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룸스]라는 영화를 보았다. 사전 정보 없이 지인의 추천으로 보았는데, 난 이해를 못했다. 내가 이해를 못했다고 영화를 까려거나 흠집내려는 의도는 없다. 어렸을땐 이해 못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해하게 된 문학 작품이나 영화를 경험했기에, 내가 아직 내공이 깊지 않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한다. 씨네필 만큼은 아니어도 직업 영화인 수준으로 영화를 많이 보았고 불혹이 넘었으니 지금 이해 못하면 아마 평생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단테의 신곡이나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에 대하여 같은 책은 과연 내가 죽기 전에 이해할까 싶다.
추천인이 나의 감상을 묻길래 나는 주인공의 동기도 이해하지 못했고 행동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나는 영화를 보자마자 나만의 해석을 내놓는 사람이기에 누차 묻는 질문에 별로 해석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영화에 주어진 정보를 쥐어 짜내어 해석이야 할 수 있겠지만, 그러고 싶은 작품이 아니었다. 왜 나에게 그런 질문을 했는지도 명백했다. 본인도 이해를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보면 좀 해석이 다르게 나올까 궁금했다고 한다. 내가 추천의 이유가 그것 뿐이냐고 묻자, 유명 평론가가 극찬을 했다는 대답과 왓챠피디아 평점이 높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불편한 지점은 이 부분이다.
영화 평론가는 카지노 가입 쿠폰 직업이 아니다. 그 직업을 가지고 싶은 카지노 가입 쿠폰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평론가 개개인의 카지노 가입 쿠폰를 말하는 것이다. 대중과 괴리된 평론을 내놓는 평론가들을 좋아하는건 이상한 일이다. 세상 어디나 다 똑같다. 난 이 영화를 재밌게 봤는데 당신이 뭔데 비판하냐 라던가, 이 사람이 재밌다고 해서 봤는데 영화 완전 이해불가 라던가, 영화 평론가는 욕먹는 직업이다. 헌데 이상하게 우리나라엔 카지노 가입 쿠폰가 많아 인플루언서 급으로 활동하는 평론가들이 있다. 굉장히 이상한 문화 현상이다. 카지노 가입 쿠폰가 있을 수가 없는 직업이 카지노 가입 쿠폰가 있다니. 추천인도 평점이 이해가 가지 않아 나에게 영화를 보라고 한 것이었고, 나는 영화를 보고 이렇게 대답했다. '그 평론가가 극찬하지 않았으면 왓챠피디아 평점이 이렇게 높았을까?'
영화 평점을 SNS화 시키면서 예견되었던 사태가 아닌가 싶다. 그런 서비스가 나온다고 했을때 주변 영화 마니아들이 열광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가입해야지 싶었다. 가입 과정에서 내가 재밌게 본 영화들의 평점을 메기면서 시작을 하는데, 이미 그 단계부터 뭔가 잘 못 되어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내가 5점을 준 영화들을 남이 볼 수가 있다는 것, 내가 4점을 준 영화를 남이 볼 수가 있다는 것. 나를 포함한 내 주변 영화 마니아들은 남들이 자신의 영화 평점을 어떻게 볼지 시선을 걱정하며 5점 평점을 주는 것에 굉장한 고민을 하였다. 없어보이기 싫기 때문이요, 있어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레오 까락스의 홀리 모터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멀홀랜드 드라이브, 고다르의 네멋대로 해라, 짐 자무쉬의 천국보다 낯선 등 5점을 구성할 영화들은 애초에 정해진 느낌이었다. 참고로 나는 위 영화들에 5점을 주지 않았고 내 영화 데이터베이스 만든다는 요량으로 평점을 메겼다. 나처럼 서비스를 이용했던 사람은 금방 평점 주는 행위를 멈췄다. 영화 데이터베이스를 만든다는 동기는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게 할 만큼의 에너지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의 시선'을 신경쓰며 '보여주기식'으로 평점을 메긴 주변인들만 여전히 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남에게 있어 보이고 싶은 동기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나를 위한' 동기보다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동기가 훨씬 큰건 어쩔 수 없다. 인스타그램이 여전히 잘 나가고, 인플루언서라는 직업이 괜히 생긴게 아니다.
있어보이기 위해서는 평론가들의 평점이 중요하다. 평론가들이 잘 준 평점을 무시하고 내가 평점을 메기는 건 리스크가 크다. 내가 이해 못 했어도 평론가가 평점을 잘 주었다면, 보여주기식 평점을 하는 사람들은 그 영화에 높은 별점을 줄 확률이 크다. 내가 독립장편으로 입봉을 하고, 내 주변인들이 독립장편을 입봉을 하면서 어떤 영화제에게 가고 어떤 상을 받느냐에 따라 평점이 요동치는 광경을 직접 목격했다. 특히 내 동료 감독 중 한명은 카지노 가입 쿠폰평론가가 연말 인터뷰에서 주목할만한 신인 감독으로 언급했는데, 바로 왓챠피디아 평점이 급상승 했다. 나의 주관적인 평점조차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문화가 숨막힌다. 외신 기자들에게 한국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고 하면 반드시 남의 시선을 과도하게 신경쓰는 점을 뽑는다. 그래서 좋은 학교를 가야하고 좋은 직장을 가야하고 좋은 집에 살아야 한다고. 문화생활까지 남의 눈치 보지 말자. 예술을 향유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어야 한다. 나만의 취향을 아는 과정, 쌓아가는 과정은즐거워야 한다. 그것조차 남에게 뺏기지 말자. '카지노 가입 쿠폰' 평론가 라는 타이틀 따위는 없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