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챙김 사랑
어제 7월부터 넉 달 동안 드린 새만금 생태기원 월요일 마지막 미사 후 하루도 못 쉬고 짐을 쌌다.
새벽 한 시에 잠들어 다섯 시 반에 일어났다. 철철 오는 빗속에 고속도로를 타고 대전까지 가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역까지 20분을 걸어갔다. 무거운 카메라 가방에 보조 가방 들고 우산 쓰고.
8시 9분 무궁화호를 타고 두 시간 반, 10시 31분 청도역에 내렸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 농성자 두 명이 고용 승계되어 땅에 내려오기를 기원하는 뚜벅이 행렬에 함께하기 위해서.
열한 시부터 오후 세 시까지, 중간에 삼십 분 도시락 먹는 시간 빼고 청도역에서 산꼭대기 팔조령 휴게소까지 14km를 걷고 다시 차로 청도역에 왔다.
오랜만에 걷는 다리와 발은 아픈데 삐그덕거리는 무궁화호는 앉아있어도 피곤온라인 카지노 게임.
밤 아홉 시. 종일 묶여있었을 콩이는 겅중겅중 뛰었다. 그 애 산책 때문에도 그렇고 나도 외박보다는 잠시라도 집에서 쉬는 게 나아 청도에서 자지 않고 왕복 일곱 시간 걸려 다시 집으로 왔다.
현관 앞에 종이 상자가 하나 있었다.
낮에 온 문자로 누가 보냈는지는 알고 있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책을 다 읽자마자 전화해 통화 했었다. 그때 주소를 물어봤었다.
상자를 열어보았다.
정갈한 글씨의 편지가 있었다.
'배롱나무에 빙의(?)해서 하루이틀 정도 겨드랑이가 시원한 느낌으로 살 수 있었'다는 그이는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전하자마자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했다. 그리고는 해달라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대신 물품을 보냈다.
조미김 열 개 외 모두에 분홍색 메모지가 붙어있었다.
아랫집 딸내미 동갑내기가 청년창업한 커피 원두, 수녀님들이 만드신 속 편한 발아현미 양배추죽, 거즈면으로 살짝 걸치는 목욕가운, 동생이 남대문에서 사 왔다는 실내복 상하 세트와 수면 양말 두 켤레, 눈 건강 영양제와 비타민 C, 보온보냉백, 돌아가신 아빠랑 각각 갖고 있다가 자신의 것을 보낸 리차드 용재 오닐의 CD Winter Journey, 오설록 꽃차, 미백 크림.
아......
샤워가운은 담양에서 찢어져 걸레로 잘라 쓰고 나서 리현이 버리는 흰 가운을 쓰고 있었는데, 기회만 되면 정말 바꾸고 싶었다. 그런데 보내온 샤워가운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인 복숭아가 그려져 있다.
실내 온도 16도인 이 집에서 겨울에 꼭 필요한 보온보냉백에 뜨거운 물을 담아 무릎에 놓고, 매일밤 필요했던 꽃차를 따끈한 물에 우려서 마시며 비타민 C 한 알을 먹고, 용재 오닐의 비올라 연주를 듣는다.
줄리어드 음대 강효 교수가 세종 솔로이스츠를 결성할 때 멤버 중 데뷔 전 용재 오닐이 있었다. 한민족리포트라는 kbs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그때 용재 오닐이 이렇게까지 유명해질 줄 알았던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용재 오닐뿐만 아니라 조성진도 좋아했다.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자마자 피아노 협주곡 CD를 내게 선물했었다. 그 곡은 내 르포 데뷔작에 수록되어 있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2악장을 들을 때마다 그 글을 쓰던 날 밤의 장면과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떠올랐다.
<굴뚝새와 떠나는 정원 일기의 표지가 피에르 보나르의 <정원이란 작품이라고 말했을 때 피에르 보나르를 이미 알고 있던 사람은 그이가 유일했다. 그이는 내가 알고 있는 이들 중 가장 교양 있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상위 1%에 해당할 모든 조건을 갖춘 사람. 그런 그이와 내가 만난 건 교회에서였다.
나는 기도모임 리더였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세 명 중 한 명이었다. 우리는 매주 정해진 시간에 만나 한 시간 또는 두 시간씩 기도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기도제목이었지만 당시에는 매우 절박했던 사항들이었다. 우리는 모두 성실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이라서 명절이나 대소사를 제외하고는 매주 빠짐없이 만났다. 자그마치 몇 년 간을.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상상하지 못한다.
어쩌다 보니 성수주일을 안 한 지 7년. 교회와는 영영 멀어졌다고 생각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런데 이번 책이 나오고 예전 교회 사람 두 명에게 감동온라인 카지노 게임. 한 명은 집에서 먼 광화문 교보문고까지 가서 책을 사고, 한 사람은 제일 먼저 책을 사고는 다 읽고 선물을 바리바리 싸 보냈다.
친구도 가족도 챙겨주지 않던 방식의, 마치 유학 간 자녀에게 엄마가 보내온 소포처럼 요목조목 온라인 카지노 게임하게 챙겨 담은 선물과 그마다에 붙어있는 그이의 정갈한 글자 사이사이 간명한 내용 안에 담긴 마음이 날 울린다.
다 버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매정하게 떠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슬며시 잡는 옷자락에 주저앉는 심정처럼 눈물이 난다.
내일 새벽에는 양배추 죽을 먹고 청도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