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챌린지_(2일 차)
2018년 8월 초, 온라인 카지노 게임 씨가 우리 집에 들어오게 된 데는 다수결이 한몫했다.내 입장에서 강아지를 데려오면 무조건 뒤 치다꺼리는 내가 될 거라는 걸 알기에 반대했었다. 그전에도 강아지를 키웠지만 떠나보내고 나서부터는 반려견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잘 보살펴주고 돌봐줄 자신이 없어서였다. 그런데 남편이 아는 지인분께서 연락하셨다. 강아지 한 마리 입양할 생각 없냐는 것이다. 남편은 당연히 찬성, 첫째 아이도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기에 찬성, 둘째 아이도 조그마한 강아지라면 괜찮다고 찬성했다. 결론은 나만 반대. 남편은 다수결에 의한 결정이니 입양이 결정되었다며 딴 말하기 없기.
아이들은 신이 났다. 두 아이 정서에도 도움은 되겠지만 솔직히 보살피기를 잘할 자신은 없다는 마음이 큰 상태로 강아지 입양을 하러 지인분께 갔다. 차 안에서 이미 강아지 이름까지 서로 지어주겠다면서두 아이는 신이 났다. 수컷인지 암컷인지도 모르는데 보기도 전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 씨’라는 이름을 붙였다. 막상 도착해서 보니 갓 엄마 젖을 뗀 하얗고 귀여운 말티 강아지 두 마리가 기다리고 있더라. 말티 두 마리 중에 좀 더 얌전해 보이는 녀석을 집으로 데려왔다. 무릎 위에 강아지 패드를 깔고 앉게 했더니 동그란 눈으로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 녀석이 나만 따라다니게 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사람 사이에도 서로 통한다는 느낌이 있듯 사람과 동물 사이에도 있지 않았을까 싶더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이 녀석도 나도 ‘이 녀석이다!’라고 통하는 게 있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다. 심장에 쿵! 하며 앉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씨는 맨바닥에 앉는 걸 싫어했다. 집에 온 첫날부터 패드나 담요를 깔아놓은 자리만 돌아다니고 선밖에 벗어나지 않았다. 내가 볼 땐 그냥 특이한 녀석. 사료를 미지근한 물에 불려서 주니 엄청나게 잘 먹었다. 소변도 패드 위에서 한 번 훈련하니 무리 없이 금방 배웠다. 대변만은 예외였지만. 소변을 본 자리 위에다 대변보는 게 싫은지 맨날 패드 바깥에다 응가를 했다. ‘조그마한 녀석이 가리는 것도 많네.’ 담요나 이불 위에만 돌아다니고 맨바닥엔 절대 앉지 않았다. 더운 여름 날씨에 꿋꿋하게 따뜻한 바닥만을 요구하는 자기주장이 강한 녀석이다. 목욕시키고 발톱 깎는 건 해봤지만 강아지 털깎기는 해본 적이 전혀 없었다. 아직은 강아지라 털을 깎지 않아도 되겠지만 좀 크면 미용 맡기는 비용도 적지 않을 거라고 말하니 남편의 한 마디. “그럼 자기가 깎으면 되지!!” 쉽게 말했다. 맞는 말이긴 한데 왜 내 기분은 나쁜 것인지…. 엎어뜨리나 매치나 결국 나보고 책임지라는 말로 들렸다. ‘털 깎는 게 무슨 손톱을 깎는 것처럼 말을 하네.’ 난 만능이 아니라고요.
혼자 중얼거리지만 결국 또 한다. 먹고살려면 하나라도 쓰는 비용을 줄이는 게 국룰이다. 강아지용 미용 도구를 사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씨가 좀 컸을 즈음부터 강아지 털 밀기 임무를 수행했다. 내 앞머리도 깎아본 적 없는데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처음 온라인 카지노 게임 씨 털을 깎아주면서 상처를 2~3개를 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씨 좀 가만히 있어 주면 안 되겠니?”라고 열댓 번 말한 것 같다. 등을 온전히 나한테 맡기고 있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씨도 겁이 나는지 바들바들 떨고 있는 게 보였다. 그렇게 시작한 강아지 털깎기가 지금까지 해오는 임무다. 그 뒤로는 털만 깎으려고 잡으면 나한테서 도망 다녔다. 깎을 때마다 상처를 내니 내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 씨 입장이어도 도망 다닐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집이 궁궐이 아닌 이상에야 뛰어봐야 갈 곳이 거기서 거기지. 어김없이 잡혀 와서 한 시간 반 동안 꼼짝없이 있다가 욕실로 잡혀갔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씨 입장에서는 공포영화가 따로 없었겠지. 이 녀석 털 밀면서 내 머리카락 자르는데도 요령이 생겼다. 어쨌든 이 녀석은 내가 자신을 보살펴주는 사람이란 건 아는지 집안 어디를 가든 꽁무니를 따라다녔다. 욕실에 가면 욕실 앞 발판 위에 엎드려서 기다리고, 부엌에서 밥을 하고 있으면 발판이나 남편이 있는 방에 가서 나만 쳐다보았다.
밤에 잠을 자려고 누우면 집이 있는데도 내 옆에 찰싹 달라붙는다.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고 나면 그제야 잠이 들었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한결같이 경호원처럼 내 옆에만 있어 줬다. 부르면 쪼르르 달려오고 아이들보다 내 말을 잘 알아듣고 내 기분이 좋은지 나쁜 지도 알고는 화나 있으면 겁난 표정으로 있는 게 눈에 보였다. 밖에 산책이라도 하러 가면 내 뒤만 쫑쫑 따라오면서 낑낑거렸다. 어떤 사람옆에 가 있더라도 마지막엔 엄마 옆에 붙어있는 엄마 껌딱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씨는 내가 번아웃이 왔던 2023년 3월 말, 아무것도 못 하는 멍청이가 되어 멍하게 있던 시간도 옆에 있어 주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2024년 초부터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이었던 5월, 책 읽기랑 필사에만 미쳐서 날뛸 때도 옆에 달라붙어서 잠을 잤다. 모든 것이 하기 싫어서 붙잡은 책과 볼펜만 잡던 시간 동안 온라인 카지노 게임 씨한테 살펴주는데 필요한 것만은 열심히 지켰다.
올해로 우리 집 막둥이 생활 7년째가 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씨는 잘 지내준 것이 감사할 정도로 장염이 한 번 온 것 이외에는 한 번도 잔병치레하지 않았다. 지금은관절염으로 인해 연골이 닮아 없어서 뒷발에 힘이 없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씨다. 다이어트 사료로 바꾸고, 관절 약을 먹고, 제일 좋아하는 간식을 끊어야 한다고 했다. 간식이나 밥 줄 때면 너무 신나서 빙글빙글 돌면서 꼬리가 광속으로 흔들리는데 간식을 안 주니 매일 애처로운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면서 왠지 2% 찔리게 만드는 눈빛에 미안했다. 현재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씨도책상에 앉아있는 내 옆자리를 지키고 잔다. 밤에 집에서 잘 자고 있다가도 내가 이불에 누우면 어김없이 이불속으로 들어오는 이 녀석은 내가 사랑하는 ‘단짝’ 같은 녀석이다.
“사랑해. 온라인 카지노 게임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