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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은 Apr 24. 2025

두근두근 손 카지노 게임

생에 첫 세레나데_.



“나도”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고 떠나지 않아서 내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다. 영훈도 말해놓고 민망했던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거렸다. 한마디만 남긴 손 카지노 게임를 영훈에게 주고, 뒤늦게야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즐거운 주말인데 우리는 둘 다 쑥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럴 땐 카지노 게임방이지!’라는 생각에 난 영훈에게 오락실을 갈 것을 제안했다. 우리는 오락실이라면 좋아 죽는 사람들이니까. 어색하던 둘 사이의 부끄러운 감정이 조금은 사그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주말 오전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오늘만 그런 건지 희한하게 오락실에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평소라면 시끄러웠을 텐데 되게 조용했다. 켜져 있는 오락기 몇 개만 의미 없이 돌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우리가 누구냐! 오락실이라면 몇 시간이고 놀 수 있는 죽순이들이 아닌가. 난 영훈을 끌고 코인 카지노 게임방을 먼저 들어갔다. 영훈은 카지노 게임 부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내 앞에서는 곧, 잘 불러주곤 했다.

카지노 게임에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옛날 카지노 게임는 다 좋아했던 나라서 남자친구가 생기면 꼭 듣고 싶은 카지노 게임로 골랐다. 무슨 카지노 게임를 불러줄까 고민하다가 <안치환- 내가 만일라는 곡을 불렀다. 발라드지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부르기엔 좋은 카지노 게임라 생각해서 고른 선곡이었는데 영훈이 같이 불러주었다. 난 슬그머니 손에 있는 마이크를 놓고 감상했다. 목소리가 이렇게 좋았나 싶을 만큼 좋게 들렸다. 나한테는 둘도 없이 착한 사람이다. 난 경상도 억양이 세진 않았지만, 말투가 무뚝뚝해서 친한 친구들만 한두 명 정도였다. 스쳐 지나가는 우연으로 끝날 수도 있는 우리가 좋아한다는 닭살 발언을 할 수 있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영훈이 불러주는 <내가 만일은 낯간지러운 손 카지노 게임를 받은 것처럼 두근두근했다. 콩깍지가 씌어서 그런 건지 카지노 게임가 마음에 따뜻하게 와닿았다. 카지노 게임에 대한 화답 같은 거로 생각해 주면 좋겠다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했다. 그 순간은 영훈이 능구렁이 백 마리는 앉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을 낮은 중저음으로 불러주는 목소리가 좋아서 내 입은 히죽거리며 눈이 하트를 그리고 있었다.

그의 두근두근 손 카지노 게임는 근사한 카지노 게임 한 곡이 대신했다. 손카지노 게임보다 더 좋은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난 고작 ‘좋아해요’가 전부인 카지노 게임였는데 실제 답장은 훨씬 더 멋있는 카지노 게임를 받은 기분이었다. 거기다 직접 불러주는 안치환 카지노 게임라니 낮은 저음의 영훈의 목소리와 어울리니 더 따뜻했다. 그 뒤로도 영훈과 나는 오락 삼매경에 빠졌다. 농구게임을 시작으로 펌프도 뛰고 같이 할 수 있는 게임이란 게임은 다 하고 놀았다. 친구들도 같이 해주지 않는 ‘보글보글’을 영훈은 신나게 같이 두들겨 주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오락실에서 이것저것 게임을 하고 고등학생이라 들고 다니는 돈이라고 해야 몇천 원인데 무언가 사 먹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쫄쫄 굶었어도 오늘은 배가 하나도 안 고픈 날이었다. 집에 가는 막차를 타러 가야 하는 시간, 여태껏 손잡는 것조차 서로 눈치만 보던 숙맥들이 처음으로 손을 맞잡고 걸었다. 손 잡는 게 뭐라고 살 떨리게 설레는 건지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만났다 하면 해주던 머리 쓰다듬음도 좋지만 ‘뭐 이것도 나쁘지 않네’ 싶더라. 마음을 온전히 빼앗겨 본건 초등학교 때 친구를 제외하고 처음이었다. 숙맥 둘이서 신나게 놀아봐야 도서관 벤치 아니면 오락실, 아니면 무작정 걷는 것이 전부였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가는 내게 커다란 손을 흔들며 웃어주는 영훈은 독심술이라도 하는 것처럼 내 마음을 잘 알아주었다. 서로에게 전하는 손 카지노 게임가 다른 표현이지만, 마음만은 같았다는 생각에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내내 피식 웃었다.

집에 들어오니 기다리는 건 엄마의 파리채였지만.
주말인데 오전에 나가서 막차를 타고 들어오니 엄마는 화가 뻗치셨다. 뭐 하다가 이제 들어오냐며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다음부턴 일찍 오겠다는 약속을 받고서야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온종일 도서관이 아닌 바깥에서 함께 걸어 다니며 보낸 시간이 꼭 첫 데이트라도 한 것처럼 심장에 울렸다. 친구들은 뭐 이런 카지노 게임를 부르냐며 잔소리만 늘어놓던 카지노 게임를 영훈의 목소리를 들을 줄이야. 엄마한테 파리채로 몇 대 맞았지만,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하루를 보냈다. 즐거운 날들이 앞으로도 계속 되길 바라고 또 바라면서.


지금 내 플레이 리스트에서 지금도 변하지 않고 담아져 있는 카지노 게임 중에 한 곡이다. 그에게는 어땠는지 모르나 내게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듣는 세레나데 같은 곡이라서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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