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내 안에는 카지노 게임아이가 살고 있다.
보통은 가만히 없는 듯 지내지만가끔은 해맑은 호기심으로 나를 흔들어 깨운다.
'나 저거 더 자세히 보고 싶어.'
'우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너무 신기하다.'
가끔 자신의 궁금증이 해결될 때까지 고집을 피우며 시간을 잡아먹어서 곤란한 경우가 있지만이런 순간들은 대부분 나를 설레게 한다. 이럴 땐 아직 이 아이가 자라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게좋다는 생각이 든다.하지만 이 아이는 분노도 그대로 표출해 버릴 때가 있고, 두려움이나 공포를 만나면 그냥 하얗게 얼어버리기 일쑤다.열의 아홉은 성장한 듯 보이다가도 무방비 상태에서 불쑥 튀어나와 나를 당황시킨다. 그냥 같이 살아야 하는 거 아닐까 싶다.ㅎ
아주 오래전에 방영했던 드라마 중에 '아일랜드'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주연급 배우들의 캐릭터가 독특해서 흥미롭게 본 기억이 있는 드라마인데 아직도 기억이 나는 장면이 있다. 아마도 엔딩 씬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래전이라서 드라마 전체의 엔딩이었는지 회차 중에 하나의 엔딩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네 명의 메인캐릭터의 모습을 어린이로 바꿔서 '어린 00은 이제 괜찮아졌는지'를 묻는 장면이었다. 그때 나도 내 안의 어린 내가 괜찮은지 살폈었다.네 명의 인물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나름의 고민과 걱정을 하면서도 꿋꿋하게 하루를 살더라. 자신의 약한 모습, 비겁한 모습, 찌질한 모습, 창피한 모습을 보면서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살아가려고 애쓰는 과정을 보면서, 성장이라는 것이 내 안의 어린아이를 키워내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자라지 않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그런 부분을 억지로 성장시키거나 성숙해지라고 다그친다면, 자라지 않는 아이도 키우는 어른도 힘들 것 같다. 몸과 마음과 정신이 조화롭게 성장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아직 덜 자란 아이가 마음속 어딘가에서 머무르고 있다고 해도 우선은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래야 그 아이는 숨지 않고 왜 자라지 않고 있는지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내 안의 아이는 여러 분야에서 성장을 거부하는 상태였는데 오랜 시간 숨어 살아서 존재를 몰랐다. 그래도 많이 키워놓은 것 같긴 한 것이 이제는 거부하지는 않는다. 아직 성인이 되려면 한참 지나야 할 것 같지만 그런대로 뭐 나쁘지 않다.
카지노 게임이날을 기념할 어린이가 주변에 없으니 오늘은 내 안의 어린이를 위한파티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