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을 다 끝내버리고 취직 원서 낼 곳도 없고 우울증은 심해져서 카지노 게임를 하고 있다. 운동을 하고 피아노를 치고 소설을 쓰고 책을 읽는 것 만으로 자기효능감을 점점 느끼지 못하게 되자 추가된 게 카지노 게임다. 딱히 뭔가를 카지노 게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시작한게 아니라, 헤르만 헤세의 초창기작을 옛날 번역본을 읽었더니 한자가 많이 보이더라. 한글세대인 내가 모르는 한자가 대부분이었고, 한자를 좀 카지노 게임해보자고 대학교 때 썼던 천자문을 다시 꺼낸게 계기였다. 순식간에 집중해서 한자를 읽었더니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단숨에 중독되어 한자를 쓰다가 일본어 카지노 게임까지 하게 되었다. 한자를 카지노 게임하는 김에 중국어 카지노 게임를 해볼까 하다가 히라가나가 쉽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히라가나나 카지노 게임해보자 였다. 그렇게 히라가나를 떼고나니 표현을 배우자 해서 듀오링고를 깔았다. 내친김에 예전에 조금 할줄 알던 독일어에 대한 기억도 깨우자고 카지노 게임하고 있다.
뭔가를 이루고자 하는게 아니고, 단순히 우울감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공부이다 보니 현타가 올 때가 있다. 내가 이걸 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지 내 모습이 한심해보일 때가 있다. 누군가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서 공부를 하고 자기계발을 하려하는데, 나는 공부하는 내 모습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 중에 내가 카지노 게임 되기 싫은 존재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매우 똑똑했다. 그리고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정하면 반드시 해냈다. 그런 자신감이 쌓여서인지 성공 확률이 매우 희박한 목표를 설정하기에 이르렀고, 그것에 실패하게 된다. 그 후 그는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을 공부하며 여전히 백수로 살고있다. 아마 카지노 게임 공부를 열심히 하는 백수일 것이다. 나는 세상에서 그가 카지노 게임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묘사한 위 문장들을 읽으면, 내가 그를 표현하려고 쓴 글인지 그를 빌미로 나를 표현하려고 쓴 문장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나는 소름끼칠 정도로 그와 같은 길을 가고 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처음 맛본 실패의 맛이 얼마나 썼는지 다시는 어떤 것에도 도전하려고 하지 않았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도 없으니 평생을 도피만 하면서 살려는 것 같았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당장 할 수 있는 배달 일이나 택배 상하차 일이라도 해보지 왜 공부만 하고 있는지 갑갑해 죽을 지경이었다. 그는 도전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그 나름대로 자기가 이루려던 것과 비슷한 직업을 찾다가 더이상 지원할 곳이 없어지거나 계속 떨어져서 그렇게 살았던 것은 아닐까. 나는 전직을 해보겠다고 회사를 찾다가 이력서를 낸 곳이 단 두 곳이다. 배달 일이나 택배 상하차 일을 하고 있지도 않다. 출간도 못할 소설을 쓰고 도움이 별반 되지 않을 한자, 일본어, 독어 공부를 하고 있다. 내가 안도할 수 있는 건 내가 그와 다른 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는 히키코모리가 아니고, 그래도 사람을 만나러 다닌다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면 내가 얼마나 구렁텅이에 빠진 건지 적어도 객관적인 시각을 얻을 수 있다. 나는 우울한 사람이기에 단순히 공부를 하고 있는 내 모습에서 그와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내가 그와 같아지고 있다는 과대망상에 쉽게 빠져든다. 이런 두려움을 얘기하면 나는 그와 다르지 않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 언젠가, 그런 피드백 중에 내가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말을 듣게 될까두렵다. 사실 나는 전혀 다른 직종에 가보려고 했다. 운수업에 가려고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다 뜯어 말렸다. 내가 그런 선택을 하려고 했던것도 다 이 두려움에서 기인한다. 내가 가장 되기 싫은 존재가 된가 아닌가 하는 두려움.
사실 나는 별게 아니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해마다 십수명의 신인 감독들이 자신의 독립장편을 영화제를 통해 공개한다. 그 중 반은 극장 개봉도 한다. 그런 모든 이들이 감독으로 먹고 살게 되지 않는다. 현실은 대부분이 그만두게 된다. 나는 그 중에 한 명일 뿐이다. 특별할게 없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독특한 영화를 만들어 낭중지추 못하면 그냥 묻히는 거다. 나는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천재가 아니다. 애초에 그럴 자신이 있어 뛰어든게 아니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보자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탄 밥이 되었을 뿐이다. 가장 되기 싫은 존재가 되기 싫으면 어떻게든 바꿔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