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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로우 Jul 23. 2024

4134km 일본종주의 끝 (完)

카지노 가입 쿠폰 한국으로 보내는 방법

내게 남은 마지막 과제는 바로 ‘카지노 가입 쿠폰 집으로 보내는 일’이었다. 그것은 흔한 농담 중 하나인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처럼, 박스를 연다, 카지노 가입 쿠폰 넣는다, 박스를 닫는다로 해결될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올 때는 공항에 있던 포장업체에 맡겨 박스만 비행기에 실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일본에 그런 업체가 공항에 없기에 내 손으로 직접 카지노 가입 쿠폰 포장해 비행기에 실어야만 했다.


먼저 카지노 가입 쿠폰 넣을 박스를 구해야 했다. 어디서 구하지? 물론 시내에 자전거 가게야 많아서 그곳에서 박스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자전거 가게마다 박스를 항상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제도 한 가게에 들러 박스가 있냐고 물어보았지만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시내에서 박스를 구입할 수 있다고 해도, 이곳에서 포장을 하면 그 무겁고 큰 자전거 박스를 어떻게 들고 공항까지 가냐는 것이었다. 공항까지 전철도 없어서 택시 같은 차량을 빌려야만 했다. 하지만 5킬로 거리 때문에, 악명 높은 일본 택시 요금을 감수하고 타기가 꺼려졌다.


일단 가장 공항과 가까운 2, 3킬로 정도의 자전거 가게 두 군데를 찾았다. 나의 계획은 카지노 가입 쿠폰 타고 먼저 공항으로 간 뒤, 카지노 가입 쿠폰 공항에 세워두고 박스만 가게에서 구해와서 공항에서 직접 포장하자는 것이었다.


공항으로 향하던 중 우연히 한 카지노 가입 쿠폰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미리 알아봐 둔 가게도 아니었다. 물어보지 않아도 가게 앞에 바로 내가 찾던 카지노 가입 쿠폰 박스들이 있었다. 이런 행운이!


“혹시 가게 앞에 있는 카지노 가입 쿠폰 박스도 파나요?”


나는 곧장 가게에 들어가 점원에게 물었다. 박스를 1,000엔에 판다는 대답과 함께 나중에 사러 오겠다고 한 뒤 가게를 나왔다. 다른 가게까지 찾아가기보다는 확실하게 이 가게로 오기로 하고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이제 자전거를 보호할 에어캡을 구해야 했다. 공항 내부에 있던 야마토 택배에서 에어캡을 팔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에어캡을 일본어로 몰라 점원에게 “혹시 그 포장할 때 쓰는 공기… 봉지 같은 것을 파나요?”라고 물었다. 점원은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그건 팔지는 않고,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시면 쓸 수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아, 망했다. 구입도 안된다니. 공항에서 나와 100엔 샵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혹시 뭐에 쓰시려고 필요하신 거예요?”


“아, 사실 카지노 가입 쿠폰 포장해야 해서요. 그래서 에어캡이 좀 많이 필요한데… 팔지는 않는다고 하니 다른 데에서 구해야겠네요.”


나는 울상을 지으며 대답했다.


“음… 그러면 그냥 드릴게요. 필요한 만큼 잘라가시면 될 것 같아요. 얼마만큼 필요하세요? 나중에 오셔도 되는데, 오후 3시부터 저는 퇴근하고 다른 점원이 오는데, 그 점원은 아마 안 빌려줄 거예요… 그러니까 오후 3시 이전에 오시면 제가 드릴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꼭 오후 3시 이전에 오겠습니다.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왜 이렇게 오키나와 사람들은 정이 많고 착한 걸까? 연신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빠르게 박스를 구하러 공항을 뛰쳐나왔다. 버스를 타고 3.5킬로 정도 떨어져 있는 아까 들른 카지노 가입 쿠폰 가게로 다시 찾아갔다. 카지노 가입 쿠폰 박스를 구입한 뒤 끙끙대며 박스를 들고 공항으로 돌아왔다. 버스 기사는 처음엔 들고 타면 안 된다고 제지했지만 “공항까지면 봐 줄게요.”라고 선심을 써 주었다. 글 하나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버스를 기다린 시간을 포함해 박스를 구하는 데만 1시간은 넘게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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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자전거 뒤에 설치했던 짐받이도 필요 없었다. 바퀴도, 안장도, 카지노 가입 쿠폰 상자에 넣기 위해 뗄 수 있는 건 모두 분리했다. 그렇게 카지노 가입 쿠폰 박스 안으로 넣는데… 문제는 그때였다. 바퀴를 분리하면 가로로는 들어갔지만 페달 때문에, 세로 폭이 좁아 박스에 자전거가 들어가지 않았다. 억지로 박스를 벌려서 넣어보거나, 조금 방향을 틀어서 넣어보려고 했지만 전부 불가능했다. 결국 카지노 가입 쿠폰 넣으려면 페달을 분리해야만 했다. 하지만 페달을 분해해 본 적도 없었고 내가 가지고 있던 공구로도 페달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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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까 박스를 사 온 자전거 가게는 아동용 카지노 가입 쿠폰 파는 곳이었다. 물론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박스를 구입했다. 가게 앞에는 꽤 큰 로드 자전거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었고, 박스도 내가 봤을 때는 이 정도 크기라면 자전거가 들어갈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물론 이러니저러니해도 결국 명확한 사이즈를 모른 채 도박을 감행한 내 잘못이었다.


