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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 Apr 14. 2025

취미 카지노 게임의 연습기록 15

피우 모소, 이거 어디까지 빨라지는거예요?

카지노 게임 연주자로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다'고, 가장 자주 하는 생각은 '내가 이걸로 밥벌어 먹고 살 것도 아닌데' 이다.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으면 그만큼 카지노 게임량을 늘리고 레슨도 많이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럴 시간도 돈도 체력도 부족한데다 그 과정을 견딜 정신력도 없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할 수 있는 데까지 하자. 근데 나도 조금 더 잘하고 싶은데. 이 모순적인 생각의 굴레에 갇혀 진자운동처럼 열심히 해야지-이렇게까지 해야하나를 왕복하며 내 돈과 시간을 투자하며 괴로워하는 것이다.

오늘 진도 나간 악보의 중간에는 전보다 템포를 더 올려서 연주하라는 '피우 모소'가 써 있었다. 지금까지 해오던 것과 비슷한 리듬이지만 더 빠르고 힘있게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렵다. 텅잉은 꼬이고, 이미 앞부분에서 힘을 다 썼기 때문에 소리는 더 안나고, 그 와중에 음악은 계속 힘차게 진행되고 나는 정신을 못차리다 아예 악기를 내려놓기도 한다. 곡의 마무리인만큼 여기를 더 집중해서 멋지게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거다. 큰일났다 싶어 마음이 철렁 내려앉기도 하지만 동시에 염치없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난 할만큼 했는데.

물론 나도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니 속으로만 생각하고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는다. 표정관리가 안됐을 수도 있지만, 선생님은 아마도 이해해주지 않을까. 오늘 퇴근하고 레슨 받으러 갈거라는 생각이 하루를 버티게한 힘이었는데 정작 오늘의 카지노 게임과제를 망쳤다. 왜 나는 사서 고생하고 고통받는가?집에 돌아오는 내내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우면서도 답답하고, 전공할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지 몰라서 또 답답하다. 그래 애초에 큰 노력과 투자 없이 잘하고 싶다는 도둑놈 심보를 가져서 그렇다.

악기 연주 뿐만 아니라 어떤 카지노 게임도 끝은 없다. 항상 배워야할게 있고,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렇게 스스로를 가다듬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고, 안되던 일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낀다면 그게 곧 카지노 게임가 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프로의 세계에서는 다른 길을 찾아야 하겠지만 아마추어의 세계에서는 그냥 잠시 쉬면 된다. 언제든 일시정지와 재생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게 카지노 게임생의 특권이니까.

오늘 배운 피우 모소가 어느정도로 빨라져야 하는지,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51대 49 정도로 잘하고 싶은 마음이 괴로운 마음보다는 크다. 그렇다면 아무리 카지노 게임 연주자라도 꾸준한 카지노 게임과 오랜 시간을 묵묵히 견디는 인내심 정도는 각오해야지. 욕심을 내려놓고 조금 더 편안하게 생각하자. 지금보다 더 빨라지려고 하지 말자. 나에게 중요한건 오래, 꾸준히 악기를 즐기고 좋아하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이번주 카지노 게임도 할 수 있는 만큼 하자. 작은 성취가 쌓이다보면 언젠가는 변화가 오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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