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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슬 Oct 01. 2018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잃어버렸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한 롤의 36장짜리 사진이 뭐라고 이렇게 가슴이 아플까

온라인 카지노 게임 카메라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잃어버렸다.

9월 내 생일부터 한 달 정도 틈틈이 찍은 사진이 들어있는데 어제 술 마시고 새 온라인 카지노 게임으로 갈아 끼우다가 어디에 떨어뜨린 모양이다.

오늘 아침 술인지 잠인지 모를 것에서 깨자마자 어제 들고나갔던 가방으로 돌진했다.

가방을 열기 전부터 오금이 쩌릿쩌릿한 게 그 느낌이... 뭐랄까 '젠장 이럴 줄 알았어 으악'이었다.

가방 밑바닥까지 탈탈 털어본 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정말로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것 봐 이럴 줄 알았다고 으악' 했다.

뭐지. 나 사실 어제 취한 중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잃어버렸다는 걸 알고 있었나.


흐릿한 기억의 파편들을 주섬주섬 모아 여며보니 술 자리를 뜨기 전 같이 술 마신 동생이 "누나 이거 안 챙겨요?"하며 작은 물체를 건넸는데 "그건 버려버려!"라고 대답했던 내 모습이 기억이 난다.

그거 혹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었을까?

택시에서 내릴 때 친구에게 전화해서는 "나 택시에 뭐 놓고 내렸을 수도 있는데 집에 가서 확인할 거야"라고 말했다는데. 혹시 놓고 내린 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었을까?

나 술에 취하면 아무 데나 소중한 것들을 버리고 다니는 그런 애였나?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어떤 사진들이 있었더라.

내 생일 서촌 거리를 걸으면서 친구들과 몇 방.

술에 잔뜩 취한 친구가 헤어진 남자 친구를 그리워하며 목을 놓아때 놀리면서 몇 방.

고향집 강아지가 햇빛을 받으며 나른하게 졸고 있는 사진 몇 방. 아 귀여웠는데..

추석에 우리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던 친구들과 부모님 사진 몇 방.

서울에서 놀러 온 연예인 친구 사진 몇 방.

처음으로 같이 술을 마신 동네 언니 취한 모습 몇 방.


대강 기억을 훑어보아도 이런 식으로 버려졌으면 안 됐을 추억들 뿐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나서 하루 종일 가슴이 벌렁거렸다.

이 슬픈 소식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함께 채운 친구들에게 알렸다. 나보다 더 속상해하는 친구들에게 나는 할 말이 없어서 '나는 하등 쓸모없는 인간이야' 하며 자책했다. 친구 몇이 '응 맞네' 하고 맞장구를 쳤다.

이상하게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죽을 때까지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금방 다시 가슴이 아리긴 했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 한 롤의 36장짜리 사진이 뭐라고 이렇게 가슴이 아플까

휴대폰을 몇 번이고 갈아 치우는 동안 단 한 번도 백업한 적 없어서 날린 사진만 수 만장인데

그렇게 추억에 야박한 내가 고작 서른몇 장의 상실에 이렇게 가슴 아파하는 게 황당하다.


가끔 잠이 오지 않을 때면 이불을 걷어차 버릴 만큼 아까운 순간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외국에서 만난 친구와 페이스북을 교환하지 않은 것

술김에 아르바이트생한테 엄청난 현금 팁을 준 것

초등학교 때 꽤 친했던 남자애한테 고백을 해버린 것 등.

오늘로서 하나 더 추가되겠다. 술 먹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잃어버린 것.


차라리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불량품이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카메라 노출이 안 맞아서 제대로 나온 사진이 단 한 장도 없으면 좋겠다.

그것도 아니면 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주운 사람이 호기심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스캔해보고 SNS에서 우연히 나를 찾아 DM을 줬으면 좋겠다. 아니다 그냥 어제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아니 차라리 어젯밤 술김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먹어버린 거였으면 좋겠다. 내년 건강 검진할 때 X레이를 찍다가 찾거나 아니면 내일 아침 똥으로 나와버렸으면 좋겠다.


온통 다 될 수 없는 것들만 바라고 있으려니 다시 오금이 저릿저릿하다.

이럴 땐 누워서 오금 부근이 짱짱해지도록 다리에 힘을 주어서 이불이나 뻥뻥 걷어차야 한다.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좋은 방법이 사실 없으니 그거라도 해야지.

이렇게 되돌릴 수 없는 어떤 것을 후회하느라 힘이 들 때 먹을 수 있는 약이 있으면 좋으련만.

이과에 갔어야 했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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