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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L May 03. 2025

푸르른 봄 날에는

푸르른 봄 날에는 -원래는 가을이었다.

5월에 연재하려고 봄으로 바꿨다. 벚꽃이 필요했다. 그래야 분위기가 난다.


그해 봄이 그랬다. 하루 종일 맑았고 비도 바람도 없었다.

양지바른 곳에서 책을 읽거나 맥주 한잔 들고 산책하기 딱 좋은 날 들이었다.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그 후로 그런 봄은 다시없었다.

황사와 미세 먼지. 주말마다 비가 오고 건조한 강풍에 산불. 그다음부터 봄엔 그런 소식뿐이었다.


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벚꽃이 그렇게도 예쁘디, 바보들아!

결국 꽃잎은 떨어지지...... 너네도 떨어져라...... 몽땅 망해라!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기대할 일이 아니다. 애초에 기대를 했던 내가 잘못이었다.

그 아이가 나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만나러 나간 것은 실수였다. 나도 그 애를 좋아할 수 있는가는 차원이 다른 문제, 그냥 마구 심심했다. 앞에 앉은 아이를 보며 반성했다. 사람을 만나 즐거울 것을 상상하다니.


노래를 흥얼거리며 카페로 들어섰다. 맥주나 한잔하고 밤에 걸어서 집에 가는 플랜.

카페의 이름은 "너는 산 타, 나는 사람 타"였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신입생 시절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등산 동아리 선배들이 자주 가는 곳이었다. 말이 등산 동아리지 주말에 한강 산책하기도 어려운 사람들이었다. 산보다 술이 좋아 사람이 좋아 산다나, 뭐 그랬다. 동호회 활동보다 카페에 오는 날이 많았다,

그런데 거기에 나의 좋은 친구 해수가 있었다. 다소곳이 맥주잔을 앞에 놓고 누군가와 통화 중.

통화가 끝나길 기다려 그날의 무용담을 펼쳤다. 그녀는 듣기만 했고 내가 내 말에 지쳐 맥주를 들이켰다.


“너는 안돼, 너 같은 식으로는 여자애들 못 사귄다. 상대가 맘에 안 들어도 최소한의 매너는 지켜야지.

못 생겼다 구박하고, 매너 탓하고, 내숭이라 보기 싫고, 도대체 맘에 드는 여자가 어디 있냐.”

“아무리 그래도 조금은 대화가 통해야 할 것 아냐. 나 좋다고 찾아왔는데 안 본다 할 수는 없고 일단 대화를 시 도했는데 안 통하니까. 안 되니까 그런 트집을 만드는 거지. 그리고 거기서 최소한의 매너라고 어떤 여지를 주면 피차 힘들어지는 거야, 잘 못 엮이면 도망도 못 가.”

딱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해수를 보며, 이 아이를 기준으로 보면 눈에 차는 여자 찾기 힘들겠단 생각도 했다. 167cm의 키에 날렵한 몸. 뚜렷한 이목구비. 무엇보다 그 눈동자에 맺힌 총기. 해수와 유치원 동기라는 공식적인 관계만 아니라면 만나기 힘든 아이였다.


다행히 동지적 관계로 맺어져 아무 날이나 술 먹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특히 날씨는 좋은데 할 일은 없고 기분은 꿀꿀한 날. 반갑고 즐거운 친구였다. 왼손으로 안경을 끌어올리며 콧구멍에 힘을 주고 말했다.


“넌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무례하고 자만심만 가득 찼고, 어쩜 6살 때 모습 그대로냐.

외모도 못돼 보이는 곱슬머리에 작은 눈. 그 잘생긴 코 하나로 버티고 있지. 삐쩍 마르고

가늘기만 한 팔뚝은 어디에 쓸 거냐. 너 자신을 봐라, 너 같은 남자애 좋아할 여자 별로 많지 않다.

주제도 모르고 저 좋다는 애 앉혀놓고하품만. 난 이해할 수 없다. 너 같은 놈나는 제일 싫어”

해수가 아무리 떠들어도 중요한 것은 나의 판단, 냉정하지 못하면 평생 후회될 수도 있는 일인데.

카페의 조명이 약간 어두워졌다. 시끄러운 록음악이 실내를 지배했다. 이곳의 선배들은 20세기로 가고 있다. 한잔의 술을 마시고 내려놓는데, 입구가 열리면서 웬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들어섰다. 이곳에서 처음 보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지만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나와 같은 과라는 것은 안다. 수업을 대부분 같이 듣는다. 별로 말을 나눈 기억은 없다.


우리 과는 200명이나 되니 1년을 지내고도 다 알지 못했다.

녀석은 실내를 돌아보더니 만나기로 온 사람이 아직 안 온 듯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딱히 빈 좌석도 없었다. 달랑 테이블 네 개뿐인 카페는 항상 동아리 선배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뭔가 망설이던 녀석이 우리 쪽으로 왔다.


“좀 앉아도 될까?”

이미 앉았다. 내가 앉지 못하게 할 틈은 없다. 자리에 앉자마자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나의 맥주를 따라 마셨다.

“누굴 만나러 온 거냐”

“그냥 술 먹으러”

혼자 술 먹으러 다니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을 대부분 이상하다. 이유도 없이 마시고 단골도 만들지 않는다.

오죽 못났으면 술 한잔 같이 할 친구가 없을까.

좀 전에 나도 혼자 들어왔다고. 물론 나는 술 마실 이유가 있었고, 여기 오면 누군가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렇잖아. 해수가 딱 버티고 있을 거라는 느낌. 나의 소중한 친구.




