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사물에 빙의해서 글을 써봐요
“글쓰기에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글 쓰는 주체의 개인적 특성을 잘 드러냈느냐가 관건일 뿐, 정답 같은 건 꿈에서조차 있을 수 없는 것이 글쓰기라는 장르의 본질이다.”
-정아은,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에헴. 초면에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저는 인기가 많습니다. 그 뭐랄까 요즘엔 인플루언서 뭐시기 하는 사람들이 대단하다지만, 솔직히 말해서 저랑 비교 자체가 안 되죠. 아마 돈도 제가 더 많이 벌었을걸요. 저는 인터넷이 등장하기 훨씬 전에 데뷔했고,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니까요. 전문분야가 뭐냐고요? 글쎄요, 저도 제가 뭘 잘하는지 모르겠어요. 말주변 없고, 극히 내성적인 성격이라 일대일 대화를 나누는데도 진이 빠지는 타입입니다. 한 번은 어떤 모임에 가서 여러 명을 동시에 만난 적이 있는데,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결국, 입고 있던 두툼한 종이쪼가리로 얼굴을 가려버렸어요. 아, 조금 헷갈리네요. 그들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배려해서 얼굴을 가려준 것 같기도 하고요.
어쨌든 그때만 생각하면 그들에게 조금 미안하네요. 저는 잘생겼거든요. 사람들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보는 이유도 얼굴 때문이란 생각이 들어요. 제 자랑 같아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요, 사실 조각 같다는 수사로도 한참 부족해요. 아이고, 여기저기서 토하는 소리가 들리네요. 죄송하지만 이건 허무맹랑한 이야기 아니고요, 카지노 게임 사이트 만난 수많은 사람의 공통된 의견이에요. 흥미로운 건, 카지노 게임 사이트 직접 보지 않은 사람들도 제가 잘생겼다고 소문을 퍼뜨린다는 거죠. 처음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 본 사람이 제법 유명했나 보드라고요. 그 사람이 말하자 뉴스에서 그 말을 인용하고. 걷잡을 수 없게 소문이 퍼져나가더니. 쩌-어기 지구 반대편 사람들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잘생겼다고 합디다. 하하, 참 좋은 세상이에요. 저는 그냥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요. 느닷없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거든요.
그 뉴스 게시판 어디 가면 볼 수 있냐고요?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데뷔했을 땐 텔레비전도 없었다고요. 뭐, 굳이 꼽자면 신문은 있었네요. 당연히 지금은 썩어 문드러졌죠. 그래서 뭐든 글로 표현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계약서가 그렇잖아요. 서로를 옥죄이는 족쇄. 강제로 신뢰를 형성하게끔 하는 차악(次惡)! 저를 처음 만카지노 게임 사이트 분들은 도무지 믿으려는 기색이 없더군요. 뭐 하나 종이쪼가리를 들이밀어야, 없던 권위가 생기더라고요. 그런 고로 요즘엔 나름 준비를 해서 다닙니다. 수상 증명서를 꼭 몸에 품고 다니고요, 서평단 운영도 하고요, 돈 좀 주고 유명 유튜버에게 홍보 의뢰도 한답니다. 좀 팔린다 싶으면 개정판 양복으로 쫙 빼입어야 하고요. 아무래도 백 년을 넘게 살아온 저 같은 노인이 갓난쟁이들과 경쟁하려면 이런 감각쯤은 있어야 하잖아요.
얘기가 잠깐 샛길로 빠졌는데요. 아무튼, 눈썹 이야기만 하는데도 아마 백지 한 장을 가득 채워야 할 것 같습니다. 문득, 옛 생각이 떠오르네요. 그 언제냐. 한여름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어 옆을 보니, 모르는 사람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보면서 뭔가를 적고 있더라고요. 수상쩍은 기색이라 뭐 하냐고 따지면서 그의 노트를 들여다봤는데요. 글쎄, 거기엔 제 코에 관한 글이 빼곡히 적혀있더라고요. 그때 알았죠. 사람들이 제 이목구비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요.
그러고 보면 제가 말주변은 없어도, 누구와 눈이 마주쳤을 때, 시선을 내리깔거나 돌린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깡이 좋냐고요? 그건 아니고요. 가만 생각해 보니 사람들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보는 시선을 즐기는 것 같습니다. 참 대단치 않은 이유란 생각을 하지만, 모든 행동에 이유가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이유 없이 즐길 때가 좋다는 생각도 들고요. 사람들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볼 때가 그렇습니다. 서로에게 몰입하고 있다는 게 옳겠어요. 그 뭐냐. ‘미사일 칙쇼 미사일’이었나? 아, 이건 뭔가 이상하네요. 그러니까 ‘미하일 칙센트 미하이’란 이름 헷갈리는 사람이 말한 ‘몰입’ 있잖아요. 그 눈이 게슴츠레해지면서 동공이 풀리고. 쓰-읍, 계속 있어 보이는 말을 쓰려니 계속 말문이 막히네요. 에라 모르겠습니다. 그냥 제식대로 얘기할게요.
보통은 이렇습니다. 누군가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잡아먹을 듯 뚫어지게 바라봅니다. 그러면 저도 그를 지그시 바라보지요. 이건 아주 이상적인 경우라 할 수 있겠네요. 서로에게 침을 튀기지도 않고, 얼굴에 뭔가를 죽죽 긋지도 않으니까요. 참, 가끔 제 얼굴에 띠지를 붙이기도 하는데, 그건 뭐 떼어내도 티가 안 나니까 괜찮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제 피부가 접힐 정도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 꼬집는 일인데요. 그러면 그 자국이 마치 주름처럼 잡혀서 지워지지 않더라고요. 이런 불쾌한 기분을 그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이런 일도 있었어요. 그가 뭔가 자극을 받았는지 카지노 게임 사이트 보며 쫑알대더라고요. 저는 귀가 없다 보니 뭔 소릴 하는진 모르겠어요. 그렇게 제 얼굴을 한 장씩 넘기면서 계속 침을 튀기는데. 이건 마치 하수돗물 미스트를 얼굴에 뿌리는 기분이었어요. 이땐 정말 본능을 거스르고 세수를 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피부가 완전히 녹고, 제가 품고 있던 잉크가 녹아버려 빈털터리가 되는 거니까요. 꾹 참았죠. 그는 낭독 유튜버라도 되려는 걸까요. 이것 참 골치가 아프네요. 여러모로 유명한 책(feat.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살기란 이토록 힘들답니다. 당최 가만두질 않으니까요.
그럼 오늘도 힘차게 우리의 글을 써봐요!
짧아도 괜찮고요, 투박해도 좋습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반드시 당신의 보석을 발견해 드릴게요.
*‘25.4.17(목) 백일장 글감: ‘빙의’
*‘25.4.17(목) 자정이 지나기 전까지, 글감과 관련된 산문(일기, 수필, 에세이) 1편(공백 포함 300글자 이상 2,000글자 이내)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미라글모닝에 공유하시면, 피드백을 달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