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 일기 - 2
퇴근길,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는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서서히 올라오는데 검은 하늘이 아닌 푸른 하늘이 기다리고 있었다. 평균적으로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21시 가까이 되는 시간이었기에항상 검은 하늘이 맞이해 줬었는데, 좀처럼 만나기 힘든 푸른 하늘이 기다리고 있으니 하늘도 웃고 나도 웃었다. 옷을 여미게 만들었던 쌀쌀한 밤공기는 온데간데없고 낮동안 달궈졌던 후덥지근한 공기가 찬공기와 만나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오늘이다!"
저번주 휴무날 미루고 미뤄왔던 오른쪽 발바닥의 사마귀 치료를 감행했다. 이 녀석은 나의 발에 기생한 지2년이 넘은 듯한데, 냉동치료를 거듭했지만 끝내 죽지 않고 재발해 댔다. 치료를 마치고 나면 꽤나 큰 고통이 뒷따른다. 여러모로 나를 괴롭혀대는 그 꼬락서니가 참 상종도 하기 싫을 만큼 지긋지긋하고 징그러워서 딱히 아프지도 않으니 중이 떠나겠다는 심정으로 외면하고 있었다. 녀석은 신났는지 옆에 땅을 하나 더 짓더니 새끼손톱만큼 크기를 키워댔고 약지 발톱 정면에도 건물을 세웠다. 죽이기 전까진 계속 번식할 기세였기에 병원에 방문하였는데 냉동치료의 고통이 상기되며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눈이 침침하신지 연신 끔뻑거리시며 말수가 조금 많으시고 나이는 60대 후반으로 추측되는 의사 선생님께서 진료를 봐주셨다. 나에게 사마귀를너무 키워 오셨다며 3주 간격으로 치료를 해야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이어 '수술실'이라는 공간에 나를 눕힌 채 치료를 위한 재료들을 가져오셨다.드라이아이스와 면봉 등장. 치료가 시작되고 나는 바로 후회했다.진짜 역대급으로 아팠다.사마귀 뿌리까지 씨를 말려버리겠다는 선생님의 의지가 돋보였다. 면봉을 드라이아이스에 담가 얼린 후 그 상태로 사마귀 발생 지점에 갖다 대시는데 그렇게까지 많이 갖다 대신 선생님은 처음이었다. 나는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고통에 몸부림쳤다. 상처 부위가 부드러운 이불에 스칠 때마다 소름이 끼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때문에 좋아하는 운동도 며칠간 못했다. 정말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으니 나아질 날을 벼루고 있었다.
"오늘이다!"를 외친 오늘의 발 상태는 치료를 마친 부위의 두꺼운 물집을 걷어내고 약한 피부층이 벌겋게 드러나있는 상태였다. 밴드를 붙이고 걸어 다니니 아프지 않았기에 어제 저녁에는 카지노 게임을 가볍게 뛰어봤는데 후끈거리긴 하지만 나름 뛸만했다. 오늘은 휴무를 앞둔 날이며 죽어있는 몸을 깨우고 싶은 마음에근무 중에도 퇴근하고 뛸까 말까를 고민하며 들떠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날씨가 이렇게나 좋다니..! 아파 죽겠어서 몸져누워있는데 눈앞에 박규영(내 이상형)이 등장한 셈이다. 몸을 일으키지 않고 배기겠나. 나는 하늘이 어둑해지기 전에 얼른 뛰어 나가 만끽해야 한다며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잽싸게 집 근처 카지노 게임코스가 마련되어 있는 하천으로 향했다.
나는 카지노 게임을 좋아하지만 대회를 나가본 적은 없다. 대회를 나갈 정도의 실력이 아니기에 유난 떨지 말자는 마음이었는데 최근에 그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나이키 카지노 게임 어플을 켜둔 채 달리는데 기록이 조금씩 좋아지면서 카지노 게임이 재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공식적인 기록을 측정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피어났고 무엇보다 그간 펼쳐진 카지노 게임 대회의 분위기를 엿보면서 호기심을 가지곤 했었는데 호기심에 그치지 말자는 판단이 선 것이다. 친구가 함께 JTBC마라톤 10km에 참가하자고 제안하였지만 둘 다 티켓팅에 실패하였고, 이후 나는 이런저런 대회를 알아보다가'무한도전 20주년 기념'으로 5월 25일(일)에 개최되는 [무한도전 런]티켓팅에운이 좋게도 성공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달리기 연습을 했어야만 했는데 못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속이 답답할 지경이었겠는가..
나이키 런 어플에서 10km 최고 기록은 1km당 4분 48초 페이스이다. 이때 나의 심박수는 측정하지 못했지만 체감상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이 기록보다 앞당기는 것이 목표이다. 조금 더 여유 있어지기 위해선 훈련이 답이다. 카지노 게임의 페이스를 올리기 위해선LSD훈련이 필수인 듯 보였다. 이 훈련법은 옆사람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페이스를 유지한 채오래 달리는 것이 포인트인데 생전 처음으로 가장 길게 달려본 날이긴 하지만 옆사람과 대화를 가능할 정도보다는 더 힘들게 달렸다. 천천히 뛰는 요령도 없거니와 지루한 걸 당최 싫어하기에 빨리 뛰고 말아 버리자는 심정이었던 것 같다. 문제는 평소 카지노 게임을 할 때도 최대 10km까지만 뛰어본 내가 15km라는 긴 거리를 목표로 잡고 뛰려니 몸도 놀란 듯했다. 10km가 지나자 귀신 같이 앞벅지가 꿈틀대기 시작했고 13km가 지나자 골반과 무릎이 잠겨오는 느낌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내 근육이 겪어보지 못한 피로도이기에 놀랄 만도 하다. 처음 느껴보는 느낌들이 당혹스럽고 두려웠지만 반갑기도 했다. 한번 겪어봤으니 다음엔 몸도 마음도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니 말이다. 다 뛰고 나니사마귀 치료 부위가 아프지 않다는 안도감이 들었고 15km라는 첫 경험에 대해많은 걸 배웠다며 스스로를 토닥였다.
오늘 글을 쓰다 보니 아직까진 아파도 잘만 뛰댕기는 나를 보며 어울리는 문장 하나가 떠올랐다.
아프니까 카지노 게임이다.
발바닥 통증 때문에 며칠 동안 아파하던 내가 오늘 뛰어도 될 것 같다는 말을 하니 직장 동료들은 발가락이 잘려 나가 봐야 정신 차린다고 그냥 나가 뛰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는데 그게 왤케 웃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