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카지노 쿠폰이 도졌다. 나는 여태껏 수많은 카지노 쿠폰을 겪어왔고, 카지노 쿠폰성 질환으로 수술까지 했다. 그 놈의 카지노 쿠폰 좀 피해보겠다고 갖은 노력을 해봤지만 카지노 쿠폰은 계속 찾아왔다. 피부염, 각막염, 위염, 장염, 관절염, 카지노 쿠폰이란 카지노 쿠폰은 다 겪는듯. 카지노 쿠폰을 그만 겪고 싶어 카지노 쿠폰 진단을 받을 때마다 의사에게 예방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물었다. 의사들은 증상이 발생하면 치료하는 것에 특화된 사람들이라, 예방에 대해 잘 모르는 눈치였다. 운동해라, 매일 한다. 술 줄여라, 안 마신다. 단 거 먹지 마라, 안 먹는다. 식이섬유 위주로 규칙적으로 식사해라, 모든 끼니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매일 똑같은 시간에 먹는다. 의사가 말해준 모든 것을 이미 하고 있다고 말하면 나오는 대답은 '노화'와 '스트레스'다. 그놈의 노화, 그놈의 스트레스.
30대 중반까지는 '스트레스'라는 대답만 돌아왔으나, 후반으로 꺾이니 '노화'라는 대답이 따라 들어왔다. 가끔씩 붙는 사족으로 '유전'도 있다. 걸릴 사람은 정해져 있다는 것. 물론 의사 입장에서 말하기 싫은 대답이겠지만, 유전적 요인은 절대 무시하지 못할 요소다. 매일 술 마시고 설사를 달고 다니는 사람도 치질 가족력이 없으면 평생 항문 질환 없이 살아가는 경우가 많고, 평생 연초를 피고 탄광에서 일 해도 폐암을 피해가는 사람이 있다. 태어나는 순간 건강에 관련된 즉석복권이 손에 쥐어지고, 새로운 질병을 얻을 때마다 복권을 긁어보며 꽝인지 아닌지 확인한다. 나는 부모님이 겪은 모든 질병을 다 물려받았다. 꽝이 없다. 실제로 복권을 사면 한 번도 당첨되지 못한 놈이 이런 건 또 기가막히게 다 당첨되네. 조부모님의 질병 중 부모님이 피해가신 건 나도 피해갔다는 게 그나마 위로가 되는 부분이랄까.
현대의학으로 예방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못 얻게 되자 기능의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기능의학은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유사과학적인 측면도 있다. 기능의학 커뮤니티에 가입해 방탄커피와 간헐적 단식, 설탕과 식물성 지방 섭취를 줄이고 동물성 지방 섭취를 늘리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공부하고 있는데 코로나가 터졌다. 갑자기 백신 거부 관련 글이 물밀듯이 올라왔다. 기능의학 공부를 위해 책까지 산 내 자신이 한심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현대의학에서 충족되지 못한 부분을 기능의학으로 채우려던 심리는 잘못하면 현대의학을 부정하는 것으로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관심을 끊었다. 백과사전처럼 두꺼운 책이었는데 다 읽지도 않았다. 아까운 내 돈.
노화는 막을 수 없으나 스트레스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악기를 연주하고 별의별 거를 다 해보지만 내 스트레스 수치는 낮아질 줄 모른다. 이거야 말로 유전이 아닐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체질. 우울을 피해보고자 운동에 매진했는데 운동을 너무 해도 카지노 쿠폰이 생기면 어쩌라는 걸까. 무척이나 좋아하고 즐겼던 술도 끊었고, 이젠 카페인도 줄였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각 층에 두세개씩 배치한 회사를 다니던 시절 하루에 아메리카노를 여섯잔을 넘게 마시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디카페인을 마시게 될 줄 몰랐다. 맥주 한두캔을 매일 마시고 주말엔 기억이 끊길 때까지 폭음하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술을 안 마시게 될 줄 몰랐다. 모든 노력을 기울여도 스트레스는 줄일 수가 없다. 스트레스가 카지노 쿠폰을 유발한다는 것도 인간의 재밌는 면모다. 삶에 카지노 쿠폰을 느끼는 사람이 몸에 카지노 쿠폰을 얻게 된다. 명상이라도 해야겠다.
'괜찮아. 인간은 원래 어리석어. 네 잘못이 아니야. 너도 인간이야. 실수하는게 당연해. 원래 인간은 모순적이야. 스스로를 탓하지마.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