박스를 새로 구해야 하나? 그렇다면 새로운 가게를 찾아야 하는데, 하지만 구글 지도로 검색해서 향한 가게에 갔다가 어제처럼 카지노 가입 쿠폰 박스가 있다는 보장도, 카지노 가입 쿠폰 박스를 판다는 보장도 없었다.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극한으로 치닫는 기분이었다. 심지어 카지노 가입 쿠폰 버릴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면 커다란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거잖아. 아니, 묶어두지만 않는다면 누군가가 알아서 주워서 타지 않을까?


‘아까 그 가게로 돌아가 페달 분해를 부탁하자….’


카지노 가입 쿠폰 들고 가게로 가야 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 타야 해서 이전까지 분해한 일이 모두 헛수고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풀이 죽은 채 분해된 카지노 가입 쿠폰 다시 조립했다.


가게로 다시 갔을 때에는 오전과 다른 점원이 있었다. 낮에 이곳에서 박스를 샀는데, 카지노 가입 쿠폰가 들어가질 않는다고 설명하며 혹시 페달 분해만 부탁할 수 없겠냐고 부탁했다. 점원은 무표정으로“지금 일이 많아서 바빠서 안 돼요. 나중에 와요.”라고대답했다.


물러설 곳이 없었다. 더 이상 또 불안한 마음으로 다른 카지노 가입 쿠폰 가게를 찾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냥 다른 방법을 생각할 의지력과 뇌의 에너지가 더 이상 남아있지 않고 바닥을 드러낸 것만 같았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오늘 비행기를 무조건 타야 해서요… 돈은 얼마든 드릴 테니 잠깐만 시간 내서 분리만 어떻게 좀….”


점원은 그런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약간은 귀찮은 기색을 얼굴에 비치면서도 들어와 보라며 가게 안으로 손짓했다. 말없이 공구들을 꺼내더니, “페달 말고 핸들바는요?”라며 무뚝뚝한 말투와 함께 핸들바를 가리켰다. 핸들바는 분해할 생각이 없었다. 아니다. 또 핸들바 때문에 안 들어가면 망한다. 나는 가능한 모든 것을 분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분해가 끝난 뒤 공임비 700엔을 그에게 건네고 고개 숙여 감사인사를 했다.


가게를 나가려던 그때, 잠시 그는 기다려보라더니 이것도 필요하지 않겠냐며 가위 하나와 포장재들을 건넸다. 생각해 보니 가위도 생각한 적이 없다. 포장업체에서 가위를 빌려준다는 말은 없었고, 만약 가위를 빌려주지 않는다면 편의점에서 직접 구입해야 할 수도 있었다. 무뚝뚝한 그였지만, 하고 있던 일까지 제치고선 물심양면 신경 써서 나를 도와준 것이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끌고 공항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핸들바도 분리되었기에 잡을 곳이 안장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분해된 카지노 가입 쿠폰 들고 가는 3.5킬로의 걸음이 마치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이제 다 끝났잖아. 이제 돌아가서 자전거만 박스에 넣으면 돼.’라는 일념으로 썩은 동아줄을 붙잡듯 정신줄을 놓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공항에 도착 후 바퀴를 마저 분해했다. 그때 한 공항 직원이 다가오더니 공항 내부에서 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며 해체된 부품들과 짐을 밖으로 옮겨야 했다.


다행히 점원이 바뀌기 전에 도착해 에어캡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올 때 업체 직원이 포장을 하던 것을 떠올려 얼추 비슷하게 포장을 했다. 드레일러나 크랭크 등 휘면 안 되는 부분이나 충격에 약한 부분들만 에어캡으로 감쌌다. 물론 몇 천만 원짜리 애지중지하는 카지노 가입 쿠폰라면 이야기가 다를지도 모른다. 내 카지노 가입 쿠폰는 중고로 산 막 굴리는 카지노 가입 쿠폰니까 이 정도로 포장을 끝낼 수 있었다.


