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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로운 Feb 16. 2022

#1. 잘가요, 영수씨

준비 없는 이별. 그 後

카지노 게임 사이트 돌아가셨다.

생각지도 못한 사고였다.

언젠가는 그래 언젠가는, 이라고 생각은 했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러니까 믹스커피 좀 줄여"

"당뇨에는 탄수화물을 피해야 한다고"


늘 상 하던 둘째 딸의 잔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


뒤돌아 몰래 믹스커피를 홀짝이며 천진난만하게 웃는게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매력이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당뇨약을 드시기 시작한게 언제부턴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병 소식을 듣고도 크게 개의치 않던 나이였으니

'내가 부모님을 챙겨드려야 한다 '라는 개념이 아주 없었던 시절인 것 같다.


그 긴 세월을

특별한 절제 없이 담배에 뭐에 드시고 싶은거 다 드시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 술까지 먹었음 벌써 저세상 갔어"(체질적으로 술은 못 드신다)

라는농담을아무렇지않게뱉을정도로카지노 게임 사이트는근엄진지와는거리가먼편안하고어수룩한 사람이었다


한편으로는 안부려도 될 고집을 부리기에 자식들 속이 썩어 났는데

국가건강검진이라도 한 번 받아보시자 하면

남들은 2년에 한 번씩 하는 그 검진이 뭐라고, 묵히고 묵히고 고사 하셨다.

행여나 짐이 될 큰 병이 나올까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야 왜 모르겠냐만은

시한폭탄 마냥 외면하고 있자니 자식들의 걱정은 쌓여만 갔다.


그런데 왠일? 그런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먹고 싶은건 먹어’ 지론에 힘이 실린 결정적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 건강검진을 받고 오신것이다.


"내시경 했는디~ 아주 깨끗하디야! 의사가 보더니 담에 결과 보러 올 것도 없다고! 뭐 한나 없이 너무 깨끗 혀!"


뼛속까지 충청도인인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나서서 뭘 자랑하는 일이 없는데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건강상태는 '양호' 를 떠나'최상'이었던 거다!

그리고 이 사건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건강 염려에 종지부를 찍으며

우리가 이런저런 잔소리를 할 때마다 "나는 위와 장이 깨끗 혀!"라는 최고의 방패가 되어주었다.


그렇게 운동삼아 동네를 걷는 걸 좋아하셨다.

고관절 수술로 격한 운동이나 등산을 할 수 없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유일하게 하는 자기 관리.

풍경 보는 걸 좋아하고 새로운 곳에 호기심이 많았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늘 이곳저곳 구경하며 걸어다니기를 매일 하셨다.




그리고

사고가 났다.

집 앞 횡당보도에서.

약한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지팡이 처럼 들고 다니기 좋다며

좋아하는 보라색 장우산을 들고 횡단보도를 몇 걸음 넘기지 않아

무심한 버스 한 대가 그를 덮쳐버렸다.


나는우리의운명이어떻게흘러가는지전혀알지못한다.


확실한 건

딸들의 잔소리에도 지지 않고 꿋꿋하게 지켰던 단편적 행복들이

소복이 가슴에 내려앉아 나를 위로하고 또 위로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잘했네.

카지노 게임 사이트처럼 사는 게 맞았네.


나는 이제 그 소소한 행복이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음에 가슴이 시리도록 아프고 또 아프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좋아하는 믹스커피를 아빠의 묘비위에 올려둔다.

엄마 몰래 숨어 피셨던 담배도 놓아 드린다.


부끄러운듯반쪽웃음을힐끗보이며호로록하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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