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아빠 육아, 경기도 공립유치원 남교사
아빠의 가방을 살펴보자.거기 있는 물품만 봐도 그 아빠의 레벨을 알 수 있다.
-레벨 1 - 작은 물티슈 10매짜리
-레벨 2 - 큰 물티슈 70매짜리
-레벨 3 - 색종이와 무료 카지노 게임
우선 레벨 1부터 살펴보자. 육아하는 아빠에겐 물티슈는 필수품이다. 하지만 초보 아빠가 흔히 실수하는 게 있다. 바로 외출하는 가방에 '여행용 물티슈'를 넣는 것이다.
여행용 물티슈는 10매~20매 정도만 들어있다. 그래서 가볍다. 총각 시절 연애할 때는 그걸로도 충분했을 거다. 하지만 애 아빠가 된 이상 그 정도로는 어림없다. 아이는 틈만 나면 흘리고, 묻히고, 쏟기 때문이다. 만약 감기까지 걸렸다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콧물 세례에 여행용 물티슈는 1시간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레벨 2 아빠가 되면 달라진다. 70매짜리 큰 물티슈를 챙긴다. 가방이 조금 더 무거워지지만 괜찮다. 온갖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오히려 어깨가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이제 아이가 음료수를 쏟아도 문제없다. 카시트 위해서 우웩 토를 해도 대처 가능하다. 물론 이쯤 되면 '크린백'도 벌크로 들고 다니게 되어 있다.
레벨 3 아빠가 되면 여유를 찾게 된다. 그래서 색종이와 가위를 챙겨 다닌다. 이 녀석들은 짬짬이 시간이 뜰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식당에서 많이 이용하는데,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종이 접기랑 종이 오리기 활동을 하면 딱이다. 스마트폰 안 보여주고도 15분은 너끈하게 견딜 수 있다.
나는 초등교사다. 단절 없이 1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쳤다. 1학년 담임도 해봤다. 거기다 유치원 다니는 6살짜리 딸도 있다. 그래서 외출 가방 싸는 건 도가 튼 줄 알았다. 하지만 나보다 더한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이 책, <실전! 아빠 육아를 쓴 저자들이었다.
[이 책의 작가들은?]
-경기도 공립 유치원 교사
-모두 남자
-영아 키우는 아빠들
저자들의 하루는 어떨까?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죄다 5~7세 영아들과 시간을 보낼 것이다. 출근해서는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퇴근 후에는 집에서 자녀와 활동을 할 것이다. 소위 말하는 '1만 시간의 법칙'을 사뿐하게 달성한, 영아 육아초고수들일 거라는 뜻이다.
역시 고수들은 달랐다. 나도 나름 초등교사라고 육아 잘하는 편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건 바로 '주방용 가위' 때문이었다.
"작은 물티슈 말고 큰 물티슈 챙기세요"
= 에이~ 그거 모르는 애 아빠가어딨어요ㅋㅋ
"색종이와 무료 카지노 게임 챙겨 보세요. 스마트폰 안 보여줄 수 있어요."
= 저희도 이미 하고 있습니다~ㅎㅎ
"가방에 주방용 무료 카지노 게임 하나쯤은 다 있죠?ㅋㅋㅋ"
= 와... 아기 식판이랑 수저까지는 챙겨 봤어도, 주방용 무료 카지노 게임는 대박이네;;;
총각은 절대 모를 것이다. 주방용 무료 카지노 게임가 왜 그렇게 필요한지를 말이다. 하지만 애 키우는 사람은 100% 공감할 수밖에 없다. 주방용 무료 카지노 게임와 집게의 위대함을 말이다. 주방용 무료 카지노 게임를 쓰면 이런 장점이 있다.
1. 음식이 빨리 식어서 애가 덜 짜증냄
2. 당연히 아이가 한입에 먹기 좋음
3. 음식을 바닥에 흘려도 타격이 덜함
아이와 함께 갈만한 식당은 한정적이다. 파스타 집이나 중국집 같은 데가 무난하다. 그런 곳은 보통 주방용 가위와 집게를 준비해 둔다. 그런데 가끔 가위와 집게가 없는 음식점도 있다. 그런 곳에서 엄마와 아빠는 숟가락이나 젓가락으로 음식을 쪼개는데, 이때 주방용 가위가 간절해진다.
"그냥 들고 다니세요~ㅎㅎ"
[공립 유치원 교사 + 애 아빠] 조합은 강력했다. 그들은 주방용 가위와 집게를 가방에 챙겨 다닌단다. 난 홀린 듯이 책장을 더 넘겼다. 육아 전문가들에게 외출 가방 싸는 법은 전수받았으니, 책에 또 다른 팁들은 뭐가 있는지 탐색해 봤다. 과연 5~7세 육아에 특화된 아빠들은 자기 자식을 어떻게 키울까?
1장에서는 아빠가 되는 과정을 보여줬다. 엽산 먹고 탯줄 자르고 하는 얘기가 나왔다. 가슴이 뭉클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6살 딸의 아빠다. 나도 다 겪어 본 이야기라는 뜻이다. 이 파트는 후딱 넘겼다.
2장에서는 아빠와 할 수 있는 놀이가 나왔다. '검지 펜싱', '한 발짝 술래잡기' 등 유치원 다니는 아이와 할 수 있는 놀이가 가득했다. 유치원 선생님들 아니랄까 봐 설명도 엄청 쉽고 자세하게 써놨다.
3장에는 유치원 입학부터 졸업까지의 이야기를 다뤘다. 솔직히 내가 제일 궁금했던 부분이 이거였다. 도대체 우리 딸은 유치원에서 뭘 배우고 무슨 활동을 할까? 3년 동안 어떻게 지내는 거지?
나는 초등학교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다. 그런데 유치원은 어떤 시스템인지 전혀 모른다. 물론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도 병설유치원이 있다. 하지만 급식소에서 원아들을 5분 마주치는 것 말고는 유치원 친구들과 내 동선이 겹칠 일은 없다. 그래서 나에게 유치원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그런데 이 책, <실전! 아빠 육아 덕분에 유치원의 속사정을 알게 됐다. 도대체 거기서 뭘 배우냐고?
-신발 신고 벗고 정리하는 법
-양치하는 법
-옷 정리하는 법
-쉬아 응가 처리하는 법
-바른 식습관
그러고 보니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했을 때가 생각난다. 우리 반엔학생들이 25명 정도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은 걸 잘했다. 고작 8살짜리 아이들이 말이다!
'저 친구는 혼자 양치질도 잘하네. 응가 처리도 스스로 할 수 있잖아? 심지어 급식에 나온 갈치 뼈까지 발라먹을 수 있다니!'
나는 그때 막연히 가정교육 덕분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유치원을 비롯한 유아교육기관에서 일하는 선생님들의 노력이 다 녹아든 덕분이라는 것을.
내 딸이 유치원을 졸업하기 전에 이 책을 만나서 다행이다. 이제 2년 뒤면 딸도 초등학교에 입학할 것이다. 그전까지 이 책에 나온 팁들을 하나씩 실천해야겠다. 그럼 우선 오늘 저녁엔 '검지 펜싱' 놀이부터 공략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