포장이 끝나고 자전거를 수하물로 부치고 나서야 맥이 풀리는 것만 같았다. 공항 곳곳에는 수학여행을 온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줄지어 모여 있었다. 학생들은 이제 도쿄의 하네다 공항으로, 오사카의 간사이 공항으로, 혹은 다른 공항을 향해 저마다의 가족의 품으로, 집과 학교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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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이 기나긴 꿈같은 시간에서 벗어날 때가 왔다. 비행기 창밖에 멀어지는 오키나와의 불빛들. 여정의 감상에 젖어있기보다는 전형적인 이 시대의 사람처럼 시간을 때울 요량으로 넷플릭스를 보았다. 밤늦게 공항에 도착하자 2개월 전 떠났던 그날처럼 아버지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집에 도착하면 감개무량한 기분과 함께 가족의 시끌벅적한 환대가 있을 거라고 상상했지만, 늦은 시간이라 가족들은 조용히 잠을 자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가 짐을 풀고 2개월 만에 보는 내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미끄러질 위험도, 잘 곳을 찾지 못할 걱정도, 야생 곰을 만날 공포도 없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곰이 없는 대신 복학 준비도, 나아가 취업 준비도 해야만 하는 일상. 군에서 모았던 적금 통장은 종주를 다녀오자 텅텅 비어있었다. 매일 숙박비에 스트레스받으며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예상보다 경비가 너무 많이 깨졌다. 종주는 해냈지만, 남은 것은 통장 내역을 볼 때의 자괴감이었다. 복학하려면 이제 서울에 살기 위한 보증금도, 월세도 필요한데… 정말이지 그저 앞뒤도 없이 무모하게 여행을 떠났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무모함이 없었더라면 이 모든 기억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지도 앱을 켜고는 새로운 카지노 가입 쿠폰 여행을 상상 속에 그려본다. 언제 다시 떠날 수 있을까? 생활비를 벌고 있고,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지금 돌이켜보면 전역 직후야말로 내가 떠날 수 있었던 유일한 순간이었다.


나는 그때를 지금도 그리워한다. 추위로 텐트 안에서 벌벌 떨며 잠을 억지로 청했던 홋카이도에서의 나날들. 피를 흘리고 가시를 뽑으며 페달을 밟았던 아키타에서의 나날들을. 그런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지금 내가 서 있는 현실이 그때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난 2022년 일본 종주를 다녀와서, 사진을 담아서 썼던 종주기가 연이어 커뮤니티 사이트의 베스트 게시글로 올라갔다. 그 당시 ‘루로우’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올렸었는데, 어쩌다 보니 필명이 되어 지금까지 블로그나 브런치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름이 되었다. 루로우는 일본어로 유랑(流浪)이라는 뜻이다.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응원의 댓글을 남겨주었다. 신기하게도 일본에 살면서 한국 커뮤니티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이 꽤나 많았다. 도쿄, 오사카, 일본 북부 등에 도착했을 때 나에게 밥이라도 대접하겠다며 선심을 베풀던 모든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그 많은 글들에서 댓글에서 가장 많이 사람들이 언급했던 단어는 바로 ‘낭만’이었다. 내 여행에 어떤 부분이 낭만이라는 것일까?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단순히 내가 좋아해서, 내 돈으로 여행을 떠난 것뿐인데 왜 사람들은 나를 응원해 주고 이 여행이 낭만적이라고 말하는 걸까.


김풍 작가는 낭만을 ‘낭비’라고 정의하면서, 누군가가 보았을 때에 ‘그걸 도대체 왜 해?’라는 생각이 드는 일이야말로, 효율과 가장 극단에 서 있는 것이야말로 바로 낭만이라고 이야기했다. 젊을 때에 할 수 있는 가장 사치스러운 행동이 바로 낭만이라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와 학교를 복학하고,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가며 살아가고 있는 지금 다시 어딘가로 종주를 떠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때, 사람들이 낭만이라고 말하던 이유를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 낭만이 꼭 젊을 때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응원을 하기도 하지만, 내게 댓글이나 쪽지를 남기며 자기도 일본 종주를 준비하고 있다며 궁금한 것을 물어보던 사람들은, 20대에서 60대까지 천차만별의 나이에서 각자의 낭만을 안고 꿈을 준비하고 있었다.


2022년 3월 내가 훈련소에 있을 때, 친구가 재밌다고 읽어보라며 한 일본 카지노 가입 쿠폰 여행기를 보내주었다. 나는 그 여행기를 읽고, 1년 6개월 후의 일본 종주를 기약했다. 얼마나 심심할 때마다 다시 그 링크로 들어가서 여행기를 읽었는지, 여행기에서 그가 추천하거나 머물렀던 위치들을 구글 지도에 저장하면서 시간을 보냈는지 모른다. 그 여행기를 보내주었던 친구 배지훈, 그리고 내가 몇 번을 읽고 떠날 결심을 한 <집까지 1900km 일본 카지노 가입 쿠폰 여행기를 써주셨던 닉네임 ‘교수’님에게, 이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이 책은 탄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꼭 말하고 싶다.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낭비가 가득한, 일본 최북단에서 최남단으로 가는 길목의 수많은 넷카페와 호텔, 게스트하우스, 혹은 텐트 속에서 일기를 쓰며 남겼던 기록들과 감정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나와 같이 일본 종주를 준비하면서 도움이, 누군가에게는 꿈과 버킷리스트가 되어 이후 “당신의 여행기를 읽고 떠났어요”라는 말을 듣는다면 가장 행복할 것 같다. 그리고 꼭 어떤 형태로든 기록으로 남겨주길 바란다.


누군가도 그 글을 읽고 나처럼 꿈을 꿀 테니까.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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