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에 다녀오다.
오랜만에 결혼식에 참석했다. 나의 좁은 인간관계망에서 결혼하고자 했던 이들은 모두 결혼했고 하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하고 싶지 않은 상태라 (곁들이자면 돌아온 이는 내가 유일무이하다.) 마지막 결혼식이 누구의 결혼이었는지 까마득했다. 다만 그때의 감정만은 생생히 기억난다.
난감했었다.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신부를 바라보는 신랑의 눈빛이, 활짝 웃는 신부의 모습이 생경했다. 저런 눈빛이 기억나지 않았다. 서로를 향해 활짝 웃었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결혼식은 애써 모른 척했던 그 사실을 콕 찍어 알려주었다. 덜컥. 알 수 있었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신부는 예뻤다. 저 어린 신부보다 더 어린 나이에 결혼했었다. 결혼식 날 끊임없이 웃는 내게 엄마가 그만 좀 웃으라고 눈을 흘겼던 기억이 떠올랐다. 결혼이라는 게 뭔지 전혀 알지 못했으니 그렇게 해맑게 웃을 수 있었겠지.
P의 결혼식을 보는 동안에 든 생각은 ‘내가 저런 짓을 했다니’와 ‘부디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란다’였고 뷔페를 뿌시러 가야겠다는 조바심과 설렘은 그보다 훨씬 더 컸다. 이제 결혼식은 나에게 별다른 타격감을 주지 못했다.
얼마 전, 부모님과 코스트코에 갔었다. 아빠는 미숫가루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아빠, 사고 싶으면 사. 뭘 그리 고민해.'
'안돼! 카지노 게임 사이트한테 뭐가 좋은지 물어보고 사야 돼...'
평소라면 미숫가루 하나 제대로 고를 줄 모르는 아빠의 나이브함에 혀를 내둘렀겠지만, 그날은 어쩐 일인지 엄마의 전문분야를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아빠의 모습으로 보였다. 그리고 또 생각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란 이런 것이구나.
최근 부모님과 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보면 볼수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저래서 같이 오래 살 수 있나 보다. 그들은 엄청나게 상호보완적인 관계였다. 아빠는 아빠가 할 수 있는 일을 불평하지 않고 했으며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할 수 있는 일을 당연하다는 듯이 해냈다.
그간 다정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아빠는 정기적으로 약 처방을 받아야 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병원에 혼자 보내는 법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아빠가 병원에 갈 일이 있으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운전해 주는 것도 아니면서 언제나 아빠와 함께 병원에 갔다. 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고 내게는 너무나 낯선 일이었다.
마트에 혼자 갔다는 말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화들짝 놀라며 속상해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내겐 당연했던 일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겐 당연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에겐 함께 살림살이를 고르고 무거운 물건을 번쩍번쩍 들어줄 남편이 있었다. 그러나 내게는 아플 때도 곁에 없는 남편이 당연하던 시절이었다. 구걸해서 얻어진 모든 행위에 지칠 대로 지쳐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나의 결혼생활이 유지되지 못한 건 당연한 결과였다. 이런 사소한 찰나의 경험들이 삶을 지탱해 주는 버팀목이 되어 준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산다. 나의 부모님도 그간 수없이 지지고 볶고 이혼하니 마니 난리를 쳐댄 세월을 보냈지만, 그들은 그것 하나만은 놓치지 않았다. 서로의 부족함을 미워할지언정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
다이소 화장품이 핫한 건 어찌 알고 아빠가 다이소에서 선크림을 한가득 사 왔다. 기름기 많은 자신은 메트 한 타입, 건조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유분기 있는 타입으로. 나는 메트 한 타입의 선크림을 바르고 그들과 공원 산책을 했다.
엄마는 아빠의 걸음걸이마저 트집 잡았지만, 그 속엔 여전히 사랑이 들어 있었다.(그래서 나는 종종 아빠를 아빠라 부르지 않고 엄마 남편이라고 부른다.) 또 생각했다. 나는 남편 없이도 잘 사는 사람이지만 엄마는 아니다. 그건 아빠도 마찬가지일 테다. 그래서 너무나 다행이라고. 그들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 남아서라기보다는 그들이 선택한 삶이 결국 이런 행복을 남겨주어서 말이다.
P가 신부 옆에서 울먹이는 모습을 보니 알겠더라. 그들의 행복은 나의 행복과는 다르고 타인의 행복은 나의 행복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을 아주 명쾌하게. 취업 때문에 불안에 휩싸인 나날을 보내느라 망각하고 있었다. 산책 중에 연신 예쁘다를 남발하는 나를 보며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말했다. 우리 딸 눈이 뭐든지 예쁘게 봐서 참 다행이라고. 참 좋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