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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은 May 08. 2025

F가 F를 낳았습니다


어제저녁 침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언제나 너를 응원해~ 자, 이제 자자!’

‘훌쩍훌쩍’

‘카지노 게임 사이트 울어? 왜 울어??’



<너를 응원해라는 책을 읽어주었어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아이를 응원하는 엄마의 목소리를 담은 책인데요. 볼 때마다 뭉클해져서 저도 참 좋아한답니다. 다만, 스무 번도 넘게 읽은 책에 난데없이 흐르는 아이의 눈물은 예상 밖의 일이었어요.



‘감동받아서 우는 거야?’

‘아니. 감동받진 않았어. 그냥 슬퍼. 마음에 슬픔이가 들어왔어.’

‘왜 슬펐을까?’

‘몰라. 그냥 내 마음이야.’



슬프다는 말과 함께 두어 번 더 훌쩍이더니 이내 제 품에 쏘옥 들어와 안깁니다. 토닥여달라는 듯 품에 얼굴을 깊게 파묻어요.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며 한참을 안아주었습니다. 아마도 점점 커가며 뭐든 혼자서도 잘할 수 있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이 아이를 울린 것 같아요.



며칠 전 안녕달의 그림책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를 읽으면서도 펑펑 울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떠올랐습니다. 엄마 품을 떠나 더 넓은 세상을 누비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형아가 되면 이렇게 헤어지는 거냐며 엉엉 울었어요. 저는 그건 아주 나중의 일이라며 천일이 천 번 정도 지나야 한다고 했고요. ‘천’은 아이가 아는 가장 큰 숫자거든요. 그만큼이 지나도 우리는 헤어지는 게 아니라 언제든 보고 싶을 때마다 볼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렇지만 저의 말은 아이의 슬픔을 한 톨도 덜어주지 못했었나 봅니다. 비슷한 장면에 또 이리 울어버리니까요.



그러니 이번의 위로는 지난번과는 좀 달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가슴에 손을 살짝 얹었어요.



‘책을 읽다 보면 여기, 카지노 게임 사이트 마음이 뭉클뭉클해질 때가 있어. 그러다가 눈물이 나오기도 해. 그건 슬퍼서일 수도 있고, 감동받아서일 수도 있고, 속상해서 그럴 수도 있어. 푹 빠져서 읽다 보면 그러기도 해. 엄마도 책 읽다가 종종 울어. 영화 보다가 울기도 하고. 괜찮아. 눈물이 나오는 건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그만큼 마음을 다해서 읽었다는 거거든.’

‘왜 마음이 뭉클뭉클해져? 뭉클뭉클이 뭐야?’

‘책 속의 친구가 점점 형아가 되는 모습을 볼 때 마음이 어땠어? 엄마랑 헤어지는 것처럼 보여서 슬펐어?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매일 엄마랑 있고 싶은데, 헤어지고 싶지 않은데. 그때 카지노 게임 사이트 마음이 아마 뭉클뭉클해졌을 거야.’

‘응. 마음이 뭉클뭉클해졌어.’



몇 숨을 더 훌쩍이더니 하품을 합니다. 덩치가 크면서 베개에서 자는 걸 더 편해하더니, 오랜만에 품으로 파고들어 몸을 불편하게 구긴 채 잠이 들었어요. 이번에는 아이의 마음을 잘 토닥여준 것일까요?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책을 보다 운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긴 합니다. 이렇게 평화로운 장면에서 운다고? 싶을 때도 있었지요. 그리고 그건 저를 쏙 빼닮았습니다. 제가 바로 파워 F 인간이거든요. 코미디 영화를 보다가도 우는 저는 울리려고 작정한 영화는 큰 마음을 먹어야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 끝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한 달을 고민하다 보았고, 울지 않은 회차가 없었지요. 마지막화를 본 다음날엔 붕어눈이 되어 일어났어요. 어렸을 때는 더 했습니다. 학교에서 방학을 앞두고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틀어주었을 땐 오열을 해서 한동안 울보라고 놀림을 받기도 했고요, 소설 <가시고기를 보고는 퇴근한 아빠를 붙잡고 세상이 떠나가라 울어댔었지요.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보면서도 울었다고 하면 너무 과장 같을까요? 아무래도 장르가 로맨스코미디이니까요.



그리고 저는 여전히 잘 우는 어른이 되었고, 저만큼 잘 우는 아들을 낳았습니다.



육아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어요. 포포는 포포다. ‘나를 닮아 끈기가 없으면 어떡하지? 나를 닮아 운동을 못할까 봐 걱정돼. 편식하는 거 아무래도 나를 닮았나 봐.’ 이렇게 생각했던 때가 있었어요. 그렇지만 포포는 뭐든 끝까지 해내고 있고, 세돌이 되기도 전에 두발자전거 타기에 성공했습니다. 저와는 달리 당근도 브로콜리도 잘 먹고요. 포포는 작은 세은이도, 작은 종혁이도 아닌, 고유한 하나의 포포였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무엇을 잘하든 못하든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것에 엄마, 아빠라는 이유를 붙이지 않기로 했었어요.



그런데 엉엉 우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모습에서 처음으로 제가 보였습니다. 아- 내가 낳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맞구나. 너는 내 아들이구나.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기분이 좋은 이유는, 헤아려줄 수 있겠다는 자신에서 비롯된 듯합니다. 별 것도 아닌 장면에 운다고 핀잔주지 않고, 그만 좀 울라고 눈치 주지 않고. 그저 우는 아이 옆에서 기다려주면 되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토닥여주는 것도 타이밍이 중요해요. 어깨 들썩여가며 속 시원히 울고 싶을 때도 있거든요. 물론 토닥여달라고 품으로 들어올 땐 한 시간이고 토닥여줄 생각입니다.



F는 F가 제일 잘 압니다. 우는 아이에게 왜 우냐는 질문은 정답이 아니지요. 천일이 지나도 볼 수 있다니.. 어디 가서 F 명함도 못 내밀겠어요. 울어도 괜찮다고 옆에서 기다려주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엄마의 옷에 저의 눈물을 적셔주는 순간을 좀 더 진득하게 즐겨볼까 합니다. 엄마 앞에서만큼은 울지 않고 싶은 날이 늦더라도 오고야 말 테니까요.



오늘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너를 응원해는 들고 오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더 많이 울어버릴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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