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산핑
어제 퇴근길에 형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았을 때 나올 수 있는 음성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귀여운 조카 목소리, 또 하나는 진짜 형의 목소리. 후자일 경우는 진짜 큰일이 난 것이다. 우리 형제는 진짜 큰일이 났을 때만 전화하니까.
조카가 상냥하고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물어본다.
"삼촌, 파란 날에할머니집에 와?"
"어~ 가지~"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필시 형의 사주가 있었으리라.
"삼촌, 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갖고 싶어"
그럴 줄 알았다. 나는 거절을 할 수 없는 바보핑이다.
"무슨 카지노 게임 사이트 갖고 싶은데~?"
"슈팅스타 카지노 게임 사이트 팩트가갖고 싶어."
"알았어. 삼촌이 사갈게."
"고마워 삼촌!"
그렇게 형의 번호로 온 전화에 형의 목소리는 없었다. 그리고 아무 첨언 없이 담백하게 쇼핑몰링크만 달린 카카오톡 알림이 도착했다.
집에 도착해서 링크를 열어보는데 두 눈을 의심했다. 지금까지는 비싸봐야 6만 원 선에서 정리가 되었는데 이번에는 10만 원에 육박한다. 환율이 오르더니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같이 올랐나 보다. 그런데 하나가 아니었다. 바로 밑에 하나의 링크가 더 있다. 도합 13만 원. 오 지져스.
아직 자식도 없는 내가 티니핑에 들어간 돈만 해도 100만 원은 넘어가지 싶다. 삼촌의 주식계좌는 계속 파란색이라 우울하지만 어린이의 동심은 지켜줘야 하지 않겠는가. 곧 크리스마스이고 조카의 환심도 사야 하니결제를 하는데 문득나도 산타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말에 본가에 가서 선물 증정식이 끝나면조카의 티니핑 설명회를 들으며 영혼 없는 리액션을 하고 있겠지. 굴러다니던 작은 리빙 박스를 컬렉션 박스로 개조해서 티니핑을 넣어 다니는 조카를 보면어릴 때 포켓몬 띠부씰 스티커를 쫄대 파일에다 오와 열을 맞춰 붙이고자랑스럽게 겨드랑이에 끼고 다니던 때가 사뭇 생각난다. 그리고 기특하게도 삼촌이 사준 것은 다 기억하고 삼촌이 사준 것이라 강조한다. 다시 생각해 보니 기특한 것이 맞는 것인가 싶다.
오늘은 계속 알림이 온다. 티니핑이 출하 준비를 한다. 티니핑이 출하한다. 티니핑이 배송 중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는 이 알림을 우리 조카는 얼마나 기다리고 있을까. 기다리고 기다리던 삼촌이 아닌 티니핑을 만나려면 아직 세 밤을 더 자야 한다.
세 밤이 지나면 너는 슈팅스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가질 수 있단다. 하지만 삼촌을 더반겨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