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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날 May 0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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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마저도 당연한 게 아닐 줄이야

'우리나라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국토의 70% 이상이 산이며 뚜렷한 사계절을 가진나라로...' 하는 문구는 아주 익숙하다. 중학교 때 전국의 기후와 특산품에 대해 외웠던 기억이 난다. 사회 과목을 항상 어려워했던 이유는 맥락의 이해보다는 정보를 빠짐없이 기억하는 방식으로 배웠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가끔 특산품을 활용한 메뉴를 보면 사회 과목 때 외워야 했던 특산품들이 생각난다. 그때 재밌어하며 외웠다면 이미 아는 정보였겠지.ㅎ


고온다습 한랭건조 같은 단어들로 지구의 다른 나라들의 기후 정보도 외워야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야기도 많은데 어찌 그때는 그렇게 다 생소했는지 모르겠다.중학교 때는 아는 것이 없는 상식 없이 상상력만 넘치는 아이였던 것 같다. 외국에서 다른 기후를 몸소 겪고 난 후에야 그런 정보들이 생명력을 얻기 시작했다.뜨거운 여름에도 그늘에서는 왜 서늘함이 느껴지는지 의아하기만 했었다. 눈도 안 오는 도시인데 겨울이면 뼛속까지 한기가 스며드는 것처럼 추웠다. 사계절은 당연히 있는 것이고, 밤이라는 것은 해가 져야 밤이라고 부르는 줄 알았다. 어떻게 해가 지지 않는 밤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하얀 밤이라니?!


모든 것의 기준이 한국의 서울이었던 나에게는 이런 모습들이 다른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처럼 보였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모든 사람의 바람이아니었나? 눈은커녕 반바지를 입는 산타라니! 그리고 당연히 새해 첫날에도 반바지 반팔차림이다. 어색하고 희한하고 묘했다. 이렇게 다른 곳에서 살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나 아니면 너 일 때는 그랬다. 둘로 나뉘는 것은 그래서 무서운 것 같다. 맞거나 틀리거나 둘밖에 없고, 내 편 아니면 다른 편이 된다.


다시 북반구로 돌아오니 이번에는 비가 일 년에 300일은 오는 것 같은 도시였다. 학교 갈 때 부슬부슬, 집에 갈 때 부슬부슬. 우산을 쓰기에는 너무 조금 내리고 그냥 걷기에는 많이 내리는 애매한 비였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은 비유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묘사였다.근데, 왜 학교에 있을 때는 화창한 건지. 우울증이 높은 도시이자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런던 사람들도 매일 이런 기분일까 카지노 게임했다. 그리고는 겨울에눈이 3박 4일씩 오는 곳으로 넘어왔다. 난 겨울도 좋아하고 눈도 좋아하지만 눈은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인 것도 맞다. 한겨울에 며칠은 삽질을 몇십 분은 해야 차를 뺄 수 있었다. 출근도 그랬고 가끔은 퇴근도 그래서 '선 삽질 후 주차'였다.


여러 날씨를 겪다 보니 옳은날씨,잘못된날씨는 없었다.맞고 틀린 것은 없다. 산타할아버지는 카지노 게임를 입어도 산타이고, 패딩을 입어도 산타이다. 빨간 모자에 하얀 머리와 수염까지만 모두와의 약속일뿐 나머지는 모두 달라도 괜찮다. 어디서든 울지 않고 착한 일만 잘하면 선물은 주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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