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어서 킹무원이 되었습니다 Vs. 죽기 싫어서 좋무원을 때려칩니다
“민원인한테 얻어터지고 다음 날 출근 전철에 앉아 있는 거…. 실화냐?
젠장할.”
흔한 전철 출입문 쪽 구석에 자리 잡고 앉은 박 무료 카지노 게임가 왼쪽 눈두덩이 위에 붙은 두꺼운 반창고를 연신 만지작거린다. 재수 없게도 민원인이 던진 볼펜이 뭉뚝한 뒷부분이 아닌, 뾰족한 펜 쪽으로 날아와 꽂히는 바람에 병원에 가서 다섯 바늘이나 꿰매야 했다.
분명 맞은 건 자기였는데,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있는 것도 자신이었다.
피가 뚝뚝 나는 걸 보면서도, 자기 세금으로 먹고산다고 소리쳐대는 민원인에게 한낱 8급 공무원 나부랭이인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사과밖에 없었다. 그게 공노비, 아니 공무원인 거라고. 8급이 되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역시는 역시.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망할 세상.”
한숨을 꾹 참으며 박 무료 카지노 게임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바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땀에 흥건히 젖은 손바닥을 닦아 낸다. 어제 당한 그 일 때문인지 오늘따라 유독 손바닥 다한증이 심해진 것 같다.
지긋지긋한 다한증,
더 지긋지긋한 민원인.
어제 눈두덩이를 얻어맞고, 팀장이 원하면 이틀의 특별 휴가를 쓰게 해 주겠노라고 권했지만, 됐다고 했다. 그 이틀 동안 자신을 향한 민원 폭탄은 고스란히 쌓일 테고, 더 큰 핵폭탄이 돼서 결국 펑! 터질 게 뻔하니까. 아니, 퍼퍼펑! 하고 터지려나.
덜컹거리는 출근 전철 속에 구겨져 다 찌그러진 마음을 부여잡고 있으니, 어느새 시청역에 도착했다. 우르르 내리는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떠밀려 몸뚱이가 전철 밖으로 내동댕이쳐진다. 이 아침, 이 역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전부 공무원인 게 분명하다. 가기 싫은 곳에 억지로 끌려가는 뭣처럼, 하나같이 저렇게 바닥만 보며 한숨 위를 걸어가는 걸 보면.
‘나도 저들과 다를 바 없겠지…. 때려치고 싶다. 정말! 이 망할 공무원. 이 망할 좋무원!’
그들의 긴 행렬 끝 저 멀리 거대한 건물이 보였다. 뭐가 대단하다고, 뭐가 자랑스럽다고 저 '시청' 두 글자는 건물 벽에 저렇게 크게 매달아 놓은 건지 모르겠다. 오늘따라 유독 두 글자가 쓸쓸해 보였다. 가는 길에 잠시 편의점에 들러 캔 맥주를 하나 산다. 아, 출근길에 웬 맥주냐고?
사실 박 무료 카지노 게임는 그날 이후 맥주를 먹지 않는다.
당연히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서.
그런데 왜 샀냐고?
오늘은 그냥 사야 하는 날이니까 샀다.
그런 날이 있는 거다.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캔 맥주를 손에 움켜쥐고, 시청 앞 주차장에 들어섰다. 많은 차가 이미 주차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러니 민원인들이 허구한 날 시청에 주차할 곳 없다고 민원을 넣어대겠지. 그런데 어쩌나. 공무원도 주차는 해야지. 민원인들은 시청이 시민을 위한 곳이니 공노비들이 주차하는 걸 감히 용납할 수 없다고 소리치지만, 박 주사의 생각은 달랐다. 시청이 시민을 위한 곳이기도 하지만, 그 시청에서 매일 업무를 하는 건 공무원이고, 그러니 당연히 공무원을 위한 곳이기도 하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그들은 빽! 소리를 지르고 드러눕겠지만. 그리곤 너희 공노비들을 먹고살게 해주는 월급이 자기네 세금이라는 말도 잊지 않겠지! 젠장.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주차장을 가로질러 건물 출입문에 거의 도착했다. 평소라면 쳐다도 안 봤을 주차 자리한 곳을 응시한다. 박 무료 카지노 게임의 눈빛이 흔들리고, 심장이 쿵쾅댄다.
'응? 어떤 미친놈이 여기다 주차를 했지?
그것도 오늘?‘
당연히 비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건만, 그 자리에 VOLVO라는 거대한 은빛 글자가 번쩍이는, 딱 봐도 새 차 티가 팍팍 나는 SUV 차가 떡하니 주차되어 있었다. 쿵쾅거리던 심장이 요동친다.
바로 그때, 운전석에서 내린 차주가 마침 자기 모습을 창에 비춰보고 서 있는 게 보였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박 무료 카지노 게임가 주차된 좁은 차 사이를 굳이 비집고 들어가더니 일부러 차주와 부딪혔다.
