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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숭깊은 라쌤 Mar 01. 2025

카지노 게임 혹은 꼰대, 그 결정의 기로에서

<교사의 단어 수집 - 아이들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하여


파동


명. 사회적으로 어떤 현상이 퍼져 커다란 영향을 미침.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고작 선생인 주제에 나 역시도― 답답함을 느끼는 때가 참 많다. 왜 이걸 못 하지? 이게 어렵나? 뭐 이런 종류의 의문들이 쏟아지면서 절로 한숨을 쉬게 되는 그런 때가, 특히 부모라는 위치에 있는 이들에겐 훨씬 더 자주 발생하지 않을까?


‘입말로 수필 쓰기’란 활동을 진행한 적이 있다. 제목이 그럴싸해 보이지만 결국 자기 경험을 쓰고 발표하는 것. 주제도 없다. 아니, 주제가 있다면 그건 오직 ‘나’! 수필이란 문학 장르는 결국 나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것이므로 최대한 진솔하게만 쓸 수 있다면 어떤 내용이든 상관이 없다. 그런데 심해도 너무 심하다. 아이들이 발표하는 내용을 듣고 있으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남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 내가 겪었던 경험을 말하는 것임에도 알맹이는 물론 재미도, 감동도 없다.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진솔함’은 항상 어려운 법이니까. 어른이든, 아이든 굳이 감춰진 자기 내면이나 경험을 쉽게 드러내려 하지 않는 습성이 있지.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선택한 방법은 별수 없이 나, 내가 먼저 나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었다.

꼭꼭 숨겨놓았던 선생님의 과거, 철없던 어린 시절 어머니 속을 썩였던 방황에 관하여. 인간이 가진 최고의 감성 포인트는 가족이다. 나도 모르게 읽다가 카지노 게임 앞에서 울먹이기까지 했고, 이렇게 시범을 보였더니 카지노 게임의 글은 조금씩 달라졌다. 서너 줄 쓰고 멈추었던 지난 글쓰기와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쓰기가 마무리되고 찾아온 발표 시간, 학급마다 특성이 다르긴 하지만 특히나 소극적인 카지노 게임만 모여 있던 어느 1학년 여학생 학급, 좀처럼 나서는 발표자가 없을 거로 예상되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그때, 다행히 한참 만에 누군가 손을 들었다. 의외였다. 소극적인 카지노 게임 중에서도 가장 조용하고 얌전한, 그렇지만 누구보다 단정하고 꼼꼼한, 서꼼꼼양이었다.


“저는 선천적으로 병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첫 문장이었다. 안 그래도 정적이 가득했던 교실은 태평양 바다 가장 깊은 어딘가에 놓인 듯했다. 모두가 한 사람의 목소리에 집중했고, 그녀의 단어들은 미세하게 떨리곤 했으나 아주 선명하게 전해졌다.


“……어릴 적 저는 이 병 때문에 미래를 포기해야 했고, 친구나 감정을 잃어야 했고, 나의 모든 것을 잃은 것만 같았습니다. 지금도 병원 냄새가 스치기만 해도 아픔이 기억나서 역겹습니다…… 순간 눈물을 참지 못카지노 게임 화내버렸습니다. ‘안 아프다며! 아프잖아, 내가 어떤지 엄마는 안 겪어봐서 모르잖아!’라고 말해버렸습니다. 엄마를 탓카지노 게임도 싶었고, 죽고 싶다는 말도 카지노 게임 싶었습니다……”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단어들은 조금 더 떨기 시작했으나 그럴수록 선명함 역시도 훨씬 짙어졌다.


“……내가 이런 건 부모님도, 제 잘못도 아닙니다. 그 사실을 아는 지금의 저는 엄마에게 말하기도 어려울 만큼 너무도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더 이상 후회하지 않게 엄마가 저를 위해 소비한 시간보다 더 많은 것을 드리기 위해 항상 노력할 것입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되었고, 끝내 꼼꼼양과 교실에 모인 모두가 울음을 터뜨렸다. 다만, 용기를 이어받은 덕에 다른 친구들도 자기 이야기를 힘껏 펼쳐낼 수 있었고 이 시간 이후 카지노 게임은 많이 밝아졌다. 서로가 심리적으로 한껏 가까워진 듯했다.


자녀에게 ‘꼭 1등 해라’란 명령을 내리는 부모는 없다. 정상적인 부모들은 ‘공부 좀 열심히 해라’ 정도로 말한다. 왜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느냐? 그건 학생의 본분이 공부이기 때문이다! 자기 역할을 잘 해내면 성적도 으레 따라오는 것임을 우린 알고 있으므로, 그래서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줄곧 내뱉는다. 다만, 이게 말로 하면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게 문제다.

잔소리는 기분 나쁘고 조언은 더 기분 나쁜 것이라고 말했던 어느 예능 방송에서 초등학생 친구(지금은 성인이 되었다고 한다)가 남긴 명언도 있지 않은가. 정말 가슴 깊은 곳에서 본분에 충실하고자 하는 열정이 우러나오게 하는 좋은 방법은 결코 ‘말’이 아니다. 말 대신, 그들에게 ‘롤모델’을 선사해야 한다. 특히나 우리 어른들은 언제나 본보기가 될 확률이 높으므로 아이들에게 늘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각자의 본분을 다하는 그런 모습을! 물론 물리적으로, 환경적으로 그것이 가능하지 않을 때가 많겠으나 그저 몇 번이면 된다. 아이들은 그 몇 번의 경험에서 충분히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가능성이 무한한 존재이니까.


그러니까 보여 주자! 좋은 영향으로 다가가자! 무조건 시키지 않는, 말뿐이 아닌, 자연스레 일렁이는 파동의 중심에 우리 어른들이 항상 머물러야 한다. 아니, 알고 보면 우린 그 위치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파동이란 꼭 사회적으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 거다. 우리의 사소한 말과 행동 하나도 이미 아이들에겐 반드시 영향을 미치고 있었을 테니까. 그러니까 보여 주자! 좋은 영향으로 다가가자!


말은 했지만 그래도 걱정이다. ‘나’라는 존재는 과연 앞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파동으로 여겨지게 될까? 쉽게 말하면 이거다. 롤모델이 될 것인가, 꼰대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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