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연기가
빨간 두루마기를 걸치고
산 허리에서 튀어 올랐다.
바람에 날린 두루마기가
이리저리 뒹굴었다.
그가 뒹군 자리엔
온통 빨간 물이 들었다.
산 전체에
이 산에서 저 산으로
붉게 물든 산이
옮겨 다녔다.
그만해! 그만 좀 해! 농민이 소리쳤다.
자식을 길러낸 감나무가
타들어 갈 때
농민의 마음도 함께
타들어 갔기 때문이었다.
동동거리는 마음은
자식의 몫이
줄어들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두루마기가 잡히고
까만 산에
새순이 올라와
까만 마음을 덮었다.
새순이 까만 산을
어루만지듯
농민의 까만 마음도
어루만져졌으면.
- 덧붙임 -
2025년 봄, 경남 산청에서 있었던 카지노 쿠폰의 기록입니다.
그 불로 인해, 처갓집에선 평생 정성 들여 길러온 감나무들이
속수무책으로 불에 타 사라졌습니다.
이 시는 그때의 기억과,
시간이 흘러 까맣게 탄 산자락에 새순이 돋아나는 모습을 보며 적은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