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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sonata Mar 22. 2025

괜찮아

한강

2025년 3월 21일 금요일


한강 작가의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다가한 편의 시(詩)를 만나 2004년 여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


<괜찮아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2004716


....엄마로서의하루가드디어 마무리됐다.오늘의 공식 일정, 끝!카지노 쿠폰는 마침내꿈나라로떠났다. 그런데우리카지노 쿠폰에게는가끔신기한일이벌어진다.새벽2-3시쯤,갑자기벌떡일어나앉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아빠!"또는"엄마!"하고외치는 것이다.처음엔스톰도 나도그저잠꼬대려니하고모른 척넘어가려했었다. 하지만오히려사태가심각해져서혼쭐이 난적이두 번이아니다.

이런황당한사건이벌어지날이면, 그야말로'아닌중에홍두깨!" 소리가 절로 나온다.다른아이들도이런일이있는지는모르겠지만, 절대 반가운습관은아니다.특히카지노 쿠폰는자기가지명한사람만고집하기때문에,그 사람은 무슨수를 써서라도일어나야난감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래서매일 밤,우리부부는간절히기도한다. "제발오늘나를부르지 않기를…” 왜냐하면 한 번불리면, 그새벽잠은끝이니까.

몇 번 이런일이반복되다 보니,우리도나름의대응법을 마련하게 되었다.

1. 유모차 태우기 작전: 랄라를 유모차에 태우고, 평소 자장가처럼 들려주던 음악을 틀어놓은 채 밀어준다.

2. 자장자장 침대 작전: 랄라를 우리 침대로 데려와, 스톰과 내가 양쪽에서 꼭 끼고 누워 '자장자장'을 반복한다.

하지만최악의시나리오는,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쿠폰가 또다시 벌떡 일어나 앉아 더 큰 목소리로 "아빠!"또는"엄마!"를 외치는경우다.나는어떻게든방에서재워보려고애써보지만(물론 대부분 실패로 끝나지),카지노 쿠폰은이쯤되면미련을깨끗이버린다.그리고는자신만의 비장의 기술을 꺼내 드는데, 이름하여"이리 갈까 저리 갈까?" 작전이다.


카지노 쿠폰은랄라를품에안고집안을걸어 다니며계속 묻는다."카지노 쿠폰야,이리 갈까?저리 갈까?"그러면카지노 쿠폰가손가락으로방향을 가리킨다. "부엌" "화장실" "왼쪽" "오른쪽" 카지노 쿠폰가 원하는 방향에 따라 스톰이 계속 이동하는 방식인데, 이건 엄청난 인내력과팔의 힘이 필요한 기술이어서나는죽었다깨어나도못할 듯하다.하지만 끈질기게포기하지않는카지노 쿠폰은, 놀랍게도방법으로아주좋은효과를보고있다.


아마도"이리 갈까저리 갈까?" 작전의핵심은랄라를빙빙돌게 해서어지럽게만든후, 스스로 잠이 오게 유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스톰이 처음부터 의도한 건지, 우연히 효과를 본 건지는모르겠지만, 실제로몇 바퀴 집안을 돌다 보면, 카지노 쿠폰는 자연스럽게 유모차에 눕게 되었고 결국 다시 잠이 들었다.라를사랑하지만이런해프닝은년에한두정도만있었으면좋겠다. 그러면나도번쯤은"이리 갈까저리 갈까?"작전을 기꺼이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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