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안 가도 되지만 한국 편의점은 가고 싶어
“엄마 나도 삼각카지노 게임 싸줘.”
인도에 도착한 지 이틀 만에 등교한 딸이 학교에 다녀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같은 반 한국 아이들이 도시락으로 삼각카지노 게임을 싸 온다는 것이다. 주재 생활을 하는 한국 엄마는 삼각카지노 게임쯤은 뚝딱뚝딱 싸는 금손이 되어야 하나 싶어 쿠팡을 검색해 봤더니 비닐에 싼 김과 삼각 카지노 게임틀을 팔고 있었다. 그런데 인도에서 대체 삼각카지노 게임 키트를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나는 그때까지 삼각카지노 게임은 편의점에나 가야 살 수 있지,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지 몰랐다.
내가 가 본 그 어느 나라보다 낯선 인도, 삼각카지노 게임 키트를 당장 구해야 이 곳에 하루라도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이상한 신념이 생기기 시작했다.안 그래도 영어를 못 알아들어 힘들어하는 딸에게 삼각카지노 게임이 위로가 될 거라고 생각하니 어떻게 해서든 그 키트를 구하고 싶었다. 당장 아빠 엄마에게 SOS를 쳤다. 인도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을 빠짐없이 챙겨 왔다고 생각했지만 삼각카지노 게임 키트 외에도 빼먹은 것들이 있었다. 그것들을 친정으로 주문하고 아빠가 EMS로 부쳐 주셨다. 그렇게 해서 3주 만에 받은 삼각카지노 게임 틀은 지금도 소중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 비닐에 싼 삼각카지노 게임 김은 남편이 한국 출장 갈 때마다 사 온다.
인도 도착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항공으로 키트를 주문하다니,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유난 떨었다 싶다. 그러나 삼각카지노 게임이 없었다면 어떻게 도시락을 쌌나 싶을 정도로 삼각카지노 게임은 정말 소중하다. 지금까지 100개는 넘게 싼 것 같다. 카지노 게임 속에 들어가는 재료는 내가 넣고 싶은 것을 넣으면 된다. 우리 딸이 제일 좋아하는 삼각카지노 게임은 스팸 치즈, 명란 마요, 참치 마요이다. 미트가이한테 산 다짐육을 양파와 함께 간장 양념을 해서 넣은 불고기 카지노 게임도 자주 한다. 삼각카지노 게임에 넣을 밥을 지을 때는 코인 육수를 하나 넣으면 짭쪼름하니 간이 잘 맞다.
삼각카지노 게임을 쌀 때면 나도 모르게 한국 편의점 생각이 난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인가, 작은 동네 슈퍼를 밀어내고 깔끔한 편의점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냉장고에 줄 맞춰 서 있는 수십 가지 음료수, 먼지 하나 앉지 않은 과자 진열대, 그 외에 칫솔과 샴푸, 양말 등 간단한 생활용품까지 편의점에는 없는 게 없었다. 그중에서도 고등학생들 사이에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것은 삼각카지노 게임이었다. 밤에 학원 끝나고 하나씩 사 먹는 삼각카지노 게임은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맛없었지만 그때는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인기였다.
시간이 흘러 편의점에서 더 많은 것들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인도로 떠나오기 전만 해도 있었던 만원에 맥주 4캔, 2+1 봉지과자 또는 1+1 초코바, 편의점에서만 파는 커피 우유, 회사 다닐 때 아침으로 자주 먹었던 감동란, 그리고 우리 딸이 꼭 사곤 했던 포켓몬과 티니핑 장난감이 든 과자 등 편의점에 가서 뭘 딱히 많이 사는 것은 아니지만 편의점에 가면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인도에는 ‘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편의점이 없다. 한국의 1970년대 언저리에 머물러 있는 듯한 이곳에는 마트나 슈퍼마켓보다는 흙먼지 날리는 길거리 위의 구멍가게가 더 많다. 그곳에서 인도 사람들은 빨래처럼 매달려 있는 작은 포장의 과자도 사 먹고, 달걀도 산다.
주재 생활 3년 차이지만 어쩌다 보니 한국에는 그동안 한 번 밖에 가지 않았다. 4년으로 기한이 정해진 주재 생활이라 그런지 한국에 대한 그리움은 사실상 별로 없다. 그러나 한국 식재료, 새벽 배송, 배달 음식, 편의점은 그립다. 물건이 너무 많아 뭘 사야 할지 모르는 결정 장애가 종종 찾아오더라도 ‘보는 즐거움’이 있었던 한국, 반대로 생각하면 그 시각적 자극에 속아 넘어가 필요 없는 물건을 많이 사기도 했었다. 그러나 뭐가 너무 없는 곳에 살다 보니 이게 나에게 꼭 필요한지 아니면 그저 갖고 싶은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그렇지만 과연 나는 올해 여름 소비 천국 한국에 가서 자제할 수 있을까? 그저 구경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