“아이쿠!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차주가 당황한 목소리로 박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물었다.
“뭐예요? 여기다 주차하신 거예요? 오늘 같은 날…. 참….”평소 박 무료 카지노 게임답지 않게 사나운 목소리로 차주를 향해 쏘아붙였다. 용기가 났다. 아니, 오늘은 용기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 무료 카지노 게임의 말에 차주가 박 무료 카지노 게임를 위, 아래로 훑어본다.
‘내가 공무원인 걸 알면 또 공노비 타령이나 하며 감히 민원인이 주차하시겠다는데 뭔 상관이냐며 소리나 빽! 지르겠지.’
박 주사는 최대한 공무원이 아닌 척하며 차주를 노려본다. 그의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니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공무원 복장이다. 하얀 셔츠, 정갈한 넥타이, 까만 정장, 더 새까만 구두까지. 하지만 박 주사는 안다. 이 복장은 공무원으로 보이기 위한 흉내일 뿐이란 걸. 진짜 공무원은 저렇게 새까만 까마귀처럼 입지 않는다. 그저 모범생처럼 보이는 반팔 카라티에 면바지, 운동화 정도 신고 말지. 지금 자신처럼.
일부러 들으라는 듯, 박 무료 카지노 게임는 그의 앞에 큰 한숨을 내놓고는 시청 건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건물 안에 들어서니 신규 공무원 임용식 안내 현수막이 보인다. 어쩌면 저 새까만 까마귀 차주가 신규 공무원인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러고 보니 자신도 처음 공무원 임용식 때 저렇게 입었던 것 같다. 새까만 정장 붕대를 온몸에 칭칭 휘감은 촌스러운 공무원.
'그러거나 말거나.'
신규 공무원이라면 치가 떨리는 박 주사이기에,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좋다고 흔들거리는 현수막을 무시한 채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아, 맞다! 맥주!'
그때 자신의 손에 캔 맥주가 그대로 들려있다는 걸 깨달았다. 박 무료 카지노 게임가 다급히 몸을 돌려 다시 아까의 그 VOLVO 차로 향한다. 까마귀 차주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무심하게 주차되어 있는 차를 무시한 채, 박 무료 카지노 게임는 치익-소리와 함께 맥주 캔 뚜껑을 열어, 주차 자리 하얀 선 위에 두 손을 모아 조심히 올려두었다. 그러고는 칠한 지 얼마 안 됐는지 유독 하얗게 빛나는 주차선을 잠시 가만히 바라보고는, 몸을 돌려 다시 사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
딸랑- 박 무료 카지노 게임가 사무실 문을 거칠게 밀어 열자, 문소리가 그의 도착을 알렸다. 그 소리와 동시에 박 무료 카지노 게임를 향한 과장님과 세 분의 팀장님을 불편한 시선이 느껴졌다. 박 무료 카지노 게임도 그들이 불편하므로 눈길을 주지 않고, 서둘러 자기 자리로 가, 재빨리 모니터 뒤에 모습을 감춘다.
"하…. “
자리에 앉으니 모니터 위에 형형색색의 포스트잇 종이가 붙어있는 게 보인다.
하나, 둘, 세엣... 열일곱, 열여덟 숫자도 재수 없게 열여덟인 민원 종이가 붙어있다. 어제 민원인의 칼날 같은 볼펜에 얻어맞아 조금 일찍 퇴근했더니, 그 이후로 자신에게 날아와 쌓인 민원 갯수다. 박 무료 카지노 게임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꼴 보기 싫은 포스트잇을 마구 떼어내기 시작한다.
<공원에 바람이 너무 불어요. 공원 전체를 거대한 벽을 세워 막아주세요. 바람 때문에 장사가 안 돼요. 오늘까지 꼭 회신 전화요망. 민원인 연락처 OOO-OOOO
마지막 열여덟 번째 민원 내용이다.
익히 아는 민원인이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도 해봤다. 공원에서 장사를 하는 것도 불법인데, 바람이 불어 그 장사가 안되니 공원 사방에 높은 벽을 세워 달라는 민원.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건가?
정말 민원인들은 공무원들과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서 이런 민원을 아무렇지 않게, 하루가 멀다고 반년 넘게 주기적으로 넣을 수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미쳤거나, 세상이 미쳤거나. ’
간신히 열여덟 민원을 떼어내고 나니, 검정 모니터 화면에 눈두덩이에 한이 많은 듯 새하얗게 질린 반창고를 붙인 엉망인 자신의 모습이 비친다. 그리고 바로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
"호호~ 오늘 우리 팀에 신규 공무원 온다면서? 좋겠네? 이제 그 업무 인계하면 되잖아? 박 주사는 편해지겠어~ 참~ 부럽다 부러워~ 호호."
<다음 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