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하기 힘든 순간을 견디며
다음날도할머니를찾아갔다. 원래는요양원에할머니를보러일주일에두번만찾아갈수있는데, 할머니의병환이깊어지고일주일에두번이상보러가도괜찮았다. 그거하난좋았다. 오늘은오빠와함께갔다. 차안에서오빠와할머니의절망적인상태에대한이야기를나눴다. 명확한해답도없이나는눈물을닦느라여념이없었다.
병실문을열자마자할머니의상태가더나빠졌다는건금방알수있었다. 할머니는그나마잘먹던자두마저먹을수없는상태였다. 경관식을시작했기때문이다. 할머니의코에는이상한관이끼여있었다. 그관을통해영양식이들어가고있었다. 할머니의손은침대양옆에하얀천으로묶여있었다. 간호사에게코에낀경관을손으로뺄위험이있기때문이라는말을전해들었다. 할머니는무력하개가는숨만쉬고계셨다.
코로 무언가가 들어가는 이물감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이게 다 할머니를 위한 일이라지만,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혼란스럽다. 어떤 느낌일까. 오히려 저게 더 할머니를 갉아먹는 짓은 아닐까. 할머니는 얼마나 저항하고 싶을까. 할머니는 시들어가는 수선화처럼 침대에 축 쳐져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두 눈을 가진 게 원망스러워진다.
일전에 의사는 할머니의 연명치료나 경관식을 하겠냐는 의견을 물었다. 삼촌과 나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분명 경관식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했건만.'할머니를 왜 이렇게 고통스럽게 하는 거야. 왜…'. 나는 간호사에게 더 이상 할머니를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기로 했다. 우린 분명히 말했지 않나. 아무래도 간호사에게 따져야겠다.
“아니, 할머니, 무료 카지노 게임 안 하…“
눈물을 참으려 목을 쥐어 짜 봤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경관식 안 한다고 했었는데, 그랬었는데 왜 하시는 거예요? 할머니 마지막 가시는 길이라도 편안하게 해 드리고 싶어요. 제발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할머니 힘들어 하시는 거 못 보겠어요.‘ 이렇게 똑 부러지게 말하고 싶었는데. 아무 말도 안 나온다. 간호사들은 사무적으로 날 바라봤다.
옆에 있던 오빠가 대신 말을 이어 준다.
“무료 카지노 게임을 안 할 수는 없는 건가요.”
“열을 내리려면 어쩔 수가 없어요. 항생제를 써야 하는데 몸이 버티려면 이렇게라도 드셔야 해요.”
더듬더듬 어떻게든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준비한 문장은 끊어진 열차처럼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늘 두려워 하던 이별이란 놈. 그 잔인한 놈이 내 두려운 마음에 노크를 한다. 쾅쾅 두드리지만 나는 아무도 없는 척 숨고 싶었다. 이별이 아닐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때, 눈물이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만하면 됐다고. 어서 가서 할머니의 얼굴이나 더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