있었다.


아직도 컴컴한 새벽인데.. 곧 길을 나선다고 한다. 나는 눈만 동그랗게 뜨고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와~ 대단하다. 여자 혼자서 어두운 새벽에 길을 걷는다고?"


서울에서 왔다는 아가씨는 작은 키였지만 제법 체격도 다부지게 보였고, 깡다구도 있어 보였다. 나의 놀라는 반응에 슬그머니 미소만 지었다. 간단히 아침을 함께 나누고 같이 출발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나의 오지랖이 발동했다. 혼자 떠나는 아가씨가 걱정되기도 하고, 새벽길도 이참에 한번 경험해 보자는 나의 생각이었다. 겁이 많은 나로서는 솔직히 어두운 길을 걷는 일은 썩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나 무조건 출발이다. 무엇보다 첫날이다. 나의 체력이, 발의 컨디션이 어떨지 모르는 일이었다. 긴장이 된 건 사실이다. 힘들면 쉬어가야 하기에 일찍 출발하는 것도 괜찮다.


9월이라 아침 여섯 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는 컴컴하다. 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혼자서는 절대 갈 수 없는 길이다. 역시 둘이라도 무서운 건 마찬가지였다.


가로등이 있는 길가를 걷는 것도 아니다. 불빛하나 없는 산길이다. 작은 손 전등에 의지하여 둘은 척척 걸어 나갔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험난한 바윗산 같은 산등성이를 오르기 시작했다. 배낭무게도 만만치 않았다.


땀을 비 오듯 흘렸다. 둘은 쉬지도 않고 숨을 헐떡이며 있는 힘을 다해 언덕을 넘었다. 그녀와 나는 어두움을 물리치려는 듯 빠른 걸음으로 묵묵히 걸었다. 이거.. 무서우니까 발걸음이 더 빨라지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였다.


정신없이 쉬지도 않고 걷다 보니 날이 밝았다. 만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한결 살 것 같았다. 얼떨결에 새벽길에 도전해 보자고 따라나선 길이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을 한 시간이 넘게 걸었다.


그녀는 걸음이 상당히 빨랐다. 그 속도를 맞추느라 나는 죽을힘을 다해 걸었다. '에이~이 아씨 괜히 따라나섰나 봐.. 새벽길이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그녀를 먼저 보냈을 것이야..'라는 생각들이 연이어 들었다.


첫날부터 무리해서 발의 통증이 다시 생긴다면.. 어떡해? 하며 드럭 겁이 났다. 이제 아침도 밝았고, 나는 좀 쉬기로 하고, 아가씨는 계속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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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테야 가는 길


나는 이날 결심했다. 새벽길은 아냐!라고. '아니, 사람들 새벽길 왜 걷냐고? 나의 카지노 게임 스타일은 아니다. 대부분 새벽에 떠나는 순례자들은 숙소에 빨리 도착하고 싶어서다.


팬데믹 이유로 카지노 게임에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알베르게 구하기가 힘들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데.. 순례자들 사이에 알베르게 구하기 경쟁(?)은 팬데믹이전에도 있었다. 그때 나는 숙소 예약을 하지 않고도 자는 곳을 찾지 못해서 힘든 일은 없었다.


나의 카지노 게임은 내 발걸음에 맞춰 쉬어가고, 묵고 가면서 길 위의 모든 정취를 느끼고 감상하는 것이다.


새벽 카지노 게임에 나서면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멋진 곳이라고 해도 새벽에는 사진도 남길 수가 없다. 나는 내가 걷는 카지노 게임 처음부터 모두를 보고 싶다. 그것이 나의 카지노 게임 로망이며 카지노 게임을 걷는 이유다


첫날이라 루트도 험난했지만 힘든 하루였다. 몰골은 땀에 젖어 한여름에 중노동을 한 사람 같았다. 사실, 걷는 일은 엄청난 노동이다. 그 대가로 알베르게에 여유 있게 도착했다.


누워서 휴식을 좀 한 다음, 내가 할 일은 그 도시를 탐험하는 일이다. 골목골목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기다.


에스테야는 중소도시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로 붐비고, 아기자기한 예쁜 가게와 카페 등 볼거리가 많았다.


마을 번화가 쪽으로 걸어가면 광장이 있는데 그럴싸한 한 야외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광장은 모여든 아이들과 노인들의 놀이터와 쉼터처럼 시끌벅적했다.


나는 시원한 맥주 한잔을 기분 좋게 들이꼈다. 종탑 위를 난무하는 새떼들을 관람객처럼 구경했다.


순례자 메뉴 '델 디아'도 주문했다. 델 디아는 순례자들을 위한 메뉴세트다. 생수와 와인을 포함해서 샐러드와 메인요리, 후식까지 먹을 수 있다. 오늘 수고한 나를 위한 푸짐하고 맛있는 점심 겸 저녁이다.


긴 길을 걸은 후에는 뜨거운 물로 하는 샤워와 영양가 있는 맛난 음식, 그리고 조용한 휴식이 최고다.


순례자들도 각자 자신의 시간을 가지고 쉬는 모습들이다. 팬데믹 이후로 카지노 게임 모드가 조금 변했나? 할 정도였다.


9시쯤.. 마을 종탑에서 울려 퍼지는 은은한 종소리가 향긋한 내음처음 고요히 나의 누운 머리맡까지 맴돈다.


에스테야 광장


아, 너무 그리웠다. 이 고즈넉한 평안함이.

내일은 동이 틀 무렵, 세상이 밝아오는 아침, 그 아침을 바라보며 카지노 게임을 떠나야지.





이번 카지노 게임에 관한 글은 2019년도에 이미 발행한 카지노 게임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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