해수도 느닷없이 출현한 녀석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관찰했다. 상당한 경계의 시선을 보내면서도 몹시 궁금한 듯 나는 쳐다봤다. 같은 과 친구라고 소개하며 양해를 구했다. 해수도 그렇게 거부감을 보이지는 않았다.

“뭔 일이 있는 거냐. 아님 항상 혼자 술 마시러 다니냐?”

“응, 오늘 소개팅했는데, 별 얘기 안 하고 술을 마셨어, 한 시간 정도 있었는데 술이 좀 부족했나 봐.”


무표정하게 이야기하며 천연덕스럽게 내 앞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해수가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너네 친구들은 다 그러니, 여자를 왜 만나는 거야! 어이가 없네. 정말 매너 없는 놈 들!”

“우리만 탓하지 말라고, 오늘 나온 애 보면 너도 어쩔 수 없을 거야, 진짜 지루해 죽을 뻔 했다.”

녀석도 내 말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서야 나는 녀석의 이름이 생각났다. 그동안 녀석이 내게 보여준 모습들이 떠올랐다. 의외로 내게 남긴 인상이 많았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기간, 그때는 낯설었던 경영관 101호에서 녀석을 처음 보았다. 우리 반에 단 두 명뿐인 여학생을 독점하고 있었다. 정말 서로 하나도 모르는 공간에서 녀석은 정말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며 주변 친구들과 떠들고 있었다. 키는 나만큼 삐죽 크고 갸름한 얼굴, 단정하게 빗질된 긴 머리- 초가집 처마같이 앞르로 흘러내렸다. 어딘가 촌스러워 보이는 옷매무새, 그리고 약간은 얌체 같은 인상을 주는 안경, 수업시간이면 어김없이 맨 앞자리에 앉았다. 어느 날은 내 옆에 앉기도 했지만, 한 학기 동안 우리 사이에 오간 말은 백마디도 안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그룹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그 녀석은 그냥 떠도는 존재였다. 그는 결코 외톨이가 아니라 어느 집단에도 속하지 않지만 모두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특별한 존재였다.


해수가 불쾌한 표정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꿈쩍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우린 먼저 가야겠는데...... 너는?”

“내 걱정 말고 가. 어차피 올 때도 같이 온 게 아닌데, 술값 걱정은 말고, 나는 조금 더 마셔야 하니까.....”


투덜거리는 해수를 따라 나오자 그녀의 공격이 시작됐다,

해수는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나의 무례한 소개팅 때문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느닷없이 나타난 멍청한 친구 때문에 더 화를 내고 있었다.


다음 날 수업시간, 맨 앞자리에 있어야 할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수업이 끝나고 일어설 때 맨 뒷자리에서 가방을 챙기는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모습을 보고 일단 안심되었다. 나는 재빨리 그에게로 다가갔다.

“어때!, 오늘은 늦은 모양이지.”

“아!, 너로구나. 어젠 좋았어, 그리고 네 친구도 예쁘고 아주 맘에 들어.”

녀석이 해수를 기억했다. 우리는 다음 수업 시작 전에 인문관 앞 벤치에 나란히 앉아 담배를 피웠다. 수요일의 인문관은 남녀 학생들로 북적였다. 교정의 개나리가 지고 벚꽃이 무르익고 있었다. 화창한 날씨에 학생들도 옷차림도 가벼워졌다. 문과대 여학생들의 미모를 감상하고 있었고 녀석은 녀석대로 뭔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수업 들어가기엔 날씨도 너무 좋고, 몸은 적당히 나른한데... 저 놈의 과잠 좀 입지 말라고.”

내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투덜거림을 파악하지 못하고 머뭇거릴 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치고 들어왔다.

“우리 가서 술이나 먹자.”

간단한 결론이었다. 의기투합, 그리고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문을 두드렸다. 주인은 다시 들어가 자고 우리는 술을 마셨다. 주인이 다시 일어나 정식으로 영업을 시작할 때까지 우리는 나갈 수 없었다. 맘 내키는 음악을 틀고 아무렇게나 앉아 술을 마셨다. 무언가 이야기 끝에 내가 문득 말했다.


“너는 리베로야.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고, 그냥 방랑하는, 하지만 결코 외롭거나, 위축되지 않는 모습의,,, ,,,”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리고는 안경을 고쳐 썼다.

“그것은 내가 돈이 많아서 그래. 나도 너희들처럼 특별히 친한 몇 명을 갖고 싶어. 물론 너희 모두 나에게 잘 대해 줘, 하지만 모두와 적당한 거리가 만들어지지. 그건 내가 서울 아이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고, 누나가 다섯이라 사랑받기만 해서 그럴 수도 있고. 내가 막내 외동아들, 다섯 누나에게 모두 사랑받는 방법은 그중 아무와도 특별히 친하지 않은 거야”


그의 이름이 어쩌다가 일남이가 되었는지 드디어 알았다. 우리 불쌍한 일남이가 취해 가고 있을 때 주인아저씨가 가게문을 정식으로 오픈했다. 영업의 시작이었다. 시계를 보더니 일남이 말했다.

“3시부터 수업인데 서두르지 않으면 늦겠다.”


흐트러짐 하나 없는 모습으로-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흘러내린 머리카락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단정했다.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금요일인줄 알았는데 쓰다보니 토요일이 되었구나.

첫회부터 엇나가니 어디까지 가나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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