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n 05. 2023
그와 그녀의 연애
단편 소설-1. 냄새
학생, 혹시 범죄심리학 공부할 생각 없어요? 얼굴에 어둠이 있는 게, 탐나는 얼굴인데 말이야.
'질문을 하지나말걸..'
단상 뒤에서기다리던 여학생들이키득키득 웃었다.
도현은강의중 나왔던 프로파일러에 대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했다가교수님께강제영입당할 뻔했던것이다.
강력사건이 났다 하면뉴스에 자주 나오는오미란 교수는당시에는 젊은시간강사였다. 아직 남아있는그녀의강한 부산사투리는강력범죄를분석하던강의에양념이 되어 학생들에게인기였다.
인정할 것은 오교수님의 예리한 눈이었다. 이도현, 190cm에 85kg,조폭 행동대장 정도 덩치인이 학생은,여느 생기발랄한 대학 신입생은아니었다.
가슴저밑에들끓는 분노와머리 위에는 따라다니는 어두운먹구름이둘러싸인 범상치 않은신입생이었다.
아버지가... 사고가 났다는구나.
도현이 귀가하자 엄마가 사색이 되어 말했다. 애써 건조하게 말했지만엄마의입술이부들부들 떨렸다.
그날은그가 대학 예비소집에 다녀오던 날이었다. 수험생활을 마무리하고대학생활에부풀었던그날은바로 악몽으로 변했다.
아버지가 운전한트럭은눈길에미끄러지며3중 추돌사고를 냈다.
사망한 사람은 없었지만, 연쇄추돌로인한피해보상이 남았다.아버지는보험이없는트럭을 운전한 것이었다.
아버지는 중환자실에, 어머니는 사고수습에동분서주했다.
도현의 등록금은먼친척당숙어른께 빌릴수밖에 없었다. 엄마가전화기 앞에서무릎을 꿇고연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도현은 지켜볼 뿐이었다.
3번의 큰 수술을 한아버지는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하지만,수술비와병원비가 문제였다. 엄마와 누나가 공장에서 벌고주말부업까지 뛰어야 했다.
선생님 오늘까지만 나와주세요.
애 성적이 오르지를 않으니까요.
학부모님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과외선생으로도현에게는 참으로부끄러운 일이었다.
"어머님, 죄송합니다."
도현은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 누구를 가르쳐본 적이없는초짜선생에게 현실은 냉혹했다.
'괜한 민폐를 끼쳤구나.'
도현은 그 뒤로다시과외를 알아보지 않았다.
그래도 면접인데 그 모자는 벗어라.
작은 키에 창백한 얼굴, 두꺼운안경을 낀 사서가말했다. 도서관 알바모집 공고를 본 도현은면접을 보고 있었다. 작은방안에 야구모자를 눌러쓴 남학생과 도현 두 명이앉아있었다.
"네... 죄송합니다."
잠깐 멈칫한남학생이 수줍게야구모자를 벗었다.
앞머리가 휑한M자 탈모가 보였다.
"뭐야1학년 맞아? 재수생아니삼수생이지?"
"아닌데요. 저 현역인데요. 19살이에요"
사서는 당황한 듯둘을 번갈아보며말했다.
"둘다 1학년에, 도서관에 덩치있고 힘쓰는 애가 필요하니 너는 합격이고, 그리고... 탈모... 넌불쌍하니 그래 합격 준다."
합격했지만 둘 다 그리 기쁘지만은 않았다.문헌정보 졸업생이라는 선배 라떼 이야기가 30분간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어휴-힘들어, 고막에서 피나는 알았어. 지가선배면 선배지 왜 초면부터 반말이야."
도서관을 나온 뒤 남자는도현을 가로막았다.
"근데 저기 이거비밀이다, 내머리말야."
"걱정 마-나 친구 없으니까."
도현이 내뱉은 말에 남자가갑자기낄낄대며웃었다.
"맞지, 나너 딱 보고 감 왔잖아.아싸의 기운 말이야."
"그래도 우리 같은 신입생끼리 잘해보자."
안동이고향이라 안동이라불린 그친구는의외로 쾌활한법학과신입생이었다. 전공보다는 동아리, 학보사 수습기자활동을 열심히 한다고 했다.
나 고시원에서 3일도 안 잤거든.
너 반 나 반 내자.
안동이 도현에게 말했다.
