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남편
요즘은 일을 마치면 노트북을 쳐다도 보지 않는다. 까만 레노버13인치가 마치 부모를 죽인 원수 또는 13년을 사귀었는데 잠수타서 헤어진 놈같아 보이는 것이다.근처에있으면 경기들릴 것도 같다.
사업10년차가 되었다. 약간의 회고를 해보자. 처음 몇 년은 1인 사업가의 생존 어쩌고 하면서 커뮤니티 죽돌이처럼 살았다. 월천 버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고, 존나 허리아픈 힙한 카페에서 노트북과 아로마노트 커피 한 잔을 놓고 일하는 내 모습이 꽤나 멋져보이기도 했다. 맘대로 굴러먹던 20대를 갓 지난 터였으니 간지나는 대표 직함에 흠뻑 취했던 것이다. 이 후 몇 년은 개고생 그 자체였다. 하루 20시간 내내 일했고, 밤샘과 스트레스, 속병과 허리디스크가 훈장같이 느껴졌다. 몸을 망가뜨리면서 일했다고 어디가서 경쟁하듯 자랑하는 게 뿌듯한 일상이었다. 누가 더 화려한 지병이 있는지 다투기도 했다.
번듯한 사무실이 생기고 직원이 생기고 매출이 쭉쭉 늘어간 건 4~5년 전이었다. 이 무렵의 두뇌 속은 [비즈니스 모델과 확장, 체계, 효율]라는 단어 밖에 없었다. 매 월 카드값과 자동이체의 느낌은 거의 어릴 적 바닷가에서 했던 모래 땅따먹기와 같다. 나와 신한카드, 현대카드, 건강보험공단과 Saas놈들이 둘러앉아 내 소중한 모래를 다 긁어가고, 나는 모래 사이에 섞인 미역쪼가리만 들고 애써 삼시세끼를 쪼개 먹었다. 그때쯤 결혼을 했고 5년이 흘렀고. 이제 모든 것이 멈췄다.
번아웃 비슷한 것에 시달린다는 건 흥미로운 카지노 가입 쿠폰다. 증상은 대충 이러하다. 메카지노 가입 쿠폰 오면 그게 광고메카지노 가입 쿠폰든 클라이언트 메카지노 가입 쿠폰든 영국에서 시작된 행운의 편지든 몹시 짜증부터 난다. 보지도 않고 지우거나 아예 열어보고 싶지도 않다. 슬랙메시지, 노션 알림 다 마찬가지다. 누구든 말만 걸면 어떤 단어가튀어나올 듯장전되어 있는 것이다. 늘 피곤과 짜증이 가득하고, 침대가 이렇게 부드럽고 매혹적인지 새삼스레 깨닫게 됐다.
사람을 자꾸 인류라고 부르게 되고 이 개성넘치는 단일종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피로해 졌다. 일단 얼굴이 새까매지고 매일 악몽을 반복하며 다 때려치고 산에 가서 나물이나 캐먹고 싶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하기도 하다.
이쯤되니 옆에서 한심한 모습을 지켜보던 배우자는 근엄한 진리탐구적 질문이 던졌다.
[당신에게 카지노 가입 쿠폰란 무엇인지 정의해봐]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이 어딘가 있었겠지만, 사실 지금은 그런걸 읽고 싶지도 않다. 나에겐 경제경영이나 어줍짢은 힐링에세이 따위도 다 꼴배기 싫은 상태니까. 근래 들어 나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고 삶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진격의거인 라스트어택이 전부였다. 대장정을 마친 에렌과 미카사, 아르민의 또 다른 엔딩 쿠키까지 보고 나니 더욱 살고 싶지 않아졌다. 에렌이 왜 인류를 밀어버리고 평평한 땅을 보고 싶어했는지 조금은 이해되기도 했다.
배우자의 질문을 3일 밤낮으로 고민해보았다. 일이 무엇이지. 그리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이 결론은 지극히 주관적이니 동의하지 않으셔도 된다.)
아, 카지노 가입 쿠폰란 몹시 자극적이고 몸에 좋지 않은 행동이다.
