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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운 Jan 08. 2025

카지노 게임 것과 금지된 것

책: 헤르만 헤세 <데미안

'나는 가끔 누군가를 살해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생전 처음으로 대기업 입사시험을 치르던 나는,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식은땀을 흘리며 황금 같은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모든 문항에 직관으로 답해야 하는 인성검사였지만 이 순간만큼 내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반면, 펜은 멈춰 있었다.


'그렇다고 해야 하나? 그랬다간 잠정적 범죄자로 낙인이 찍히는 거 아냐? 아니지, 사람이라면 가끔 그런 카지노 게임할 수도 있는 거 아니야? 하아, 벌써 30초 지났네. 대충 찍어? 미쳤냐? 이건 무려 대기업 입사시험이라고! 그러면 어떡하지? 에이, X발. 솔직하게 답하자! 이게 난데 어쩌라고.'


왜 그때는 아무도 안 알려줬을까. 수능시험처럼 인적성검사에도 킬러 문항이 있다는 사실을. 데미안을읽었더라면1초 만에 답할 수 있는 문제였다는사실을.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요즘 심각한 고민이 하나 있다. 가끔 입에 담지도 못할 만큼 끔찍한 상상을 한다는 것이다. 이 내면의 세계를 영화로 만든다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을 것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이 사건에는 주변인도 연루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그런면에서 이 고민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되어버렸다.


나는 특별히 거친 성격의 소유자도,사회를 향해 항상 불만을 토해내는 불평분자도 아니다. 오히려 내가 가진 모든 문제가 나의 부족함에서 기인한다는 카지노 게임을 자주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지루할 정도로 직장과 헬스장, 집만을 드나든다. 방에서는 독서와 글쓰기를 할 뿐이고 주말도 마찬가지다. 한 달에 한 두 차례친구를 만나고 매주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것으로 모든 일과를 설명할 수 있다. 외향형으로서는 다소 특이한 루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쁜 카지노 게임의 원천은 무엇일까? 아니, 그전에 나쁜 카지노 게임이 무엇인지 먼저 카지노 게임해 봐야겠다.






"넌 아직 무엇이 '카지노 게임' 것이고, 무엇이 '금지된' 것인지 분간할 수 있는 지점에 이르진 못했어."


녀석이 있었다. 그들은점심시간만 되면 쌍젓가락을 들고친구들의 도시락을 약탈하바빴다. 고작 두 명뿐이었지만 그들의 모습은흡사목표물을 발견하고신나서 말을 달리는 황건적 떼같았다.기세에 눌린피식자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그들의 횡포를좌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한 친구가있었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 신경도 좋은,게다가 (안경을 썼지만) 외모까지 준수한학생이었다. 두 약탈자가 쓸고 간 그의 반찬통 안에는 쓸쓸한 공기만이 남아 있었을 뿐이었다. 공허한 그릇 속을 쳐다보던그는,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고 앉아있던 나무 의자를 집어 들어 두 놈 중 한 놈에게 힘껏 던졌다.


우당탕탕탕!!! 탕...... 탕...

교실의 모든 눈과 귀가한 곳으로 집중되는 순간이었고, 몇 초 간 정적이 흘렀다. 의자에 맞고 쓰러진 황건적 1이 팔을 부여잡고 주섬주섬 일어선다. 그리고 며칠 후, 그는 깁스를 두른 채 나타났고 그 이후로 약탈을 멈췄다. 친구를 잃은 황건적 2도 더 이상의 도적질에 의욕을 잃었고, 우리 반에는 태평성대가 찾아왔다.


여기서 나쁜 카지노 게임은 무엇인가? 약탈을 감행하도록 만든 두 도적의 카지노 게임이다. 이들의 사고체계는프란츠 크로머와비슷하다.폭력을 휘두르도록 방관한정의로운소년의 카지노 게임도 나쁘다. 정상참작은 가능하나 형刑을 피할 수는 없다. 그는 데미안과 유사한 속성을 가졌지만 현실에서 그런 애어른을 찾기가 어디 쉽나. 하지만 그 착한 소년은, 깁스를 한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넴으로써 데미안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금지된 것을 행동에 옮기도록 놔두는 카지노 게임은 나쁜 카지노 게임이다.






한때, 흔히 '잘 나간다'는 친구들을 보며 부러워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중 한 명은 나, 또 다른 하나는 싱클레어다. 나와 싱클레어가 동경한 것은 그들이 가진 물리력이었을까, 그 물리력을 행사하여 약탈한 전리품이었을까, 그 힘으로 얻은 인기와 복종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그 무언가, 였을까.


학생이었던 우리에게 술과 담배, 섹스는 금기로 여겨졌다. 그런데 그 단단하고 견고한 결계를 깨부수고 나오는 녀석들의 모습이란 거대한 화염 속에서 구조자를 두 팔로 번쩍 들어 안고 당당하게 걸어 나오는 소방관만큼이나 멋져 보였다. 어른들이라면 이런 모습을 보며 한심하다는 눈빛과 함께 혀를 찼겠지만 그때의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카지노 게임했던 것 같다.


청소년에게는 터부시되었지만 성인에게는 카지노 게임 그것들. 그 금기에 대한 동경은 나쁜 생각일까? 남들보다 조금 빠르게 경험한 친구들에 대한 부러움은 잘못된 감정일까?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이 언제나 옳고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에 데미안은 말한다. "악을 받아들여. 그러면 진정한 내면의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거야."


카지노 게임 것을 행동할 수 없게, 생각할 수도 없게 만드는 생각은 나쁜 생각이다.








2024년 12월 31일 오후 11시 30분경, 평범한 프랜차이즈 술집 앞에 앳된 얼굴을 한,수 십 명의 남녀가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웨이팅을 하는 맛집이 동네에 있다니. 아차, 곧 민증이 풀릴 시간이구나. 카지노 게임해 보니 나도 한국나이로 스무 살이 되기 수 십 분 전, 술집 앞에 줄을 섰던 기억이 난다. 아닌가? 이미 앉아서 마시고 있었던가?


갑자기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 싶거나, 일렁이는 물속으로 풍덩 빠져들고 싶다는 카지노 게임을 한 적이 있다면 이는 지극히 정상이다. 인간에게는 추락의 욕구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본능에 의한 죽음을 방지하기 위해 인간은 현기증을 느낀다. 어지러움증을 느끼면 환각에 빠진 사람은 이내 곧 정신을 차리고 다시금 현생을 살아간다.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끔찍한 카지노 게임들, 이것 또한 일종의 현기증이 아닐까. 어둠이 있기에 빛이 더 밝게 빛나듯이 악惡이 있기에 내 안에 내재된 선善이 더욱 강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명상의 즐거움은 알아차림. 내가 못된 카지노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는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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