"너 안산에서 신촌까지 다니기 힘들잖아?"
자신은학보사에서 먹고 자고 자니거의 혼자 사는 거라며 어필했다.
"그리고 중요한 거, 밥이 공짜로 제공된다고.!"
도현은 그게 마음에 들었다.
"좋아"
로얄고시원
규칙에1실2명동거는 안 되는일이었지만, 안동은향우회 선배인총무형을 구워삶았다.
"보는 눈들이 있으니까 저녁에 조용히 들어와쥐 죽은 듯 지내라고."
"네 형-"
도현은 공강시간에는 도서관 알바를,수업이 마친 저녁에는 주유소 알바를갔다. 종종 전단지 알바를 파트타임으로 하기도 했다.
잠만 자고, 학교 가기에는학교 앞로얄고시원은딱 맞는 숙소였다.
그렇게 1.5평고시원에서 안동과 도현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문제는 잠자리였다. 덩치가 큰 도현이ㄱ자,안동이ㄴ자로 포개서ㅁ형태로자는 게 최선이온라인 카지노 게임.
좁았지만누우면 바로 잠이 들었다.
가끔 도현의 발이나 팔,때론 머리가 고시원 문밖 복도로 튀어나가는때만 빼고 말이다.
종종 어두운 고시원 통로에 나온 도현의 팔, 다리가 누군가에게 밟히거나 머리가 채이기도 했다.
그래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도현은 다시 문을 닫고 잠을 청했다.
어 근데 어디서 냄새나지 않아요? 이거 휘발유 냄새인가?
사회심리학 강사는강의실에 들러오자마자 말했다.냄새에 민감한 여강사인 줄 모르고 도현이 문 앞자리에앉은 것이화근이었다.
교수님이 뒤돌아 빔프로젝터를 조정하는 사이 도현은 가방을 가슴에 움켜주고 강의실을 나왔다.
'다음에는 옷싹 갈아입고 와야겠다.'
그날 도현은전단지 알바를 하는 날이었다.학교 어학당에서 전단지 뭉치를 챙겨대학교 정문앞에서섰다.
교내 영어프로그램 전단지묶음을 두고 도현은 이어폰을 끼었다.
라디오헤드, <Creep을선택해 플레이, 반복을 눌렀다.
But I'm a creep
I'm a weirdo
What the hell am I doin' here?
I don't belong here
신호등이 바뀌고 학생들이 몰려들었다.그는 전단지를 돌리기 시작했다.
가끔 도현 앞에서 던지듯 버리는 사람들. 그는 개의치 않았다.
But I'm a creep
I'm a weirdo
그저 그날 분량을 채울뿐이었다.
그런데 누군가 전단지를 붙잡았다.
여학생이였다.
긴 머리에 하얀 피부를 가진.
노래가 귀에 퍼져 울렸다.
You're just like an angel
Your skin makes me cry
You float like a feather
In a beautiful world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전단지를잡아당겼다.
그리고 올려보는 그녀의 두눈.
맑고 빛나는 눈동자였다.
귀에 퍼지는 음악이었다.
I wish I was special
You're so fuckin' special.
여자가 귀를 가리켰다.
헤드폰을 빼라는 신호였다.
"저기, 왜 그냥 나갔어?그수업시간에"
"......?"
"사회심리학 수업."
도현은 전단지를 잡고서 있는 여자를보았다.
"도를 믿으세요그런 거..?"
도현이 뻗은 말은 그거였다.
"하하하 너 재밌는 애구나."
난생처음 먼저 말을 거는 여자.
그앞에 도현은 기뻤다.
펑-펑-
둘만이서 있던 학교 정문.
정문옆공갈호떡 트럭에서 팡파르가 터져 나왔다.
펑-펑-
(출처-픽사베이)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외교관 자녀 기숙사에서 부리나케 버스에 탔다. 엄마의 잔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대학교 예비소집일에 늦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어느새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버스 안에서 졸고 있었다. 아직 시차가 적응되지 않은 탓이었다.
따뜻한 버스 뒷좌석, 어느샌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툭툭 버스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히며 헤드뱅잉을 하고있었다.
머리에아픔이 느껴졌지만 그것도 넘어갈 만큼 눈꺼풀이 무거워 더 이상 뜰 수 없었다.
어느새 꽉 찬 버스는 신촌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따뜻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