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기명 Feb 27. 2025

무료 카지노 게임의 가능성

“무료 카지노 게임은 결점이 아니다. 가능성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계는 불완전한 그대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풍요롭다고 여기게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걷는 듯 천천히”


직무를 옮긴 지 사계절이 지났다. 한파를 맞이한 1월의 어느 날이었고, 날씨뿐만 아니라 내 속도 알싸하게 서늘했었다. 4년 차를 앞둔, 익숙함을 넘어 안일함에 가까워질 즈음에 직무가 바뀌었고 다시금 인턴이었던 순간의 공기와 분위기가 고스란히 키보드에 투영되고 있었다. 타자 소리는 무소음에 수렴했고 자신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첫 분기 같던 한 달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스템과 문화를 체화해 내야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마인드맵을 그리는 기분. 하나의 문제를 꾸역꾸역 해결하면 곧장 비슷하게 생긴 다른 문제가 직면해 있었다. 분명 해결법은 비슷할 것 같아도 역시나 아니었다. 새로 익힌 프로세스는 곧장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둔 매뉴얼로 향했고, 장표는 일력 마냥 하루를 못 참고 넘어가고 있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다행히 매뉴얼 장표의 무한 증폭은 없어졌다. 물론 매일매일 배우는 건 변치 않고 있다. 지난 1년 간은 해야 할 일이 당최 어디까지 인가, 즉 범주의 모호성으로부터 발아하는 당혹감이 컸었다. 반면 지금은 ‘다루고 있는 툴을 더 깊게 다룰 수 있었다면 능률적이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 순전히 능력의 무료 카지노 게임을 한탄하게 되는 상황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내 앞에 있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신을 허덕이고 있게 하는 무료 카지노 게임은 앞으로의 가능성입니다.” 툴을 완벽히 이해하고 화려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금 내 무료 카지노 게임. 주어진 일을 좀 더 이른 시간 안에 능률적으로 하고 싶다는 욕심에서 비롯된 무료 카지노 게임. 지금 당장은 ‘왜 진작 이런 기능을 사용하지 못했을까?’ 싶은 생각이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어쩌면 이런 무료 카지노 게임 덕에 어제까지만 해도 욕심이라 지칭했던 해결 능력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에 대한 메타인지 덕분에 지름길을 찾게 된 것. 예쁘장하게 포장된 둘레길로 목적지까지 가기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가끔은 버젓이 앞에 놓인 길을 벗어나 비포장된 길에 발을 디뎌 봐야 정상으로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지 않을까. 비포장된 길도 여러 번 왔다 갔다 흔적을 남기면 언젠간 하나의 길이 된다. 장애물로 보였던 나무를 버팀목 삼아 힘껏 올라가 보자. 하도 잡아대서 반들반들해진 나무가 주위에 많아질 때까지. 언젠간 길이 트일 것이고 햇빛에 반사되고 있는 저 반들반들한 나무의 허리가 목적지로 가는 더 편한 길을 안내해 주고 있을 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