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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Jan 03. 2025

꽃의 힘

엄마는 길에서 진달래한 가지라도 꺾어다가 집에다가 꽂아놓는 스타일이었다. 집안 곳곳에는 자그마한 화병이 책꽂이 위에, 식탁 위에 곳곳에 올려져 있었다. 길을 걷다가도 무심코 꽃을 꺾어 집으로 가져가는 엄마를 보고 나는 꽃을 왜 꺾냐고 핀잔을 주곤 했지만 일평생을 시골에서 자란 엄마는 꽃을 꺾는 일이 습관 같았다. 물론 나도 거의 일평생을 시골에서 살긴 했지만 20대 중반이 지나고 부터는 가지를 꺾는 일이 썩 내키지 않아 눈으로 보기만 한다.


지난주 일요일, 우연한 기회로 홍대에서 보컬을 맡아 밴드 공연을 무료 카지노 게임 되었다. 직장인 밴드가 모여서 주관하는 작은 공연이었다. 고등학교 친구, 직장 동료, 중학교 친구 등 서울이나 근방에 사는 친구들을 초대했는데 고맙게도 많이들 와주었다. 공연이 끝나고 친구들은 나에게 자그마한 꽃다발을 하나씩 쥐어주었다. 대학생 때 졸업연주가 끝나고 받곤 하던 꽃다발이었는데 이렇게 나이 서른을 앞두고 공연장에서 받으니까 느낌이 새로웠다.


나는 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다. 그동안 꽃다발을 받았을 때, 받는 그 순간부터 '이걸 어디 두지?'하고 곤란했던 기억이 있다. 대학생 시절, 임용 공부를 하던 시절, 취직 이후에도, 내 자취 인생 10년간 나는 늘 커봐야 10평이 안되는 원룸에 살았기에 꽃을 둘 곳이 도저히 없었다. 꽃이 다 마를 때까지 책상 혹은 현관 신발장 위에 올려두고 지켜보다가 다 비틀어지면 버리곤 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꽃다발이 반갑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어서일까 꽃이 너무나 예뻐보였다. 작은 꽃다발을 안아 드는 순간 식탁 위에 올려 둘 생각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공연을 마치고 바쁜 마음으로 꽃다발을 챙겨 늦은 밤 귀가를 했다. 집에는 꽃병이라 부를 만 한 것들이 없어 재활용 쓰레기를 뒤져 메가커피 테이크아웃 잔 두 개를 꺼냈다. 깨끗하게 씻어 얼음 두세 알을 넣었다. 베냇저고리를 벗기듯 꽃을 싱크대에 뉘여꽃다발을 싼 포장지를 펼쳤다. 아래 부분을 흐르는 물에 씻어 아쉬운대로 메가커피 잔에 담아 식탁 위에 얹어 보았다.내 인생에서 처음이었다. 꽃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나는 불멍도 물멍도아닌 꽃멍을 하며 아름다움에 눈물이 왈칵 날 정도였다. 은은하게 내 코 주변을 맴도는 꽃 향기와 조금만 힘을 주어 만져도 짓이겨지는 꽃잎. 꽃은어떻게 이렇게 예쁠까 감탄하며, 다음날 저녁에도 나는퇴근을 하자마자 꽃 앞에 앉아 삼십분 이상을 꽃만 쳐다보았다.


어느 한여름 날, 본가에 갔을 때 할머니가 길가에 강아지 풀 한 다발을 꺾어 유리컵에 꽂아 티비 옆에 올려 놓은 적이 었었다. 나는 그 순간이 강렬하게 아름다웠기에,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꽃도 아니고, 길가에 널리고 널린초록색 강아지 풀일 뿐인데 왜 그렇게 예뻐 보였을까? 원래 집 안에 있어야 할 것이 아닌 것이 난데없이 집 안에 들어와 있으니 들판에 있을 때보다 훨씬 특별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살아 있음과 함께 여름이 느껴졌다. 아마도 꽃과 강아지풀은 모두 그런 힘이 있나보다. 없어도 되지만 있을 때 나를 훨씬 더 생생하게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필연적으로 알았다. 이제 나도 식탁과 책꽂이, 싱크대와 피아노 위에, 집안 곳곳에 화병을 놓고 길가의 풀이라도 뜯어 올려 놓는 사람이 되겠구나.


2025년은 모든 사람들이 부디 더 생생무료 카지노 게임 행복하고, 생생무료 카지노 게임 만끽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과 웃음이 가득한 한 해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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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너무나 행복무료 카지노 게임 했던 꽃다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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