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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은 May 13. 2025

쌀밥의 카지노 게임


한 여자연예인이 유튜브에 나와 어린 나이에 했던 결혼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토로합니다. 이렇게만 들으면 고생 꽤나 했겠구나 싶겠지만, 사실 누구에게나 있을 좌충우돌 신혼 이야기였으니 오해는 마세요. 다큐보다는 로맨스코미디에 가까운 이런저런 이야기들은 카지노 게임 만드는 썰에서 하이라이트를 찍는데요. 이 파트가 여기저기서 밈처럼 돌아다닌 걸 보면 저만 재밌게 본 게 아니었나 봐요. 아무튼,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쌀밥 만드는 게 또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어.일단은 하루 종일 씻어야 돼.씻고 씻어도 자꾸 뭐가 나와.그러니까 언제까지 이걸 씻어야 될지 모르겠어.그다음에 물을 잘 놔야 돼.근데 손이 여기까지 물이 와야 되는 건지, 여기까지인지, 알 수 없어.다들 쉽게 ‘이거 봐!’ 이러고 다 꺼내.근데 뭘 봐? 어디까지 보는 거야?질은 밥이 있고, 된 밥이 있어.그 카지노 게임 안에 있다고.그게 딱 질다, 되다 이게 아니고 카지노 게임이 있어.그러니까 그 카지노 게임 안에 뭐가 딱 맞는 밥인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그리고 밥솥 앞에서 맨날 기다려.밥이 제대로 나올까..밥이 딱 나오면 계속 주걱으로 조금씩 먹어.이 맛인가? 이거 먹으면 이게 맞다고 얘기할까?나는 괜찮은 것 같은데.이러면서 먹다 보면 밥이 반이 나가.

특별할 것도 없는 이 이야기에, 화면 속 개그맨도 화면 밖의 저도 연신 웃음을 터뜨립니다. 그 후로 서너 번은 더 찾아보았고 그때마다 또 저항 없이 웃어버려요. 이 짧은 영상이 뭐가 그렇게도 웃겼는지 한참이 지나고 깨달았어요. 처음엔 공감이었지요. 결혼 8년 차인 저는 여전히 카지노 게임을 씻으며 한 번만 더 씻을지 고민하고, 매일 같은 양의 물을 넣고도 부족한가 싶어 한 숟갈정도를 더 넣곤 하거든요. 그리고 이상하게도 공감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 묘한 후련함이 밀려들었습니다.

책육아, 영어유치원, 각종 학원들, 7세 고시를 넘어 4세 고시.. 학습만 해선 안돼. 예체능도 필수야. 수영, 골프, 승마, 미술, 바이올린, 피아노, 드럼.. 자 이 인풋들이 제대로 값어치를 하려면 잘 쉬어줘야겠지? 그런데 그 쉬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중요해. 그러니 쉬는 동안엔 영어 흘려듣기.

매일 커가는 카지노 게임 얼굴이 아까워 유치원이 끝나는 시간부터는 무조건 둘만의 시간을 가져요. 하원하고 잠들기까지 세 시간가량의 시간은, 엄마가 하루 중 가장 기다리고 또 가장 아까운 시간.


‘우리 이만큼이나 떨어져 있었어. 그러니 더 이야기해 줘. 카지노 게임가 없는 곳에서 뭐가 제일 재미있었니. 어떤 말이 너를 기분 좋게 했니. 오늘 제일 속상한 일은 뭐였니.’

카지노 게임가 되고 했던 다짐이 있습니다.


‘너를 행복하게 키울 거야.’


그리고 그 행복은 카지노 게임 행복. 흔한 말로 내 배 아파 낳았지만, 엄마는 엄마고 아이는 아이입니다. 카지노 게임 행복은 내가 무슨 수를 써도 알 수 없는 것이었죠. 그러니 그 행복은 아이에게 맡겨야 해요. 행복하게 키운다는 말은 곧 아이가 보여주는 행복을 그저 지켜보겠다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고 싶었어요. 필수전집이 없어도, 눈 돌아가게 화려한 미술놀이를 못해줘도, 원어민 선생님이 있는 시설 좋은 유치원이 아니어도, 아이는 아이만의 숲을 만들어가고 있을 터. 그러나 문제는 늘 저였어요. 주변에 즐비한 키 크고 멋진 나무들 틈에서 엄마는 매일같이 흔들리고 있었으니까요. 카지노 게임 숲에 엄마 취향의 이팝나무를 심어볼까. 느티나무 정도면 어디에 내놔도 무난하겠지? 사계절 내내 푸르른 소나무는 어떨까. 아이가 그 숲에 어떤 나무를 심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혼자 조경사업을 구상했습니다. 도로도 아니고 아파트도 아니고, 숲에 조경이라니. 그러던 와중에 저 영상을 보게 된 것이지요.

아이 키우는 게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 하루 종일 들여다봐도 저 아이의 속을 난 잘 모르겠다. 다들 쉽게도 아이의 마음을 이야기하는데, 뭘 보면 그런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건지. 이 아이가 질은 밥을 좋아하는지 된 밥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이의 취향이 그 카지노 게임 안 어느 쯤에 있는 건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서 매일 밥솥 앞에서 기다린다. 나는 이대로도 괜찮은 것 같은데.. 하면서. 어떤 날은 질은 밥을 먹고, 또 어떤 날엔 된 밥을 먹으면서 아이와 이야기하고 싶다. 너는 무슨 밥을 좋아하니? 엄마는 약간 된 밥을 좋아해. 꼬들한 식감을 좋아하거든. 너는 어때? 그렇게 먹다 밥의 반이 나가더라도.

질은 행복일 수도 있고, 된 행복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 카지노 게임 안에 있겠지요. 그럼 충분해요.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그 행복을 지켜보고 응원하고 사랑해 주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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