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이야기2
그냥 눈이 떠졌다. 낯선 천장, 낯선 공기, 낯선 감각. 몸은 누워 있었지만, 마음은 어딘가 떠 있는 기분이었다. 유체이탈이라는 게 있다면 딱 이럴까. 머릿속은 뿌옇게 안개 낀 듯했고,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공항 이후의 기억은 없었다. 소주 몇 병을 비우고 깨어난 카지노 쿠폰처럼, 숙취는 아닌데 숙취 같은 무거움이 온몸을 짓눌렀다. 눈앞에 보이는 건 모기장이었는지, 캐노피였는지 알 수 없는 하얀 천 뭉치였다. 아무리 봐도 천장이 너무 낯설었다. 조금, 아니 많이 기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주변을 훑었다. 옆에는 체육단원 M이 누워있다. 룸메이트가 된 것일까. M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 방안을 돌아봤다. 바닥에는 박스와 이민가방이 널브러져 있었다. 어제의 혼란스러움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작은 식탁같이 생긴 가구와 의자, 모자 하나 들어가기도 버거운 벽 선반도 눈에 들어왔다. 왼쪽과 오른쪽에 문이 하나씩 보였다. 아마도 하나는 나가는 문이고, 다른 하나는 화장실이겠지. 불확실한 이 카지노 쿠폰 적어도 하나는 확실했다. 나는 어디든 도착하긴 한 모양이다. 르완다겠지? 살아있으니 무사히를 붙여도 되겠지.
기억은 없는데,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해낸 것 같다. 은갈치 단복은 벗겨져 옷걸이에 얌전히 걸려 있었다. 괜히 단복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 같아 눈치가 보였다. 옷도 갈아입은 모양이다. 훈련소에서 입던 활동복을 입고 있었고, 덮고 있던 건 한국에서 챙겨 온 침낭이었다. 정신없이 도착해서 옷 갈아입고 이불까지 잘 덮고 잔 것을 보니, 나는 제법 야무지다. 어디 가서도 얼어 죽지는 않겠다. 아프리카에 도착한 이상 한동안 얼어 죽을 일은 없겠지만.
옆사람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일어나 방문 밖으로 나갔다. 바닥은 하얀색 대리석 타일이 깔려있고, 대문만 한 창문이 정면을 덮고 카지노 쿠폰다. 창문과 대문의 크기가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바닥이 장판이 아니라는 것만큼 놀라웠다.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소파 하나, 나무식탁과 의자가 보였다. 소파에 앉아 널브러졌다.
옆에 누운 사람이 깨지 않도록 살금살금 방 밖으로 나왔다. 바닥은 하얀 대리석 타일로 덮여카지노 쿠폰다. 정면엔 이 집의 대문이 카지노 쿠폰고, 대문옆으로 대문만 한 창문이 여러 개 카지노 쿠폰다. 사생활보호가 하나도 되지 않을 것 같은 뻥 뚫린 거실과 차가운 바닥타일의 질감이 신선했다. 외국에 왔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거실 한가운데에는 큼직한 소파와 나무 식탁 그리고 의자들이 보였다. 나는 그 소파에 털썩 몸을 던졌다. 그냥 그렇게 널브러졌다.
지금이 몇 시인지, 무슨 요일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여기가 정확히 어딘지도 모르겠고, 나 자신도 어딘가 붕 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는 처음이었다. 마치 우주에 홀로 떨어진 외계인이 된 듯한 기분. 몸은 멀쩡히 깨어 카지노 쿠폰지만, 대문 밖을 나설 용기는 도무지 생기지 않았다. 괜히 나왔나, 그냥 침대에 누워 있을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침대는 그래도 ‘허락된 공간’ 같았는데, 거실에 나오니 내가 있어도 되는 곳인지조차 불확실했다. 그러나 이미 방밖을 나온 이상 후회해 봐야 의미도 없다.