성취, 효용감, 승부욕, 인정욕구, 성장, 몰입.... 좋은 말로 잔뜩 포장되어 있지만 이것들은 카지노 가입 쿠폰 아니어도 채울 수 있는 것들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헌신에서도 효용감과 몰입을 느낄 수 있고, 인격적이고 성숙한 베품과 성찰에서도 성장을 느낄 수 있다. 삶의 작은 변화와 건강, 이웃과의 연대에서도 성취와 인정을 받을 수 있고 더 건강하고 더 선량한 방법들이 얼마든지 있다.
일은 돈벌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을 열심히 한다고 딱히 돈이 엄청나게 많아지는 것도 아니다. 망할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가 자본가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같은 노동자끼리 경쟁을 하자면 내가 가치있는 사람이라는 걸 사회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유일한 방법은 '직장의 이름'이기에 우린 나의 소속과 3개월치 원천징수금액을 기준으로 대출을 받는 것이다. 돈이 생기는 게 아니라, 돈을 빌릴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거기서 성취, 효용, 성장 어쩌고를 찾는다는 건 존나 회사 입장에서 가스라이팅하는 것일 뿐 평생을 책임져 줄 것도 아니고 어차피 명함에서 회사이름만 지워지면 끈떨어진 연이라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물론 일이 주는 도파민이 얼마나 강력한 지는 잘 알고 있다. 토스에 다니면 뭔가 우월해진 느낌이고, 어디 컨퍼런스에 연사로 서기라도 하면 링크드인에서 하루50명씩 1촌신청을 받을 수 있다. 삼성에 다니면 친척앞에서 졸라 당당해질 수 있고, 복지가 개쩔고 좋은 아파트 대출이 나온다. 여기저기서 '멋지다!'라는 댓글과 스카웃 제안과 이름만 대면 알만한 어떤 회사와 함께 일하거나 중요한 일을 맞으며 일반인들은 상상하지 못할 개쩌는 난이도의 고민들을 링크드인에 적을 수 있다는 건 대단히 멋진 일이다.
근데, 몸에 좋지 않다.
아주 좋지 않아. 일을 해서 건강해졌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이건 자극적이고, 흥분을 유도한다.
목매이게 만들고 하기 싫어도 해야한다.
막상 이직할 때 이력서와 포폴을 정리하다보면 뭘 했나 싶기도 하다.
일을 많이 한다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친구와 가족, 강아지와의 시간이 멀어진다.
죽기 전에 내가 일 열심히 했다고 사람들이 박수쳐주지도 않을 것이다.
뭐지...? 그냥 일은 카지노 가입 쿠폰다. 생각이 여기에 다다르자 일은 그냥 하찮아졌다. 그냥 이건 몸에 안좋은 지극히 중독적인 행위고 생계를 위해 일정 부분 희생해야 하는 노동이었다. 우리의 조상들이 노루를 사냥하기 위해 몇 십킬로를 뛰었던 채집수렵행위는 하다못해 심폐기능이라도 향상시켰을 것이다. 일에서 의미를 찾는 건 내가 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만든 합리화이자 강박과 결핍이 찾아낸 반박할 수 없는 좋은 변명거리였다. 일은 카지노 가입 쿠폰다. 그 이상도, 이하도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
일에서 나를 찾지 말자. 일은 그냥 카지노 가입 쿠폰다.
일로 나를 증명하지 말자. 일은 그냥 카지노 가입 쿠폰다.
일로 사람과 다투지 말자. 일은 그냥 카지노 가입 쿠폰다.
일에서 나의 쓸모를 찾지 말자. 일은 그냥 카지노 가입 쿠폰다.
일로 화내고 일 때문에 울지 말자. 일은 그냥 카지노 가입 쿠폰다.
라고, 일단은 정의내렸다. 번아웃 시기가 지나면 또 달리겠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 사라졌을 때 나에겐 무엇이 중요한지 돌아보는 시간이라고 해두려 한다. 번아웃이 왔을 땐 진짜로 지친건지 감사함을 잊은 건지 분별하라는 조언이 있었다. 둘 다 맞을 것이다. 나는 지쳤고 감사함도 잊었다. 그러나, 내가 진짜로 감사해야 할 다른 일상이 있다는 것을 찾아냈다. 내가 진짜 성장해야 할 모습이 무엇인지도 알아냈다. 소설과 다른 세계와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생각해냈다. 지쳐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