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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Jan 06. 2025

밤마다 카지노 가입 쿠폰 짓는 여자

당신이 태어났을 때 당신은 울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날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웃을 수 있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화이트 엘크
버킷리스트 작성해 보신 적 있나요? 당신이 세상을 떠날 때 웃을 수 있을 만큼 꼭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대낮이지만 불을 켜야 했던 흐린 어느 추석 날이었다. 정식 입주를 앞두고 명절을 지내려 잠시 와 있던 때 누군가 벨을 눌렀다. 새 집에 온 첫 손님이 누구인지 확인하신 엄마는 나와 동생에게 나오지 말라고 당부하시며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하셨다. 웅성거리는 소리, 대여섯은 되는 장정들이 몰려온 듯했고언뜻 들리는 말소리에 카지노 가입 쿠폰 집을 지은 목수와 그 외 업자들 같았다. 몇 마디 말이 오가더니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져 갔다. 가만히 있어야 하나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이거 놔! 놓으라고! 왜 카지노 가입 쿠폰 남편 멱살을 잡고 난린데!"

밖에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에 귀가 커지고 눈이 커졌다.


"당신들 카지노 가입 쿠폰 집에서 돈이 얼마가 나가기까지 뭐 하느라 저 사람한테 돈 한 푼도 못 받고 지금 여기 와서 행패를 부려요?"


"돈을 줬다고요?"


"안 그러면 저 사람이 집을 지었겠어요? 우리 애 아빠가바빠서 잘 알아보지도 못하고 문중 사람 지인이라고 해서 믿고 맡겼는데 일을 이렇게 해요? 하도 속을 썩여서 좀 알아봤더니 순 이런 식으로돈 빼돌리며 집 카지노 가입 쿠폰 사람이라고말이 많던데 당신들도 당했네요"


방바닥이 엉덩이를 걷어 찬 듯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아저씨들, 지금 이 아저씨한테 속고 계시는 거예요. 우리 옆집은 견본으로 저렴하게 지어주고 우리 뒷 집은 본인 지인이라 싸게 지어주고, 그 지인 소개받은 우리 집에서돈 빼먹으려고 처음에 계약했던 대로 안 하고자기 멋대로 지어놓고 돈은 돈대로 받았는데, 우리 집에서 돈 안 줘서 아저씨들한테 돈 못 준다고 하던가요? 그래서 이렇게 명절 아침부터 남의 집에 쳐들어 오고요? 한쪽 말만 듣고 이러시는 거 아니죠. 지금 우리 엄마 아빠가 순하셔서 그렇지 저 같으면 계약 위반이니 고소를 해서라도 집 다시 지으라고 해요. 우리 아빠가 지정한 철근이 아닌 더 약한 철근을 썼다면서요. 우리 엄마가 모를 줄 알고 그러셨어요? 증거 다 있어요. 시정하라고 했다는데 그대로 진행했고, 거실 천장 디자인도 다른 건축 자재들도 저 아저씨가 계약과 다르게 했고, 하다 못해 외부 벽돌도 처음에는 저희 엄마가 고른 벽돌 사용하겠다고 해놓고 막상 벽돌 쓸 때 되니 공장에 없다고 다른 벽돌 쓴다고 해서 엄마가 직접 공장까지 가서 공장장한테 확인받고 약속받고 오셨다는데, 그런 사실 하나도 모르시나 보네요. 저희 아빠가 타지에 계셔서 자주 못 오셨고 엄마도 사는 곳에서 멀어 가끔 오셔서 확인하셨다는데, 제가 대충 스쳐 들은 게 이만큼인데더 얼마나 속였는지 또 모르지요. 어느 쪽에 항의를 해야 할지 잘 생각해 보세요!"


목수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시간이 멈춘 듯 미동도 없이 놀란 얼굴로 얼어있다가 동시에 녹아 주문이라도 걸린 듯 스스륵 현관 밖으로 줄줄이 나갔다. 아무도 어떤 말도 없이 조용히. 당황했을 테다. 이제 스물한 살짜리가 붉으락푸르락하는 얼굴로 발음 한 번 꼬이지 않고 쏘아댔으니.


"딸자식 한 번 자알 키워놨네. 싸가지 없이 어른 앞에서 따박따박"

"그래요. 저 싸가지 없어요. 그러는 아저씨는 양심이 없네요? 어디서 사기를 쳐요! 당장 고소할까요? 저는 우리 엄마 아빠랑 다르거든요!"


얼른 방에 다시 들어가라며 잡아끄는 엄마 손을뿌리치고 왜 우리 아빠 멱살을 잡았냐고 폭행죄로 신고한다며 방방 뛰는딸을 더는막지 못하고 가만히 서 계시는 엄마와 아빠. 그맞은편에 서 있던 목수도 더는 잔금 몇 푼을 받아내겠다고 버틸 힘이없는지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하고 싶은 많은 것 중 꼭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한참을 생각했다. 떠오르는 것들을 나열해 보는데 앞을 가로막는 커다란 한 가지를 무시할 수가 없다. 부모님 댁 자리에 카지노 가입 쿠폰을 다시 올려드리는 것. 바란 적도 말한 적도 없지만 장녀로서 해야 할 숙제 같다는 생각이 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지 20년이 넘었다. 사시는 내내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들이 있는 집, 그 자리에 엄마가 원하시는 대로 아빠가 원하시는 대로 다시 멋지게 올라간다면 보고 있는 매일이 설렐 것 같다. 그렇게 보니 숙제보다는완료한다면 스스로도 뿌듯하겠다 싶은 순수한 바람인 같기도 하다.


숙제든 바람이든 밤이면 잠자리에 누워 잠들기 전까지 설계를 한다. 층층이 입주한 가게들 간판까지 걸었다가도 어느 날은 토목공사부터 다시 하기도 한다. 대지 면적 대비 주차장 면적을 뺀 건평을 계산해 보고 1층은 통으로 임대를 내줄 건지 분리를 할 것인지, 가게 입구는 어느 방향으로 낼 것인지, 어떤 날은 화장실과 카지노 가입 쿠폰 입구의 방향은 물론 카지노 가입 쿠폰 외부의 디자인이 조금씩 바뀌기도 한다. 그렇게 매일 밤 머릿속에서 지어지는 그 카지노 가입 쿠폰이 눈앞에 세워지는 날이 너무 멀지 않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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