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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시울 Mar 23. 2025

또 하나의 작별인사. 토미 그리고 카지노 쿠폰.

운명의 문 - 애거서 크리스티(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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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 일이 있소, 카지노 쿠폰? 그 젊고 신나던 시절로 돌아가버린 건가? 루시타니아 호 아가씨에게 비밀을 맡겼을 무렵이라거나, 우리가 모험을 하던 무렵이라든가, 수수께끼의 브라운 씨를 쫓아다니던 때로?"

"어머, 그건 벌써 옛날 이야기에요, 카지노 쿠폰. 우리들은 '청년모험단'이라고 불렸었지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로 있었던 일 같은 생각이 안 드는군요. 그렇지 않아요?"

"응, 정말이야. 꿈에도 그런 생각은 안 들어. 하지만 정말 있었던 일이오. 그렇고말고, 분명히 있었던 일이지.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사실 많은 일이 있었거든. 적어도 60년이나 70년 전의 일이 틀림없어. 어쩌면 훨씬 그 이전이었나?"

- p. 90.




. 토미와 카지노 쿠폰 부부는 1922년 '비밀결사'로부터 시작해총 다섯 권의 책에 등장한다. 비밀결사는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에 이은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두 번째 작품이었는데, 이 때 둘은 아직 부부는 아니었다. 어린 시절의 친구였다가 우연히 런던 한복판에서 재회한 둘은 1차 세계대전과 관련된 비밀을 푸는 모험에 휘말리게 된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시종일관 경쾌하게 전개되다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고, 둘은 친구이자 동료에서 부부가 된다. 여기에 동네 꼬마 카지노 쿠폰가 평생의 하인으로 붙어오는 게 당시의 시대상을 엿보게 하는 점이다. :)


. 그렇게 50년. 작품이 거듭되며 토미와 카지노 쿠폰는 아이를 가지고, 그 아이가 성장해서 성인이 되어 결혼하고, 손자와 손녀를 보고, 그 끝에서 노인이 된다. 포와로도 마플도 조금씩 나이를 먹긴 하지만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통틀어 이렇게 인생 전체를 보여주는 이들은 토미와 카지노 쿠폰 뿐이다. 그에 맞춰 개구쟁이 꼬마였던 알버트도 음식 솜씨가 훌륭하며 진중한(추리와 모험에 대한 동경은 어쩔 수 없지만^^;) 노집사가 되었다. 변하는 건 그들만이 아니다. 시간이 흐르며 그들이 겪게 되는 사건은 세계의 운명을 좌우하는 첩보전에서 아직도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의 시대착오적인 몽상으로 인해 벌어지는 해프닝으로 바뀌어 간다.


.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이 '운명의 문'이 쓰여진 건 1차대전은 물론 2차대전도 30년 가까이 지난 옛 일이 되어버린 1973년이었다. 그녀의 새로운 독자들에게 더 이상 독일은 적이 아니라 소련에 맞서는 최일선의 동맹이었다. 그렇다고 칠순이 넘은 여사가 이제 와서 세계정세를 공부해 소련을 적으로 하는 첩보물을 쓰는 건 무리일 수밖에 없다. 그런 딜레마가 드러난 게 여사 최악의 망작인 '프랑크푸르트행 승객'이었다. 적이 사라진 자리에 어거지로 새로운 적을 만들어 넣으려고 해봐야 그게 될 리가 없지 않은가. 이 책 역시도 일단은 스파이물의 형태를 띠고 있기에(....) 프랑크푸르트행 승객의 세계관이 일부 공유된다. '로빈슨 씨'가 비중있게 등장하고, 프랑크푸르트행 승객의 사건도 슬쩍 언급된다(아무래도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사건이었다보니) 다행히 그런 일은 잊어버리자고 원천봉쇄해버린 센스 덕에 참사는 면했지만. :) 덕분에 이 책 역시도 책을 읽고 난 후에도 이게 대체 무슨 사건인지, 범인이 누구였는지 영 파악되지 않는다. 뭔가 아주 예전에 있던 일이 수면으로 끌어올려지는 걸 두려워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정도다. 사실 이 책의 두서없는 세계관을 읽고 있노라면 그 이상은 알고 싶지도 않아진다(....)


. 그럼에도 마지막이라는 건 역시 마음을 짠하게 한다. 80권 중에 다섯 권 뿐이고, 솔직히 '부부탐정'을 제외하면 '그냥 그렇다'와 '영 별로다'를 오가는 토미-카지노 쿠폰 시리즈였지만, 그래도 노부부가 지난 50년을 회상하면서 비밀결사를, 부부탐정을, 'N 또는 M'을 이야기하는 걸 읽고 있자면 자연히 그래, 이런 이야기가 있었지. 제인 핀이. 블렌켄솝 부인이, 아직 어렸던 꼬마 알버트가 있었지 하게 되기에. 그리고 이 책이 여사가 마지막으로 쓴 소설이라는 걸 알고 읽었기 때문에 더 그랬고.



. 크리스티 여사는 이 작품을 쓰고 3년을 더 사셨지만, 더 이상 추리소설을 쓰지는 못했다. 그걸 인정하고 죽기 1년 전, 젊었을 때 인생의 마지막에 발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써둔 작품을 발표한다. 그게 다음 번에 -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커튼'이다.





"제인 핀 사건 같은 거로군요. 우리가 젊어서 모험이 하고 싶었을 때 원하던 대로 모험을 하게 된 그 제인 핀의 사건 말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수많은 모험을 했었지. 가끔 옛날 모험을 되돌아보면 둘 다 용케도 목숨을 부지해왔다는 생각이 드는구려."

"카지노 쿠폰 - 또 있어요. 생각 안 나요? 둘이서 손을 맞잡고 사립탐정 흉내를 내던 일 말이에요."

"응, 그건 재미있었지. 당신은 기억이 나오?"

"아니,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서 생각하는 건 사양하겠어요. 기껏해야 - 왜 흔히들 말하지요, 발판으로라면 모르지만. 정말이에요. 하지만 여하튼 그건 좋은 연습은 되지 않았어요? 카지노 쿠폰 나서 또 하나 있었지요."

"그래, 블렌킨소프 부인, 맞아?"

카지노 쿠폰는 웃었다. "네, 블렌킨소프 부인이에요. 그 방에 들어갔을 때 당신이 거기 있는 것을 보았던 일은 잊혀지지도 않아요."

"잘도 그런 뻔뻔스러운 행동을 했지, 카지노 쿠폰. 의상실 방인가 하는 곳에 숨어들어가서 나와 그 남자의 이야기를 엿듣다니! 그리고 나서 - "

"그 다음도 블렌킨소프 부인이에요." 카지노 쿠폰는 다시 웃었다. "'N 또는 M', 카지노 쿠폰 '꽥 꽥 거위님'이잖아요."

- p.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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