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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자꾹 Apr 22. 2024

오늘도 만나러 간다 13

곰곰이 이야기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특히 털이 북슬북슬한 동물 모양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먼지가 많이 날린다. 그리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정을 줄 만큼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연애시절 명사수였던 남편이 놀이동산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따냈을 때는 좋아라 하다가 막상 집에 가져와서는 어찌 처분할지 고민하기 일쑤였다. 결혼 초에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뽑기’가 유행했다. 남편은 거의 날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들고 들어왔다. 의기양양하게 자기 솜씨를 뽐내려다가, 째려보는 내 눈빛에 머쓱해하던 남편의 표정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 많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은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보내졌다. 때로는 헌 옷 수거함에 들어갔다. 나중에 나처럼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처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수거함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넣으면 안 된다는 문구가 새겨졌다. 그즈음엔 남편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뽑기’도 잠잠해져서 더 이상 온라인 카지노 게임 때문에 소란이 일어나지 않았다.


딸아이가 태어나자 주변에서 자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사주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으로 집안이 가득 찰 지경이 됐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털에서 나오는 먼지가 아이에게 안 좋을 것 같다고 우기면서, 싫다고 우는 아이를 뒤로하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을 복지관에 보내거나 황색봉투에 넣어 버리곤 했다. 그렇게 집안에는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강아지 온라인 카지노 게임과 미니 마우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정도만 남았다. 그리고 내가 이겼다고 더 이상 먼지 날릴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들이 중학교 다니던 때였다. 집에 오는 길에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하나 주워왔다. 검은 회색빛에 털은 뻣뻣했다. 나는 기가 막히다는 얼굴로, 지저분한 걸 왜 집어 왔냐고 야단쳤다. 아들 녀석은 길가에 버려져 있는 그 아이가 너무 안쓰러워서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면서 애처로운 눈길로 나를 봤다. 아이의 눈빛에 간곡함이 담겨 있었다. 털 날린다고 집에서 강아지도 고양이도 키우지 못하게 했기에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 버리지 못했다. 대신 세탁기에 넣어서 더러움을 씻어내고 잘 말리고 털도 빗겨 주었다. 새것처럼 보송보송하고 예쁘지는 않았지만 한결 포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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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부터 아들은 그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잘 때도 데리고 잤다. 무슨 일인가 했다. 어려서도 딸아이처럼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안고 자는 아이가 아니었고 장난감도 로봇 같은 것만 잔뜩 있었으니 말이다. 다 큰 녀석이 갑자기 무슨 곰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냐고 핀잔을 주다가, 나도 정이 들고 말았다. 나는 어린 시절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가질 만한 형편이 되지 않았고 커서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마음 줄 겨를 없이 바쁘게 살았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집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을 때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장난감 중의 하나고, 집의 일부일 뿐이었다.


아들은 곰곰이라 불렀고 나는 곰돌이라 불렀다. 나는 곰돌이가 귀엽다고 했고, 아들은 곰돌이는 너무 일반적이라 조금 특별하게 곰곰이라 부르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한참 실랑이를 벌였다. 그리고 각자 원하는 대로 부르기로 했다. 하지만 어느 결엔가 나도 곰곰이로 부르고 있었다. 그렇게 그 털북숭이 녀석은 우리에게 와서 곰곰이가 되었고, 마음이 아플 때, 슬플 때, 또 기쁠 때 늘 함께하는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들이 사춘기를 졸업하고부터 곰곰이는 관심대상에서 벗어났다. 영화 ‘토이 스토리’의 철 지난 장난감들처럼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고 거실 구석 어디선가 조용히 있었나 보다. 대청소를 하던 어느 날, 먼지를 뒤집어쓴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미안해졌다. 예전처럼 세탁기에 넣어 빨고 햇볕에 잘 말려서 빗질을 하고, 아들 침대에 놓아두었다. 어리둥절해하던 아들 녀석이 쑥스러운지 웃고는 곰곰이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곰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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