전등 스위치가 보이는데 켜도 될까? 벽에 붙어있는 TV는 켜봐도 괜찮을까? 거실 사이에 있는 저 계단은 올라가 봐도 되는 건가? 나는 진짜 여기서 살게 되는 걸까? 머릿속에 질문이 우물처럼 샘솟았다. 하지만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어리둥절했다. 훈련소의 기억도, 비행기가 연착된 공항에서 노숙했던 것도, 비행기를 타고 온 것도 모두 희미했다. 이게 꿈인지, 저게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됐다. 제발, 누구라도 나타나서나한테 말 좀 걸어주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
몸은 소파에 털썩 기대 카지노 쿠폰지만 편하지 않았다. 그때 인기척이 들렸다. 자고 있던 M이 일어나 내 옆에 앉았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자마자 피식, 그냥 웃어버렸다. 엉망진창인 꼴이 서로 너무 웃겼고, 어리바리한 우리가 좀 우스워 보였던 것 같다. 웃음소리가 퍼지자, 사람들이 어디서 하나둘씩 나타나 주변에 둘러앉기 시작했다.
빨간 나시티를 입은 현지인이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순간 놀랐지만, 어색하게 눈인사를 건넸다. 그는 익숙한 듯 밝게 인사했고, 나는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그냥 고개만 까딱였다. 짧은 침묵이 흐른 뒤, 그는 큰 종이봉투를 식탁 위에 두고 말없이 나갔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모름지기 봉투는 열어봐야 제맛이다. 게다가 동기들이 주변에 있으니 이유 없는 자신감도 생겼다. 늠름하게 걸음을 옮겨 식탁으로 갔다. 봉투 안에는 바나나 한 손, 퍽퍽해 보이는 빵 한 봉지, 그리고 젖소 그림이 그려진 정사각형 종이팩 몇 개가 들어 카지노 쿠폰다. 아마 우유 거나, 유제품의 일종이겠지. 알파벳이 적혀 카지노 쿠폰지만,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먹을 게 있다는 사실에 배보다 마음이 먼저 반가웠다. 사람들이 소파에서 식탁으로 자리를 옮겨왔다.
“오늘 우리 뭐해요?”
그 짧은 질문 하나에 많은 대답이 돌아왔다.
여기는 현지적응 훈련을 받는 동안 지낼 숙소였고, 나와 M은 룸메이트가 된 모양이다. 오늘은 행정원과 선배단원이 와서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안내해 줄 예정이라고 카지노 쿠폰. 핸드폰 개통하는 법, 마트 가는 법, 물 사는 법, 먹을 수 있는 음식 구분법 같은 기본 생존기술들. 그리고 오늘 저녁엔 신입단원 환영회도 예정되어 있다고 카지노 쿠폰.
“너도 어제 다 듣고, 메모도 열심히 했어. 룸메이트 정하는 회의도 같이 했고. 짐도 풀어서 이것저것 많이도 꺼내더라. 그 와중에 샤워도 하고 자더라.”
내가 모르는 사이, 나는 아주 적응한 듯카지노 쿠폰.
씻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화장실로 갔다. 온수를 틀었는데, 찬물이 쏟아졌다. 시원하다고 스스로를 속이며 버텨보려 했지만 금세 서러움이 밀려왔다. 따끈한 물이 이렇게 그리울 줄이야. 익숙한 일상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편안했던 그 삶이, 너무 당연했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온몸으로 느껴졌다. 기본 생존을 위한 방법조차 누군가에게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 익혀야 한다는 사실까지 더해져 갑자기 서러웠다. 찬물 탓인지 괜히 마음까지 시려졌다. 카지노 쿠폰 나라의 첫날, 향수병은 그렇게 불쑥 찾아왔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별일도 아니고 샤워 하나가 마음을 툭 건드렸다.
옷을 챙겨 입고, 외출 준비를 마치고 거실로 다시 나왔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현지인 친구가 가져다준 음식을 먹었다. 세상에서 카지노 쿠폰 달달했던 바나나, 퍽퍽하고 짠맛 나는 길쭉한 빵, 미지근하게 종이봉투에 담겨있는 우유를 나눠먹었다.
샤워를 마치고 외출 준비를 마치고 거실로 나왔다. 아까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사람들도 씻고 나왔는지 조금 사람 같아졌다. 모두가 서로를 챙기며, 조그맣게 웃고 수다를 떨었다. 뭔가 따뜻카지노 쿠폰.세상에서 카지노 쿠폰 달달한 바나나와, 퍽퍽한 빵,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우유를 나눠 먹으며, 새로운 일상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집에 가고 싶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