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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욱 Feb 26. 2025

2-25. 온라인 카지노 게임(沓沓)한 마음

한자, <마음에 대하여

숨이 막힐 듯이 갑갑할 때, 답답하다는 표현을 쓴다. 여기서 '답답'을 한자사전에서는 '沓沓'이라고 설명하는데, '沓'(겹칠 답)이라는 한자가 두 번 쓰였다. 그런데 이 沓이라는 한자를 보면 물(水)이 졸졸졸 흘러가고, 밝은 해(日)가 쨍쨍 내리쬐는 한여름날 어느 계곡의 모습이 연상되는 듯하다. 게다가 이 한자의 뜻은 말이 유창하다, 수다스럽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이런 한자에서 답답하다는 단어가 만들어졌다는 게 선뜻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일면 수긍가는 부분도 있다. 모든 게 평탄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 계속되면 좀 답답한 마음도 드는 게 사실이지 않은가. 건드리는 사람 없이 집에 혼자서 쉬고 있으면 세상 고요하고 평안하지만, 곧 몸이 근질근질해지고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하니까. 만약 우리 인생이 늘 이런 것으로만 답답하다면, 그야말로 분에 넘치는 삶이지 아닐까 싶다. 하루하루가 늘 치열한 실제 우리 삶과는 좀 동떨어진 얘기 같다.


그래서 '沓'이라는 한자보다는 '(논 답)'이라는 한자가 오히려 더 '답답'이라는 단어의 뜻과 잘 어울려 보인다. 논을 뜻하는 한자 畓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한자다. 한자 원조국인 중국에서도 수전(水田)이라는 단어를 쓰지, 아예 그 뜻을 가진 한자를 만들지는 않았다. 논이라는 우리말도, 畓이라는 한자도 우리나라에만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논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농사지을 땅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경작지 대비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쌀은 무엇보다 중요한 주식이고, 그 해의 쌀농사를 망치면 우리 가족이 굶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논은 그냥 밭도 아니고, 물(水)에 잠겨있는 밭(田)이다. 그 해 가뭄이라도 들면 농사는 망칠 수밖에 없다. 우리 가족의 생계와 목숨이 달렸는데, 오래도록 비가 오지 않는다면 하늘을 바라보는 농부의 심정이 어떠할까. 그야말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하지 않을까. 온라인 카지노 게임하다는 단어에 '沓沓'보다는 '畓'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은 쌀농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해는 적당한 비와 햇살을 받으며 벼가 무럭무럭 자라나 풍년의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또 어떤 해는 홍수와 가뭄으로 큰 생채기만 남기도 한다. 항상 풍년이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우리 삶은 그렇게 자비롭지만은 않다. 때로 풍년이 들 때도 있고, 흉년이 들 때도 있다. 어떨 때는 몇 년째 계속된 흉년으로 극심한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지만, 뭐 어쩌겠는가. 작년에 흉년이 들었더라도 농부는 농사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추운 겨울이 물러가고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다시 밭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모를 키운다. 그것이 농부의 일이고, 그것을 멈추지 않아야 내 삶을 이어가고 내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풍년이 들면 감사한 마음으로 곡식을 창고에 쌓아두고 언제든 또 닥치게 될 흉년을 대비한다. 흉년이 들면 저장했던 곡식을 아껴 먹으며 그 시간을 견뎌낸다. 그 과정이 비록 답답하고 힘겹게 느껴질 때도 많지만, 그럼에도 어쩌겠는가. 그것이 인생의 본질인 것을.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씨를 뿌리고, 한해 한해 열심히 농사를 짓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평범하면서도 위대한 삶이다. 어제는 정말 힘든 하루였지만, 또다시 출근 준비를 하고, 오늘 해야 할 일을 준비하며 아침을 여는 사람들, 나의 삶을 씩씩하게 견디며 살아내는 그 모든 사람들이야말로 작은 영웅들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함을 담담함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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