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솔아, <나는 지금도 거기에 있어
안녕하세요.
상록의 서가입니다.
이번 달에는 선물을 서두에 말하고 싶어요. 밤잼을 고른 이유는 요새 핫한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때문이랍니다. 다들 재미있게 보셨나요? 아직 안 본 분도 계시겠죠. 꼭 보세요. 셰프들 각자 개성이 뛰어나고, 새로운 예술의 경지를 맛볼 수 있답니다.
에피소드 중에 편의점 음식으로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어야 했는데요. 거기서 1등한 메뉴가 바로 ‘밤 티라미수’랍니다. 저도 여러분에게 밤 티라미수를 보내드리고 싶은데, 그건 아이스박스가 필요할 것 같아서, 밤잼으로 대신합니다. 가을에 먹으면 딱 좋은 포근한 맛이라 좋아하실 듯해요.
아, 더 중요한 이야기를 빼 먹었나요. 저희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아무래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일 테죠. 사실, 저는 우리나라의 경사라기 보다는 그저 한강 작가의 개인적인 업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한국인으로서, 한국 문학계에 큰 업적을 이룬 건 기쁩니다. 다만 거기서 끝입니다. 우리나라에 노벨문학상만큼 권위있는 상이 없다는 안타까움이 더 컸습니다. 한국문학의 맛있는 말맛과 표현, 애환은 유수의 걸작보다 훌륭한 게 많거든요. 우리나라 문학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기에는 아직이라는 생각에 씁쓸했어요. 제가 좀 꼬였을 수도요.
그 김에 우리나라의 훌륭한 카지노 게임를 소개해 보려고 해요. 임솔아 카지노 게임의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라는 단편 소설집입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한 편, 한 편 읽으며 다소 충격적이었어요. 이렇게 밀도 있게 한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고, 그것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지요.
이 책에는 4명의 주인공이 나옵니다. 이 4명은 전부 남겨지고, 기다리는 존재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상처에 이골이 난 듯한 단정한 어조가 서로 닮은 네 사람 모두 자신이 깎여 나간 경험이 있기 때문일까요. 그들은 서로의 곁에 덤덤히 머물러 줍니다.
머물러 ’준다‘는 말보다, 자신의 의지로 ’머문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어요. 그들은 어떠한 호의도, 부담도, 편견도 없이 그저 곁에 카지노 게임 편이라서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네 사람의 무채색의 경계는 성숙의 결과라고 믿어도 되겠죠.
가장 마음이 가는 주인공은 <관찰의 끝의 ‘우주’와 ‘선미’에요. 선머슴 같은 여자 아이 ‘우주’가 일반적인 관계에 속하기 위해 친구들을 관찰하고 따라하는데요. 자신을 이해해주는 ‘선미’를 만나 관찰이 필요 없는 편안한 관계를 맺지만, 믿었던 친구에게 마저 끝내 부정 당하죠. 연약해진 내면을 움켜쥔 채 다시 관찰합니다. 이제는 남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요.
“서로의 침묵에 잠깐씩 기대며 우주와 선미는 무사히 멀어졌다.“
이 문장을 읽으며 임솔아 카지노 게임님의 책은 저에게 지진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책을 떠올리면 여전히 평온한 가치관에 맨틀이 뒤틀리고 새로운 관점과 진동과 울림을 줍니다. 동정심을 친애하고 존경하는 저로서는 임솔아 카지노 게임님이 만든 장면을 애정해요.
날씨가 풀리고 벼르고 있던 고종의 서재, ‘집옥재’에 다녀왔어요. 정자에 앉아 풍광과 문학을 즐기던 황제와 신하들의 모습이 떠올랐는데요. 그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게 됐어요.
여러분은 어떤 곳에서 책을 읽는 걸 가장 좋아하시나요? 궁금하네요. 가을은 짧고 선량해요. 다들 충분히 만끽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